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남매 모두에게 든든한 ‘조력자’ 되고파”
입력 2016.12.01 11:42
[사업·자녀교육 동시에 잡은 ‘원더우맘’] ② 황수연 황수연전통식품 대표
  • 황수연(42) 황수연전통식품 대표
  • 최근 창업 시장 내 엄마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과거 주방에만 머물던 주부들이 직접 창업 전선에 뛰어들며 성공 사례들을 쏟아내고 있다. 결혼과 출산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사업을 키워가는 엄마CEO들은 어떻게 자녀를 키우고 있을까. 조선에듀는 사업과 자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원더우맘(Wonder WoMom·원더우먼+엄마)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다. 두 번째 주인공은 4남매의 엄마이자 전통발효식품 생산업체 대표로 활동하는 황수연(42) 황수연전통식품영농조합법인(이하 ‘황수연전통식품’) 대표다.

    황수연 대표는 4남매를 홀로 키우며 자기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남편이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요양차 내려왔던 익산에서 네 아이와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이전까지 경제활동이라곤 전무했던 황 대표는 생계를 위해 친정어머니와 재래식 장을 담가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중 우연히 친정어머니의 전통 항아리가 눈에 띄었어요. 그걸 본 순간 아이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으로 방부제, 화학조미료 등을 전혀 넣지 않은 순수 전통방식의 장을 만들어 팔기로 결심했죠. 처음엔 항아리 10개에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을 담가 팔기 시작한 것이 3년이 지나자 40개 항아리로 늘었어요. 이후 2008년에 온라인 쇼핑사이트 판매를 진행하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해 당시 온라인 판매 전통식품 부문 1~2위에 오르는 등 높은 성과를 냈죠. 지금은 1000여 개의 전통 항아리에서 장을 담글 만큼 발전했답니다.”

  • 왼쪽부터 황유화(18)양, 황유신(16)양, 황유란(13)양, 황종흔(17)군
  • 황 대표는 4남매에게 자랑스러운 ‘엄마’다. 자부심으로 가득한 아이들은 바쁜 엄마의 모습을 충분히 이해해준다. 집안일도 대부분 아이들과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하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사업 초엔 그저 온종일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는 엄마로 통했다. 황 대표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 아이들이 ‘엄마는 늘 컴퓨터 앞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더라”며 “그때 내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북지역 ‘스타 소상공인’을 뽑는 대회가 있어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공개오디션을 진행해 우수 소상공인 3개 업체를 선발하는 대회죠. 저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대회 당일, 공개오디션장에 아이들을 모두 초대해 심사위원단과 도민평가단 앞에서 스피치하고 발표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결국 우수 소상공인으로도 선발됐죠. 그때 아이들이 ‘엄마가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구나’ ‘정말 많이 공부하고 노력하는구나’ 등을 알게 된 것 같아요. 그 이후로 엄마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황 대표는 바쁜 업무 가운데서도 아이들의 재능과 끼를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인 첫째 황유화(18)양은 미술 분야를 진로로 선택해 공부하고 있다. 유화양이 미술을 시작하게 된 데에는 엄마의 역할이 컸다. 황 대표는 “유화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회사 대표 된장 브랜드인 ‘4남매시골된장’의 로고를 만들었다”며 “브랜드명에 걸맞게 아이가 쓴 느낌의 서툴지만 정겨운 글씨체로 로고를 만들고 싶었는데 유화가 이를 잘 표현하더라. 그때 미술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고 밀어주게 됐다”고 했다. 셋째 황유신(16)양과 막내 황유란(13)양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셋째를 위해 주말마다 집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음악학원까지 데려다 준다. “김제에 피아노로 유명한 음악학원이 있다고 해서 아이를 보내게 됐어요. 주말마다 익산에서 김제로 학원을 다닌 지도 벌써 1년이 됐죠. 가는 길에 막내도 같이 수업을 받고 있어요. 아이들이 하고 싶다는 일엔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어요.”

    유일한 아들인 둘째 황종흔(17)군과는 책으로 소통하고 있다. 읽기 좋은 책을 서로 추천하며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이다. “딸들과 달리 아들은 과묵하고 차분한 편이에요. 그러다보니 저와 얘기할 일이 점차 없어졌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책을 읽고 싶은데 뭘 읽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꺼내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그 이후로 제가 읽은 책 중에 아이가 읽어볼만한 책을 추천해주며 말을 붙였어요. 이제는 책 후기를 서로 공유하면서 대화하고 있어요.”

    황 대표의 교육철학은 ‘엄마로서 조력자의 역할은 하되, 지시자가 되진 말자’다. 아이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도와주지만, ‘넌 뭘 해야 해’, ‘이렇게 돼야만 해’ 하는 지시나 지나친 관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을 하면서 네 아이 모두를 돌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에요. 그래서인지 본인 일은 본인이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이렇듯 스스로 하는 것이 버릇이 된 아이들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진 않아요. 대신 아이들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조력자’가 되려고 노력해요.”

    황 대표는 자녀를 돌보는 것이 ‘된장 숙성’과 같다고 말한다. 장기간 잘 숙성된 된장은 영양과 맛, 모든 면에서 일품이다. 그는 “메주가 좋은 된장이 되기까지는 수개월간 공을 들이고 항아리 속에서 긴 발효와 숙성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며 “아이를 키우는 것도 이처럼 인내하고 견디는 과정을 수없이 거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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