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자기소개서와 좋지 않은 자기소개서가 종류나 양식이 다양하겠지만, 그래도 싫은 것이라 칭할만한 불편함은 언급하기 어렵지 않다. 그 중 하나를 필자는 ‘저는’을 남발한 자기소개서로 꼽는다. 예를 들어, 총 3개의 문단으로 구성된 자기소개서를 접하는데, 그 모든 문단이 다 ‘저는’으로 시작되면, 여간 거슬리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개인적 취향일 수 있지만, 이건 좀 취향을 넘어 반복으로 인한 피로도나 성의 없다는 느낌이라 볼 수도 있다.
필자는 고등학교 시절에 방송반에서 PD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 시절의 동아리 활동이 얼마나 대단하겠느냐 할 수 있겠지만, 당시에 글쓰기를 하며 크게 배웠던 바가 있다. 그리고 그 배움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고 아직도 말하고 있다. 당시 1학년 처음 막 동아리에 가입했을 시기에, 거의 매일 15p에 달하는 ‘멘트’라는 것을 써가야 했다. 그리고 그걸 검사를 매일 받으며 잘못된 것들을 첨삭 받았다. 학문적이고 철학적인 사상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과정은 누군가로 하여금 읽기 불편한 요소를 없앨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그때 철칙과도 같이 배웠던 사항 중에 하나는, 절대 같은 어미를 반복해서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데요.’라는 말을 연이은 문장으로 나열하는 것이었다.
이런 사례를 보다시피, 실생활에 중요한 것을 우리는 쉽게 놓치곤 하는데요. 잘 살펴보면 작은 것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르는데요. 우리가 참 욕심이 많다고 생각되는데요.
위와 같이 같은 어미를 계속 반복하면, 읽는 사람들이 피곤함을 불편하다거나, 지루함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모든 어미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만약 ‘데요.’이었다면, 그 다음은 ‘습니다.’나 ‘하더군요.’라는 식이었다. 처음엔 다른 어미를 생각하는 것이 지독히도 힘들었는데, 점점 익숙해지면서, 필자 자신도 반복 어미의 피곤함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습관을 많이 고칠 수 있던 것도 큰 수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타인의 글을 첨삭하거나 지도를 하며, 유사한 문제를 접하게 되며 그 습관을 고칠 수 있던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필자도 독자가 되어 타인의 글을 읽을 때, 특히 자기소개서를 읽을 때의 불편함을 갖게 되는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저는’의 반복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는 말 그대로 자신을 표현하는 글이다. 당연히 주체가 누구인지 따지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자신도 모르게 반복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겪는 문제라 보인다. 물론, 무리하게 억지 생략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저는’을 사용해도 좋다. 그러나 필자가 첨삭의 입장에서 보기엔, 동일한 어미의 반복까지는 아니더라도 문단의 첫 시작은 좀 다르기 바란다. 한 눈에 어색함이나 혹은 불편함을 느끼는 감정은 어쩔 수 없기 때문이다. 글이 발전하려면, 제약이 좀 많아야 한다. 스스로 제약을 하나 둘 늘려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기술적으로나 표현적으로 성장하게 되어있다. 이번엔 ‘저는’을 줄여보자. 다른 대체 표현을 찾다 보면, 또 다른 능력이 생길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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