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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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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진상입니다. 지난 번에 이어 오늘도 드라마 W(더블유) 이야기를 이어가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요즘 뜨고 있는 가상현실과도 연결해 이야기를 풀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6회에서는 오연주가 화장실에 있는 동안 강철이 빠져 있는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사진)이 나옵니다. 잠깐의 경험이었지만 그녀는 온 몸에 물을 적신 채 다시 현실 속으로 돌아옵니다. 웹툰을 감상할 때 그 만화 속으로 들어가서 실제 현실과 똑 같이 느끼게 되는 것은 가상현실이 발달된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할 수 있겠지요. 작가는 가상현실을 충분히 염두에 두고 작품을 써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가상현실은 왜 게임 엔터테인먼트 산업 그리고 의료 산업에서는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진보의 총합을 뛰어넘을 정도의 혁신과 파괴력이 보장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모두들 인정하지요. 저는 교육 전문가이기 때문에 가상현실이 교육에 미칠 효과 파급력에 특히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교육 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는 신중한 반응과 낙관적 반응으로 나뉘더군요. 물론 신중론의 입장에서도 VR이 가진 가치와 잠재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을 합니다.
저는 가상현실이 교육을 바꿀 것이라고 믿는 입장에서 다음과 같은 논거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실험 교육에 아주 도움이 됩니다. 실험과정에서 위험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실패를 반복적으로 하더라도 한계 비용은 0인 상황이 오는 거죠. 비용적 측면에서 압도적 이익입니다. VR을 통해서라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인체 해부 실험도 해낼 수가 있습니다. VR로 실험할 경우 학생들이 다치는 경우나 빈도수도 많이 줄어 들겠죠. 동물실험도 VR로 할 때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되니 생명윤리란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이와 같은 논리로 스포츠 활동이나 체험활동에도 VR이 활용이 된다면 학생들은 훨씬 더 많은 배움을 얻어갈 수 있습니다.
둘째, 역사 교육에 도움이 됩니다. 주입식 교육과 교과서 중심 역사 교육의 한계를 한 번에 뒤엎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의 특성상 학교에서 배운 기억(비단 역사 지식 뿐 아니라)학창시절 잠깐만 기억이 나지, 그 이후로는 대부분 0으로 리셋 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 이라는 말처럼, VR은 몰입감 있고, 생생한 가상 이미지 공간을 재현해 교과서로 공부하는 것보다 지식을 오래 오래 저장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라는 주장이지요. 실제 가상현실로 역사 체험을 할 때 학생들은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실제 국내의 VR 컨텐츠 업체 ‘인디고’는 불국사에 있는 석굴암의 역사를 주제로 교육 컨텐츠를 제작해서 내놓은 적이 있습니다. 실제 이를 체험한 학생에 따르면 10분 동안의 체험이었지만 실제 경주에서 불국사를 1박2일 동안 구경한 것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고 합니다.
세 번째 대입 수시 학종 준비에도 VR은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에서는 갈수록 면접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VR 기술을 통해 면접 공포증도 치유하면서 발표력 표현력 향상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현장감 있게 미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간다면 실제 면접장에 가서도 떨지 않고(우황청심환 같은 것을 먹지 않아도) 훌륭히 면접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그러고 보면 수능 시험에서도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다. 가상현실로 시험 전 날 집에서 시험장 분위기 느껴보기 수험생 여러분은 기대되지 않으세요?
그러고 보니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VR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맞는 공부 환경을 설정해 그 기분 그 느낌 그대로 공부에 몰입할 수 있습니다. 장차 미래에는 VR 공부방도 사업 아이템으로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네 번째, 인강(여기서 인강은 메가스터디 같은 입시 교육 뿐 아니라 K무크나 칸 아카데미 테드 등도 포함됩니다)의 약점인 몰입도와 집중력을 현강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홀로그램을 이용해 교수와 학생 간의 장벽을 완전히 허물 수 있습니다. 녹화 강의라도 생생하게 그대로 학생에게 현장 강의처럼 전달할 수 있겠지요.
다섯 번째, 모든 이과생들이 어려워하는 수학 공부에 VR은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과 수학의 기하와 벡터 쪽 공부를 훨씬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습니다. 머릿 속에서 3차원 도형을 그려서 파악해야 하는 기하와 벡터 과목은 현재 2차원적인 도형으로 종이에 그려져서 나타나기에 공간감각이 타고난 학생이 아니라면 이해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VR을 통해서 실감나게 실제 3차원으로 접한다면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되고 이해도도 훨씬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죠.
여섯 번째 음악 미술 교육에서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생동감 있는 미술 작품 감상과 음악회 현장 속으로 학생을 안내해 진정한 몰입교육이 가능하도록 합니다. VR에 관심이 가장 많은 기업이 바로 구글이죠. 구글은 이미 VR을 이용한 루브르 박물관 체험 상품 등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영어 교육에서 혁신이 예상됩니다. 특히 회화와 듣기 교육에서 VR이 가진 파괴력은 영어 공부를 하는 데 수백만원, 아니 수천 만원의 비용을 세이브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뉴욕에 가지 않고서도 뉴요커들과 일상 생활처럼 대화하고 소통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가상의 아바타들이겠지만 말입니다. 좀 더 기술이 발달되면 실제 동시 접속자들과 실감나게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듯이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겠지요.
이상으로 VR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거의 전 과목과 전 영역에서 VR이 바꿀 미래의 교육은 SF 영화가 더 이상 꿈이 아니라는 기대를 갖게 해줍니다. 하지만 신중론자들은 왜 게임과 엔터테인먼트, 의료계와 달리 교육계에서는 도입이 늦거나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는 걸까요? 그들은 비용과 수익이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VR 교육 컨텐츠를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지요. 제가 말씀 드린 그런 컨텐츠가 언젠가는 개발이 되겠지만 도대체 어느 정도의 기술 개발비와 제품 개발비 그리고 마케팅비가 들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교육이 공공재인 다른 나라는 덜하지만 대한민국처럼 교육이 소비재인 상황에서는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이런 고가의 컨텐츠를 과연 학부모들이 돈을 주고 구입할지에 대한 확신이 없습니다. 의료야 본인 혹은 가족이 살기 위해 지불하는 것이고 게임 엔터테인먼트는 중독성 때문에 끊지 못해 소비자들이 돈을 쓰겠지만 교육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지요. 슬픈 현실이지만소비자들은 대학 입시와 관계가 있을 때, 즉 모두에게 돌아가는 혜택보다는 자기 자식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더 클 때 지갑을 엽니다. 그러나 VR은 그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공익적 측면이 사익적 측면을 압도하거든요. 교육의 형평성을 추구하는 진보 진영에서 훨씬 더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죠. 따라서 VR 교육은 학부모들을 직접 겨냥한 B2C 시장보다는 학교나 학원(대형 학원이나 인강 업체) 같은 B2B, 혹은 B2G(정부 지자체) 시장에서 만개하지 않을까 하는 전망을 내려 봅니다. 저는 국가 뿐 아니라 대기업 입장에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VR을 접목한 교육은 최고의 공익 사업이자 미래에 대한 투자, 사회 공헌 사업이 될 자격이 충분하기 때문이죠.
결국 시간의 문제지, 교육도 VR에 의해 더 진보되고 진화할 것으로 믿습니다. 특히 체험이 강조되는 미래 교육, 수시로 모두가 대학에 가야 하는 이 시대에 VR은 저 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현실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상현실이 현실이 되어야만 하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교육의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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