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우의 에듀테크 트렌드 따라잡기] 포켓몬 고가 보여준 증강현실 교육의 가능성
입력 2016.08.02 15:05
  • 대세 기술에 억지로 교육을 끼워맞추는 식의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류를 편성하려는 게으름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그런 글을 쓰고 있다. 별 수 없다. 교육의 미래가 보이는 신기술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오늘의 주제는 포켓몬 고다. 증강현실을 통해, 현실에서 포켓몬을 잡는 게임이다. 출시 후 19일만에 7,5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다. 미국 설문조사 사이트 서베이몽키에 따르면 미국 DAU만 2,000만명이 넘는다. 일본 DAU는 출시 2일만에 500만을 돌파했다. 정식 출시조차 되지 않은 한국에서도 100만 다운로드가 이루어졌다. 전 세계가 포켓몬 광풍이다.

    포켓몬 고에는 ‘새로운 기술’이 아무것도 없었다. 포켓몬 고의 증강현실(AR) 기술은 이미 2010년대에 있던 기술이다. VR이 가상현실을 만든다면, 증강현실은 현실에 컴퓨터가 만든 정보를 추가한다.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이 쓰는 헬멧을 생각해보면 쉽다. 현실을 보고 있지만 거기에 비행경로, 조준 경로 등의 그래픽을 추가해 아이언맨 수트를 조종한다. 컴퓨터 카메라에 콧수염, 토끼 귀 등을 덧붙이는 것도 증강현실의 일종이다.

    기술 자체는 흔하다. 여기에 구글이 갖고 있는 전 세계의 지도 데이터와 20년간 52조원을 벌어들인 히트 상품 ‘포켓몬스터’가 결합되며 최고의 게임이 탄생했다. 데이터와 콘텐츠의 승리다.

    포켓몬 고의 성공에 힘입어 포켓몬 고를 교육적으로 활용하려는 연구도 시작되었다. 텍사스 컴퓨터 교육 연합(Texas Computer Education Association)에서는 포켓몬 고를 활용한 작문 강좌를 제안했다. IT 전문 매체 기즈모도에 보도에 따르면 자폐증 전문가들 또한 포켓몬 고를 활용해서 사회성을 학습시키는 법을 연구 중이다. 포켓몬은 성인들에게도 교육 효과를 보이고 있다. 지독히도 미터법을 싫어하는 미국인들에게 미터법을 교육중이다. 포켓몬을 성장시키려면 걸어야 하는데, 그 단위가 미터다.

    포켓몬 고 덕분에 게이머들이 집 바깥으로 나왔다. 이렇듯, AR은 체험학습을 재미있게 바꿀 수 있다. 포켓몬스터 대신 화랑이 무령왕릉에 등장한다고 생각해보자. 태종대에서 태종 무열왕을 만날 수 있다면? 그만큼 재미있는 역사 교육이 없다. 하지만 이는 포켓몬 고의 단순한 변주에 불과하다. 증강현실은 더욱 근본적으로 교육을 바꿀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증강현실을 통해 교사와 학생이 만난다면 어떨까? 원격 수업임에도 교사와 수업을 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할 수 있다. 지금의 인강은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은 그 해답이 될 수 있다. 좋은 수업이 AR로 제공된다면, 전 세계의 아이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 아프리카 오지에도 스마트폰은 있다. 수업의 가능성이 무한하게 증가하는 셈이다.

    포켓몬 고 덕분에 세계가 증강현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1주일만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앱이 되었을 정도의 에너지다. 이런 힘을 교육에 이용해야 한다. 심지어 가상현실과는 달리 증강현실은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다. 증강현실과 에듀테크의 결합이 기대되는 이유다.

  • 포켓몬 고 화면 (출처: 플리커닷컴 (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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