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저는 지난 1월 4일이 마치 세밑처럼 느껴졌습니다. 정시 상담이 끝나면서 2017년도 입시가 마무리되었기 때문이겠죠. 이제 고 3 학생들을 볼 일은 없습니다. 저는 정시보다는 수시파 그중에서도 학종 지지자지만 수능의 의미와 정시의 필요성까지는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수능도 필요하고 정시도 필요하다면, 이왕이면 학부모 학생을 덜 고생시키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씁니다.
일단 올해 정시는 그 여느 해보다 눈치작전이 심했던 것 같습니다. 제 주변에는 상당수 학부모들이 마감 직전 경쟁률을 보고 원서를 썼습니다. 심지어 6시 마감인데 모 사이트에서 5시 50분에 모의지원해보시고 최종 선택을 하시는 학부모도 보았습니다. 학부모들이 이렇게 최종 결정을 미루는 이유는 당연히 점수가 애매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모의지원 결과가 사이트마다 다른 것도 컸습니다.
상당수 학부모들은 메가 대성 유웨이 진학 이투스 등 빅 5 사이트 모의지원을 다 해보시고 그것도 모자라 이들 업체의 정시 컨설팅까지 다 받아보셨습니다. 그런데 다 제 각각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저를 찾을 건데 저라고 특별한 묘수가 있겠습니까? 그럴 때는 3대 2 다수를 따르라고 우스개소리처럼 말씀 드리지만 이는 정말 답이 없는 문제입니다.
저도 모의지원 사이트를 참조하지만 과연 모의지원 대로 학생들이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합니다. 모의지원에서 불합 뜨면 학생들이 실제 그 과를 쓸 수 있을까요? 그러면 학과 혹은 학교를 낮추게 되지요. 그러면 소위 말하는 낮은 대학 낮은 학과 컷이 올라가고 누구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학교 학과 컷이 떨어지는 역설이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모든 수험생이 모의지원을 해본다는 전제 하에 성립되는 말이지만 모의지원 결과는 학생들의 하향 지원을 유도하는 경향이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정시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재수생일수록 모의지원에 많이 의존해 결국 안정이나 하향을 택하는 걸 많이 보았습니다.
현실적으로 정시 지원에서 모의지원이 이렇게 중요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면 정말 모의지원 대로 학생들이 지원을 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검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합격 예측이 저마다 달라 학부모들 선택이 힘들다면 주요 업체들이 모두 참여해 연합 사이트를 만들거나 아니면 대교협이나 어디가 같은 공신력 있는 사이트에서 하도록 하면 어떨까요? 획일화의 우려는 있겠지만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또 한 가지 제안은 더욱 더 학부모와 학생에게 도움이 될 내용입니다.
올해 정시 스카이 경쟁률을 보면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서울대 3.74->4.12
연세대 4.45->4.34
고려대 4.1->4.12
서울대는 크게 늘고 연세대는 약간 떨어졌고 고려대는 현상 유지를 했습니다. 저는 여기서 극심한 눈치 작전의 적나라한 모습을 봅니다.
서울대는 과탐 2 과목을 선택한 지원자들이 크게 준 만큼 풀이 크게 줄어들겠죠. 그런데 실제 지원자 숫자는 크게 늘었습니다. 더군다나 작년보다 수시 미등록 인원이 더 늘어나 정시 인원이 더 늘었는데도 말이지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그 이유는 서울대 지원자들이 각 과목별 등수는 알 수 있지만 5과목을 합힌 전국 등수는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몇 몇 업체에서 누적 백분위를 예상하지만 그 등수가 업체마다 또 다릅니다. 정확한 등수는 아니죠. 그리고 수시에서 합격한 학생들의 수능 점수를 정시 지원자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험생들이 지원할지 예상할 수 없으니 학생들은 상향 아니면 낮추게 됩니다. 제가 볼 때 올해는 2 과목을 망친 서울대 지원자들이 많았습니다. 그 학생들이 자신과 같은 케이스가 많을 것이라 판단하고 무리하게 상향을 택했던 것 같습니다. 이 학샐들이 상향인지 모험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모의지원 결과 역시 수시 합격자의 점수 또한 누적된 것이기에 모의지원 결과 불합이 뜬다고 해서 안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모 사이트의 경우 300명 지원에 10명 수시 합격 이렇게 뜨던데, 실제 10명이 자진 신고를 했다는 뜻이지 실제는 10명일지 100명일지 200명일지는 그 업체도 모르겠지요. 완전 깜깜이입니다. 서울대 낮은 학과가 펑크가 날 것을 예상한 지원자들이 많았기에 전날까지 경쟁률 낮았던 소위 비인기 학과들이 마지막날 경쟁률이 크게 높아진 겁니다.
연세대가 경쟁률이 떨어지고 고려대 경쟁률이 오른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고대는 역시 막판까지 경쟁률 보고 쓴 학생들이 많았고요, 연대는 미리 접수한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것 같습니다. 미리 접수하는 학생들은 두 가지 경우 중에 하나입니다. 점수가 남아서 여유 롭게 쓰든지 아니면 턱없이 부족하고 재수를 조기 결정했는데 미리 원서 접수함으로써 자기보다 높은 점수 대 학생들을 불안케 해 하향지원하도록 유도하는 거죠. 화생공이 서울대로 제일 많이 빠져나갈 것이고 낮은 도시공학과는 서성한 높은 과 혹은 가군의 한의대 등으로 빠져나갈지 모른다는 기대로 결국 두 학과에 몰렸던 것 같습니다. 실제 이들 학과에서 과거 낮은 점수로 합격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자신만 그 소문을 아는 건 아닐 터 남들도 다 알고 있고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지원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실제 펑크를 예상한 학과가 펑크가 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려대는 막판에 불안하면 독문 불문 중문 등 어문계열로 몰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펑크는 오히려 그보다 위인 상위권 학과 심리 미디어 등에서 나기 쉽죠. 상대적으로 펑크가 날 확률은 연대가 고대보다 확률적으로 높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미리 지원한 학생들의 점수대가 양극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까지 고민하는 애매한 점수 대 학생들은 연대와 고대를 동시에 고민하다 고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고대는 경쟁률이 소폭이나마 오른 것이고 연세대는 떨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서울대와 중복 지원이 많은 연세대가 실제 추합은 연대가 많이 발생하고 최종 컷은 고대가 연대를 추월하는 일이 벌어지게 될 가능성이 높지요.
자신의 전국 등수를 몰라 무모한 상향을 한 것으로 예상된 서울대 그리고 얼마나 눈치작전이 심했는지를 보여주는 연세대와 고려대를 통해서 우리는 대안이 무엇인지 추론해낼 수 있습니다. 어차피 정시에서 눈치 작전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처럼 논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능 점수 하나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상황에서 학부모와 학생은 적성이나 꿈보다는 자신과 비슷하거나 자신보다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이 어떻게 지원하는지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차선의 대안은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이 전국 등수 누적 백분위를 공개하고 수시 최종 등록이 끝난 날, 올해 같으면 12월 30일 다시 한 번 수능 성적을 공개(이번에는 수시 합격자들을 제외)하는 게 맞습니다. 표준점수나 백분위 점수만 달라지는 건데 어차피 수시가 끝났으니 등급은 의미가 없겠고요, 컴퓨터로 계산하면 하룻만에도 점수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며칠 더 기다렸다 정시 원서 접수를 시작할 수 있겠고요.
그러면 학부모와 학생은 정확한 자신의 점수와 등수를 알고 지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헣게 되면 기존의 배치표나 모의지원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업체들의 심한 반발이 예상될 수 있죠. 그러나 배치표나 모의지원이나 모두 학부모와 학생들의 어려움을 헤아려 조금 더 편의를 제공하자는 의도로 생긴 것이니 만큼 정시에 원서를 써야 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정부는 이를 한 번 고려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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