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의 커리어관리] 대기업만 고집하는 청년들에게 드리고 싶은 조언(2)
입력 2015.11.05 09:24
  • 이제와 깨달은 사실이지만, 당시 내가 그토록 원하던 대기업에 입사하지 못한 이유는 간단했다. 대기업이 요구하는 자격 조건에 미치지 못했던 거다. 그게 현실이었다. 내 꼬락서니도 모르고 무작정 매달렸다가 쓴맛을 본 거였다. 대기업 직장인들도 불만과 고민은 있다.

    요즘은 취업이 하도 어렵다 보니 눈높이를 미리 낮추는 대학생도 많다.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대기업 취업을 꿈꾼다. 대기업 들어가지 못하면 대학 생활 자체를 잘못한 거라 규정하는 학생들까지 있다. 이들은 청소나 서빙 아르바이트조차 대기업만 고집할 정도로 대기업에 대한 맹목적 충성도를 보인다. 그런 청춘들에게 왜 중소기업에 가지 않으려 하는지 물어봤다.

    보수가 적다. 인지도가 낮아서 다녀봐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작은 직장에 다니면 부끄러울 것 같다. 근무 환경과 복지가 열악하다. 제도적 정비가 미흡하다. 잡다한 일이 많다. 늦게까지 야근한다. 회사가 불안정해 원치 않는 이직을 하게 될 것이다… ….

    이런 것들이 주요 이유였다. 그러면 나는 이어서 질문한다. 대기업은 어떤 점이 다르길래 그토록 대기업을 고집하며 매달리느냐고. 대답은 보통 이런 식이다.

    폼 나 보인다. 보수가 많다. 이미지가 좋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이다. 아무래도 다들 대기업을 좋아하니까. 제도적 뒷받침이 잘돼 있어 일하기 좋을 것이다. 특히 복지 제도가 좋다. 회사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있다. 향후 장기적 경력 관리에 도움될 것이다.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

    청춘들이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데는 일부 어른들이 세뇌 아닌 세뇌를 시킨 것도 한몫할 것이다. 언젠가 모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가 “대기업에 입사 못 하는 사람은 실패한 인생”이라는 식으로 말해서 기겁했었다. 어떻게 대기업 입사 여부를 기준으로 인생 성패를 논한단 말인가!

    실제로 내가 만난 대기업 직원들은 자기가 성공했다고 평가하지 않았다. 물론 겸손의 뜻이었겠지만, 대다수는 여느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장래 커리어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상담 의뢰자의 상당수가 대기업 직장인들이라는 게 그 증거다. 그들에게도 물어봤다. 도대체 왜 그 좋은 직장에서 갈등하느냐고. 대답은 이랬다.

    일이 너무 많다. 날마다 야근이다. 경쟁적이다. 전쟁터가 따로 없다. 진급하려고 눈치 보는 분위기가 너무 싫다. 상사가 얄밉고 싫어도 내색 할 수 없다. 상사를 보면 내 미래가 암울하다.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없다. 부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결재 한 번 받으려면 한두 달은 기다려야 한다. 담당 업무가 너무 단조롭다. 기계 부속품 같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근무 지역이 수도권이 아니다… ….

    어떤가. 대기업에 대한 환상이 어느 정도 깨지지 않는가. -출처: 도서 <따뜻한 독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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