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이야기 ⑤]NASA의 연구개발 분야 및 업적
입력 2016.12.01 13:49
  • 오늘은 NASA가 연 예산 20조원 규모로 진행하는 연구개발 그리고 탐험 분야에 대한 얘기로 칼럼을 시작해보겠습니다. NASA가 수행하는 업무는 크게 4개 분야의 미션으로 나뉩니다. 여러분의 관심이 가장 높을 듯한 분야 순으로 정리하면, 1. 인간의 탐험과 오퍼레이션 미션(Human Exploration & Operation Mission) 분야는 국제우주정거장(International Space Station, 이하 ISS)과 2011년에 마지막 비행을 한 미국 우주왕복선(US Space Shuttle), 그리고 달을 넘어서 화성 또는 그 이상으로의 유인 우주탐험을 목표로 개발 중인 오리온(Orion)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제가 NASA를 떠나기 전까지 참여한 분야가 바로 오리온 우주선의 지구로의 귀환이었습니다. 2) 과학 미션(Science Mission) 분야는 허블(Hubble) 망원경 등을 포함해서 지구 및 태양, 태양계, 그리고 우주의 신비를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3) 우주 기술 미션(Space Technology Mission) 분야는 화성 무인 탐사선을 필두로 우주탐사에 필요한 핵심 과학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4) 항공 연구 미션(Aeronautics Research Mission) 분야는 차세대 항공기 연구 개발에 주력해, 보다 안전하고 소음이 적고 친환경적인 비행기를 개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아주 빠르고도 안전한 무인 비행기 개념도 포함이 되겠죠

    위의 4개 미션을 실제로 담당하는 곳은 아래 그림[그림1]과 같이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9개의 NASA 센터와 그 부속 기관들입니다. 9개의 센터가 4개 미션을 적절히 나눠서 상호 협력 아래 일을 하는 구조이지요. 일례로 미국우주왕복선 및 향후 개발되는 우주선의 발사와 착륙 업무를 담당하는 곳은 플로리다 주(州)에 위치한 케네디 우주센터(Kennedy Space Center ㆍKSC)이고 이ㆍ착륙을 제외한 모든 비행 업무를 관리하는 곳은 텍사스 주(州) 휴스턴에 있는 존슨 스페이스 센터(Johnson Space Center ㆍJSC)입니다. 이 때문에 TV 또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장면 중 이륙 과정은 KSC에서 진행되지만, 이륙 후에는 JSC의 미션관리실로 화면이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Houston, it’s all yours! (이제부터의 비행 업무는 Houston이 관장한다는 뜻)”라는 말이 이 때문에 나오죠. 또한 영화 ‘아폴로 13’에서 주인공 톰 행크스가 “Houston, we have a problem.”이라는 대사를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 입니다. 화성 무인탐사선을 전담하는 곳은 NASA 부속기관인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ㆍJPL)이고 다른 센터와 기관도 각자 고유 업무가 있습니다. 그중 버지니아 주(州)에 위치한 랭리 연구 센터(Langley Research Center ㆍLaRC), 캘리포니아 주(州)에 위치한 에임즈 연구 센터(Ames Research CenterㆍARC), 그리고 오하이오 주(州)에 위치한 글랜 리서치 센터(Glenn Research Centerㆍ GRC) 등 3곳은 센터 이름에 ‘'리서치(Research)' 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는 것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항공 우주 관련 기초 연구를 심도 있게 진행하는 곳입니다. 위의 센터 이름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센터 이름은 대통령, 우주비행사, 항공우주분야에서 업적이 뛰어난 연구자 이름을 따서 명명하고 가끔 새로운 이름으로 바꾸기도 합니다. GRC도 이전에는 루이스 리서치 센터(Lewis Research Center)였다가 Glenn 우주비행사ㆍ상원의원의 업적을 치하하기 위해 얼마 전에 이름을 바꿨습니다. 최근에 명명된 캘리포니아 주(州)에 있는 암스트롱 연구 센터(Armstrong Research Center)도 1969년 달 착륙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바뀐 것입니다. 이렇듯 여러분도 아주 큰 업적을 세운다면 여러분의 이름이 NASA 센터 이름으로 기록될 수도 있겠죠.

  • [그림1] Source: NASAStrategicPlan_2003.pdf
  • 그럼 이제 NASA의 업적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오랫동안 NASA의 가장 큰 업적은 무엇이었을까요. 당연히 1969년에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고 지구로 무사 귀환하게 한 일이 떠오르겠죠. 그리고는 1976년에 화성에 착륙선을(지금처럼 에어백을 이용하는 방식이 아닌) 연착륙(Soft Landing) 시킨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4화를 참조해주세요>. 그 후 인류가 만든 가장 복잡한 물건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우주왕복선을 1981년에 성공적으로 발사시키고 무려 30년 동안 그 임무를 수행한 것이라 하겠습니다<미국 왕복선 얘기는 2주 뒤에 설명하겠습니다>. 화성, 목성, 혜성, 운석 등을 포함한 각종 우주 탐사가 있겠고, 현재 지구 상공을 도는 ISS가 주목받을 만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ISS는 지구를 공전하는 축구장 정도의 크기에 인류가 지금까지 만든 가장 큰 우주 비행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밤에 육안으로도 쉽게 볼 수 있지요.
  • [그림2] http://www.isstracker.com/
  • [그림3] ISS Patch
  • 제가 ISS 관련해서 한국 정부에 답답한 심경을 품는 것은 왜 ISS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입니다(ISS 프로젝트는 최근 미국 의회 발표로는 최소 2028년까지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텍사스 주(州) 휴스턴에 있는 NASA 존슨 스페이스 센터(NASA Johnson Space Center ㆍJSC ) 입구에는 국기 게양대가 있고, 그곳에는 국제우주정거장 연구개발에 참여한 15개국의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데 그중에 태극기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일본 국기도 있고, 중국은 지금 자체적으로 우주항공 분야를 활발히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과연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반짝이는 대한민국의 두뇌가 왜 더 다양하게 나아가고 발전하지 못하는 것인지 그저 답답한 심정입니다.

    너무 딱딱한 얘기만 한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제가 NASA에 처음 출근한 다음 겪었던 황당한 사건에 대해 얘기를 하고 이번 호 칼럼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2000년 10월 중순에 저는 NASA 연구원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습니다. 주어진 일 이상으로 열심히 하면서 은근히 제 이름이 새겨진 NASA 명함을 받기를 기다리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제 명함에 대해 직접 문의하기가 쑥스러워서, 어렵게 동료에게 물어보았지요. 그런데 동료는 뜻밖의 얘기를 했습니다. 명함은 본인 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믿기지가 않아서 농담이냐고 물었지만, 그는 관련 규정까지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는 명함을 쉽게 제작할 수 있는 PPT까지 주면서 만들라고 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국민의 세금을 아끼려는 강한 의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다만 이 규정은 얼마 안 돼서 개정됐습니다).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