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맘 쏭언니’의 내 아이는 아는 만큼 지킨다] 아이 친구 엄마와의 관계가 제일 어려워요
입력 2016.04.12 14:10
  • Q. 아이가 처음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친하게 지냈던 아이의 친구 엄마가 갑자기 저와 거리를 둡니다. 제가 만나자고 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더니 다른 엄마들과는 브런치에 영화도 보러 다니더군요. 제 아이만 쏙 빼놓고 사회체험 그룹까지 짰더라고요. 아이의 친구가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은데, 혹시 저희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동안 제가 알게 모르게 실수나 잘못을 해서 오해를 산 걸까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일이 없습니다. 속마음까지 터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남자친구한테 일방적으로 차인 것처럼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아이의 친구 엄마와는 친구가 될 수 없는 건가요? (초등 3학년 남아를 키우는 30대 전업주부)

    A. 사실 처음 만났을 때는 엄마들의 본모습(?)이 쉽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이들 위주로 만들어진 관계에서 처음부터 개개 엄마들의 기질과 성향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어렵죠.

    문제는 어느 정도 관계가 지속된 이후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여기저기서 맘 상한 엄마들의 이야기가 많이 들려옵니다. 아이들의 진짜 성향과 기질, 학습능력 등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를 토대로 아이들 또 엄마들의 이합집산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도 하니까요.

    내 아이에게 조금 더 잘 어울리고 조금 더 도움이 되는 친구 그룹을 만들어주려는 엄마들의 욕심이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조금 더 활달하고 조금 더 특별해서 톡톡 튀는 아이들과 엄마들은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같이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아이들 간의 사소한 다툼은 왜 꼭 내 아이의 경우에만 문제가 되는 걸까요? 아이들끼리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특별히 문제 삼지 않았건만, 상대의 엄마가 여기저기 내 아이의 행동만 떠벌리고 다닐 때면 잠시 교양과 인격쯤은 무시하고 싶어집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서 따지고 앞으로 얼굴 안 봐버리면 그만이련만, 내 아이가 걸려있으니 그것도 쉽지 않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고 했다고, 어떻게 보면 부모형제, 친구보다 가까이 사는 또래 엄마들과 더 많은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아이를 키웁니다. 때로는 남편에게도 못 받는 살가운 위로를 얻기도 하지만, 때로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서로 주고받기도 하는 엄마들과의 관계, 어떻게 현명하게 풀어나가면 좋을까요?

    이때 잊지 말아야 할 핵심 가치는 바로 내 아이의 성장입니다. 엄마가 흔들리면 아이도 흔들립니다. 크건 작건 서로 상처를 주고받지 않는 관계는 있을 수 없다, 라는 전제를 한번 깔고 생각해볼까요? 관계에서 상처를 입었을 때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가 아닌 “그래, 사람이니까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해보세요. 신기하게도 억울하고 황당한 마음이 많이 풀리는 걸 느낄 거예요.

    다음은 제가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정신과 전문의, 인지행동심리전문가 선생님들께 배운 관계의 비결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나이브한 진심보다는 까칠한 매너’가 그 핵심입니다.

    주변 엄마들과 쿨하게 지낼 수 있는 관계의 비결

    첫째, 내 친구가 아닙니다. 아이 친구의 엄마로 만났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친구라고 생각하는 순간 기대하게 되고, 바라는 것이 있으면 서운한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으니 가까워지고 가까워지게 되면 관계의 거리도 좁혀져 그만큼 실수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하지만 언제라도 아이들 문제로 인해 관계가 정리되거나 재정립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때로 인생의 친구로 발전되는 관계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우 ‘불가근불가원 법칙’을 따른다면 실수와 상처를 줄일 수 있습니다.

    둘째, 친절하되 봉이 되진 마세요. 대부분의 엄마들이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조금 더 손해보고 궂은 일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주변에는 꼭 이런 엄마들의 친절함을 애용(?)하는 얄미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엄마들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보여지는 모습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에, 나의 깊은 속마음을 알 리 없으니까요. 친절한 선의도 내 본성과 기질에 맞는 범위 내에서만 이뤄져야 무리가 없습니다. 굳이 까칠할 필요는 없지만, 친절하되 단호하게!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정확하게 구분해야 합니다.

    셋째, 어느 순간 지칠 때는 서로 시간을 갖는 게 좋습니다. 너무 힘들 때는 조금 쉬는 것도 방법입니다. 아이들도 어떤 친구가 어제는 너무 좋다고 하다가 오늘은 또 너무 싫어졌다고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그 친구에 대해서 가치판단을 조금 미뤄보는 게 어떠냐”고 말하면 도움이 됩니다. 살다보면 어떤 사람이 좋아질 수도 또 싫어질 수도 있으니, 그렇게 무 자르듯이 판단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생각해보라고 하는 거지요. 잠시 쉬는 동안 오해가 풀리기도 하고 또 자연스럽게 관계의 숨통이 트이기도 합니다.

    넷째, 아이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합니다.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은 대부분 내 아이에 대한 문제에서 벌어집니다. 믿었던 엄마가 내 아이의 험담을 했다는 소리를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기도 하지요. 뒷담화 만큼 ‘순간 결속’이 강해지는 건 없다지만, 아이에 대해서만큼은 허벅지로 바늘을 찌르더라도 서로 지켜줘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게 하루하루 성장합니다. 믿는 만큼 자란다고 한 말은 내 아이뿐만 아니라 남의 아이에게도 해당된다는 걸 잊지 맙시다.

    다섯째, 그럼에도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저런 일들에 신경 쓰는 일이 머리 아프다고, 더럽고 치사하다고 해도 무엇보다 소중한 내 아이를 위해서 엄마들과의 관계를 포기하면 안 됩니다. 특히 직장맘들은 엄마들 모임에 한 두번 나갔다가 “엇 뜨거!” 하면서 발 빼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장일도 힘든데 엄마들과의 관계에까지 신경을 쓴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사소한 버릇과 성격, 식습관, 학습 태도와 능력, 교우관계, 온갖 사교육 정보와 남편과 시댁 뒷담화까지... 엄마들과 나눌 수 있는 정보는 그 양과 질에서 상상을 초월하지요. 서로 주고받는 도움은 또 어떻고요. 평일에는 전업주부들에게 다소 민폐를 끼치더라도 휴일에는 직장맘들이 나서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습니다. 서로 입장과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는 맞춰나가기 힘들지만 오히려 관계가 진전되면 전업맘과 직장맘 간의 ‘절묘한 케미’가 형성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에디터맘 송미진(도서출판 센추리원 대표)/ 중학교 1학년 아들, 초등 2학년 딸을 키우며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비교적 늦은 나이에 첫아이를 낳고 5살 터울로 둘째를 낳아 기르며 생기는 무수히 많은 육아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의 심리에서부터 엄마의 학습까지 거의 모든 종류의 육아서를 기획했다. 덕분에 대한민국 최고의 육아 전문가들로부터 1대1 멘토링을 통해 두 아이를 키우는 지혜를 얻고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끼는 이런저런 고민들을 ssongmj71@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사연이 채택되신 분께는 정성껏 만든 육아 단행본을 보내드립니다.

    카카오스토리 쏭언니의 소통육아 https://story.kakao.com/ch/mom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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