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평생 한국인을 괴롭힌다. 수학 공부는 입시가 끝나면 덜 필요하다. 자격증 공부도 일단 자격을 얻고 취직하면 안 해도 된다. 영어만은 아니다. 회사에 취직해도, 경력을 쌓아도 끝까지 발목을 잡는다.
앞으로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구글은 번역 프로그램을 개량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기존 구글 번역기는 성능이 충분하지 않았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처럼 어순이 다른 언어 번역에 약했다. 과거에 구글 번역기는 문장 성분 단위로 뜻을 번역했다. 자연스럽지 못했다.
이제는 다르다. 구글은 알고리즘이 연결되어 거대한 신경망을 만들었다. 사람의 뇌를 본뜬 두 개의 신경망이 분업해서 번역한다. 한 신경망은 언어의 뜻을 분석한다. 또 하나의 신경망은 해석된 뜻을 가지고 새로운 텍스트를 만든다. 사람의 신경망을 본뜬 인공지능. 그렇다. 알파고다. 바둑 천재 이세돌을 쓰러뜨린 딥 러닝 기술이 번역 기술에 적용되었다.
쿼츠에 따르면 현재 구글 번역기는 사람과 거의 대등한 번역 실력을 보여준다. 과거에 구글 번역기는 사람보다 번역을 못 했다. 스페인어와 영어의 번역을 예로 들어보자. 실험에 따르면 사람은 6점 만점에 평균 5.1점의 번역을 한다. 과거의 구글 번역기는 6점 만점에 3.6점의 번역을 했다. 새로운 구글의 번역기는 평균 5점의 번역을 한다. 사람과 별 차이가 없는 번역이 가능한 셈이다.
번역가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시를 번역하거나 문학 작품을 번역하려면 훌륭한 문장력을 갖춘 번역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번역을 필요로 하는 대부분 텍스트는 문학이 아니다. 기업 매뉴얼, 보고서 등의 실용 문서다. 이런 글들은 구글 번역기가 번역할 수 있다.
외국어 공부가 필요 없어지지는 않는다. 외국어 공부는 다양한 능력을 개발해주기 때문이다. 지난 4월 7일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외국어 사용자는 다양한 능력을 얻는다. 다른 문화권 문화를 배워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외국어로 생각하면 자기 생각을 다시 한 번 객관적으로 떠올려 보는 능력도 생긴다.
그러나 번역기가 완벽해질수록 지금처럼 모든 사람이 영어 공부를 할 필요는 줄게 된다. 대개 우리에게 필요한 건 회의 스킬과 보고서 작성 등의 실무 기술이다. 그 정도는 번역 프로그램이 발달한다면 해결할 수 있다.
회사에 주판이 필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계산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암산 능력이 필요했다. 이제는 아니다. 공부를 위해서 계산을 배우기는 한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대개 계산기를 쓴다. 사람이 할 필요가 없어져서다.
IT 기술은 빠르게 사람의 능력을 대체하고 있다. 지도를 읽는 능력이 그렇고, 계산 능력이 그랬다. 이제는 번역 능력, 운전 능력 등을 넘보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능력도 바뀐다. 매일 IT 기술이 발전하는 지금, 교육도 끊임없이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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