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맘 쏭언니’의 내 아이는 아는 만큼 지킨다] 첫째에게 더 마음이 가는 전 나쁜 엄마일까요?
입력 2016.05.10 10:45
  • Q. 저에게는 남편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둘째보다 첫째에게 더 마음이 간다는 거죠. 심지어 둘째가 미울 때도 있습니다. 큰 아이를 보면 저보다 더 활발하고 공부도 더 잘해서 부모님 사랑을 독차지한 여동생에게 늘 당하기만 했던 저의 어린 시절이 떠오릅니다. 동생에게 늘 양보하는 큰 아이의 모습을 보면 제 속이 더 터집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둘째 아이는 제 앞에서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데, 어느 때는 그 모습조차 보기가 싫습니다. 그렇다고 두 아이를 차별하거나 작은 아이에게 심하게 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아이가 미워진다는 생각에 괴롭고 아이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두 아이 모두 내가 낳은 내 자식인데, 머리로는 편애하지 말아야겠다고 항상 다짐하지만 막상 마음은 그렇지 않네요. 첫째에게만 더 마음이 가는 저는 나쁜 엄마일까요? (11살, 9살 딸 둘을 키우는 30대 전업주부)

    A. 다 같은 자식인데, 한 아이에게만 마음이 간다는 엄마의 고민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깨무는 정도에 따라서 다릅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더라도 편애하는 자식이 분명히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부모들의 편애 여부와 상관 없이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신이 차별받고 있다고 느낀다고 합니다. 형제가 있는 어떤 가정에서도 부모의 사랑을 둔 아이들의 경쟁과 질투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이겠지요.

    그렇다면 실제로 편애가 이뤄지는 가정의 아이들은 어떨까요? 부모에게 편애받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다르게 성장할까요?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편애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중년이 됐을 때, 사랑을 받은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모두 우울증 증상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특히 엄마가 편애했을 때 그 사랑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아이들 모두 마음의 상처를 크게 입는다는 거죠. 편애를 하는 가정의 그 어떤 아이도 행복해지지 않는다는 다소 충격적인 연구 결과입니다.

    세상의 전부인 부모가 나를 다른 형제자매보다 더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건강한 자존감을 갖는 일이 어려워진다고 합니다. 자아가 확립되기 전 무조건적으로 나를 받아주고 나를 이끌어줄 대상인 부모에게 거부당했거나 거절당했다고 생각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겠죠. 다른 형제와 비교당하면서 타고난 기질을 있는 그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왜곡된 자아상이 생기게 되고, 건강한 성인으로 자라기 어렵습니다. 당연히 다른 형제와 정상적인 유대 관계를 맺기 어렵게 되고, 마음 속에 자리한 편애와 차별에 대한 부당함은 분노로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성숙한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부모에게서 받지 못했던 사랑을 갈구하게 되기도 한다네요.

    본인이 더 사랑을 받았든 덜 사랑을 받았든, 편애가 있는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은 부모노릇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사연의 엄마처럼 형제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자신의 경험이 아이에게 투사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편애로 고통받았던 사람들은 심지어 아이를 하나 이상 낳지 않으려 하기도 합니다. 본인이 받은 고통을 자기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이지요.

    같은 자식이어도 다른 사랑이 존재한다
    어린 시절 편애를 겪었더라도 심리적으로 성숙한 사람은 자기 아이에게는 자신의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겁니다. 어린 시절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부모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가정을 만들려고 하죠.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알게 모르게 부모가 우리에게 했던 그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게 됩니다. 속된 말로 ‘밥상 엎는 집 아들’이 밥상 엎지 않으려면, 자기 부모를 넘어서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만 합니다.

    사연주신 엄마는 심리적으로 성숙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첫째를 편애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을 바꿔보려는 마음도 있다는 소리니까요. 머리로라도 알고 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마음이 바뀌죠.

    세상에 같은 사람도 없고 같은 마음도 없습니다. 내 속으로 낳은 자식이라도 아이마다 다 다르고, 한 아이라도 어떤 면은 마음에 들지만 또 어떤 면은 마음에 들지 않기 마련이지요.

    두 아이에게 모든 걸 똑같이 나누려는 마음이 상황을 더 어렵게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같은 자식이어도 다른 마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편애를 극복하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똑같은 마음을 줄 수 없다면, 다름을 인정하고 그 아이에게 맞는 다른 사랑을 주어야 합니다.

    지금 상황에서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엄마의 죄책감 아닐까요?
    사랑을 더 받는 아이에게도, 사랑을 덜 받는 아이에게도 엄마의 죄책감은 필요치 않습니다. 그동안 둘째 아이에게 잘하지 못한 미안함이 문제라면, 이제부터라도 잘하면 됩니다. 큰 아이에게 주는 마음과 똑같이 주려는 마음을 놓아버리면, 오히려 문제 해결의 포인트가 보이지 않을까요?

    두 아이를 같은 기준으로 놓고 보지 말고 한 아이씩 각자 다른 인격체로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재능과 기질, 성격이 모두 다른 저마다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똑같은 방식으로 사랑을 줄 이유도 필요도 없습니다.

    예수님도 또 부처님도 특별히 사랑하는 제자가 있다고 했습니다. 성인(聖人)도 이러할진대,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의 편애하는 마음이야 어쩔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절대 아이에게 그 마음을 들켜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향한 부모의 사랑을 알아챈다고 하지만 항상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이가 편애를 받고 있다고 느낀다면 지금부터라도 아이의 마음을 헷갈리게 해야 합니다. ‘나보다 다른 형제를 더 사랑하나?’란 느낌이 ‘아, 나도 사랑하는구나.’로 바뀌어, ‘나는 역시 사랑받는 특별한 존재야.’라고 생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형제나 자매, 남매 간 비교만 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특별히 자신이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칭찬을 할 때나 꾸중을 할 때도 아이들끼리 비교하지 않고, 그 아이만을 놓고 이야기하는 것만 지켜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납니다.

    죄책감은 벗어버리세요. 오늘부터 변하면 됩니다.
    하루에 단 한 번이라도 한 아이씩 그 아이를 지켜보고, 작은 것 하나라도 말로 표현해 보세요. 활달한 둘째에게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우리 00이는 참 웃는 모습이 보기에 좋구나. 엄마까지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걸.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우리 00처럼 엄마도 항상 웃어야겠다.”

    편애하지 않으려면...
    1. 서운함이나 분노를 표시하는 아이의 감정을 외면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가 자기가 아닌 다른 형제를 더 사랑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아이는 “불공평하다”고 항변할 것입니다. 부모가 그럴 만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느낀 감정이 중요합니다. 모른 체 외면하거나 다른 감정으로 덮으려 하지 말고, 아이의 억울한 감정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말이 되든 안 되든 아이가 생각하는 ‘불공평함’의 실체를 부모가 귀담아 듣는다면, 그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인정받는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2. 아이 자체를 놓고 비교하지 말고, 개성을 평가해야 합니다.
    흔히 우리는 아이 자체를 놓고 비교합니다. 한 아이는 공부를 잘하는데 다른 아이는 그렇지 않다거나, 한 아이는 엄마 마음을 잘 헤아리는데, 다른 아이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같은 부모 밑에서도 얼마나 다른 개성과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나오는가요? 각각 가진 특성으로 아이의 개성을 인정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형제 갈등의 굴레에서 우리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습니다. 형은 형의 인생이, 동생은 동생의 인생이 있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3. 자기가 가장 사랑받고 있다고 믿게 해야 합니다.
    “언니가 좋아, 내가 좋아.”란 물음에 “엄마 아빠는 똑같이 좋아.”란 답은 먹히지 않습니다. 만약 답이 필요하다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네가 좋아. 언니는 언니고 너는 너야.”라고 답해주세요. 다른 형제와 비교하지 않으면 아이는 자기 자신 그대로 부모에게 인정받고 있고 사랑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야 건강한 자존감이 생겨납니다.

    4. 칭찬이나 꾸중을 할 때 다른 아이와의 비교는 절대 금물입니다.
    “언니보다 피아노를 잘 치는구나.”, “형은 지난 번에 아깝게 하나 틀렸는데, 너는 백점 맞았구나.”란 비교가 실린 칭찬은 형제 갈등의 주범이 됩니다. “동생도 정리정돈을 저렇게 잘하는데, 다 큰 형이 이게 뭐니?”, “형 좀 보고 배워라. 왜 이렇게 정신이 없니.”라는 꾸중으로는 그 어느 아이도 변화시키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억울함과 비교 당한 형제에 대한 미움만 남게 됩니다.

    5. 마음이 덜 가는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갖습니다.
    만약 한 아이에게 마음이 덜 간다면 그 아이와 좀더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온가족 함께’가 아닌 그 아이하고만의 경험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로 다른 식구들 모르게 둘만의 비밀을 만들어 공유하면, 상처받은 아이의 마음을 녹일 수 있습니다. 특별히 엄마의 고민을 털어놓는다거나, 도와달라는 부탁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에디터맘 송미진(도서출판 센추리원 대표)/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며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고 5살 터울로 둘째를 낳아 기르며 생기는 무수히 많은 육아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의 심리에서부터 엄마의 학습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육아서를 기획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전문가들로부터 1대1 멘토링을 통해 두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얻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ssongmj71@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사연이 채택되신 분께는 정성껏 만든 육아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

    카카오스토리 쏭언니의 소통육아 https://story.kakao.com/ch/mom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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