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표현 중에 '만능문장'이라고 필자가 부르는 것이 있다. 정확한 정보보다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막연한 말들이다. 대체로 자기소개서에서는 '배우고 느낀 점' 이나 '지원자에게 미친 영향' 등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상황 나열이 궁금한 것이 아니라, 지원자의 내면의 생각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이런 막연한 문장들을 쓰면, 글을 쓴 사람의 성향 파악이 어려워지고 때로는 성의 없게 보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서, '뿌듯하다', '보람 있다', '큰 영향을 받았다' 등의 문장이 그러하다.
특히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 '큰 영향을 받았다'라는 말은 묻는 말에 제대로 대답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런 자기소개서를 읽는 사람에게도 그다지 큰 인상을 남길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자신의 느낀 점이나 생각을 명확하게 풀어내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시시콜콜해 보이는 단어들을 사용하더라도 '만능문장'으로 끝내는 것보다 훨씬 더 좋다. 이 두 표현 사용에 따른 자기소개서의 진정성의 차이를 예를 통해서 살펴보자.
반 티에 들어갈 문구를 정하면서 반 아이들끼리 갈등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꽃미남'과 '상남자' 중 골라야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의견이 크게 차이가 나 좁혀지지 않으며 서로 자기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저는 회의를 주최하여, 서로 의견을 조율하도록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처음에는 합의를 잘 못했지만, 점점 양보를 하며 결국, '상남자'로 통일하게 되었습니다. 반장으로서 아이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대화로 해결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리더로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위의 글은 학생답기도 하고 구체적인 사연이 있어서 학생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크게 고치지 않아도 개성 있는 글이라는 점은 좋다. 물론 언급한 것과 다른 부분까지 다 조정하면 논점과 어긋나니, 제일 고쳤으면 하는 곳만 보도록 하겠다. 제일 마지막 문장이 그러하다. 이 학생은 이 사건을 통해 느낀 게 단지 '보람 있다' 인가 보다. 그전까지만 해도 생생하던 글이 저 한마디로 빛을 잃게 된다. 느낌도 자신만의 것으로 표현해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좀 다른 방식으로 고쳐보길 바란다.
차라리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의 표현이 더 좋다. 위의 글의 경우엔 순서만 바뀌어도 가능하다. “리더는 의견을 조율하고 대화로 해결하도록 돕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들어간 내용은 보다시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느낌이 좀 다르다. '만능문장'을 배제하고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실제 쉽게 표현할 수 있는 '보람', '뿌듯함' 등의 단어들 때문에 오히려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어렵게 되기도 한다. 생각해보지 않고 그냥 써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면 끝나니, 고민의 여지가 사라지는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써야 할지를 머릿속에서 수차례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해야만 한다. 따라서 쉬운 문장, 즉 ‘만능문장’은 쓰지 않으려 노력해보자.
필자가 실제 지도했던 학생 중, 글쓰기 실력이 눈에 띄게 늘었던 사례가 기억난다. 그 친구에게는 '제약'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을 취했다. 예를 들어, 앞에서 언급한 류의 단어 사용을 금지하거나, 마지막 문단이 물음표로 끝나는 것을 금지하는 식이었다. 처음엔 힘들어하던 학생도 점점 적응하며 대체 가능한 다른 표현들을 열심히 찾아 나섰다. 결국, 처음 글 솜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다른 표현을 찾으려 노력해보자. 자신의 글이 업그레이드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선은 위 ‘만능문장’부터 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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