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6월 평가원 모의평가의 기본원칙은 ‘오류 없는 문항 만들기’였을 겁니다. 나라가 떠들썩했던 ‘수능 오류’ 이후 오류 없는 출제에 골몰했을 거고요. 난도가 높아지면 헷갈리는 문제가 많아지고 정답 의혹도 커지죠. 그러한 상황을 줄이려다 보니 난도가 낮아졌고, 학생들이 대학 수학에 필요한 능력을 갖췄는지 변별하는 ‘시험’으로써의 기능이 손실될 수밖에 없었어요. 올해 수능 난도요? 6월 모의평가만큼 낮진 않겠지만 작년 국어 B형만큼 어렵지도 않을 겁니다.”
강상희 박사(상상국어평가연구소 평가위원장)는 경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중·고등학교 과정 교과서 심의위원, 외무고등고시·입법고등고시 출제위원을 거쳐 수능 출제위원을 8회 역임한 수능 국어 전문가다. 그가 현재 몸 담은 상상국어평가연구소의 5월 모의고사는 지난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문항을 상당수 적중했다.
수능 국어의 맥을 짚는 그가 강조하는 영역은 ‘문학’이다. 강 박사는 “수험생들은 비문학에 대한 부담감이 큰 편이다. 비문학을 풀 때 늘 새로운 지문을 직면한다고 느낀다”며 “하지만 실제 시험 결과를 보면 대개 틀리는 문항은 문학”이라고 말했다. 수험생이 어려워하는 문항 가운데 1~2문항은 문학에 집중될 만큼 높은 변별력을 나타낸다. 오답률도 적게는 30%에서 높게는 50%까지 나타난다.
현 수능 국어 체제에서 강 박사가 조언하는 문학 오답을 줄이는 법은 ‘비문학처럼 풀라’는 것이다. 대부분 수험생이 그러하듯 출제자 의도를 파악하거나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말고, 비문학을 풀듯 논리적으로 읽고 이해하라는 것이다. 강 박사는 “현 체제는 오류 가능성을 줄이려다 보니 문학이 가진 고유의 특징을 드러내기보다 비문학처럼 읽고 풀도록 하는 추세로, 난도 역시 그리 높지 않다”며 “문학적 용어의 이해나 감수성 등은 20%로 줄이고, 80%를 비문학 지문을 읽듯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EBS 교재 연계율과 관련 폭넓은 학습량에 부담을 느끼는 수험생들을 위해 “문법은 EBS 교재를 반드시 숙지해야 하지만, 화법과 작문은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영역”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화법과 작문은 EBS 교재를 숙지하지 않아도 유형을 익혀두면 풀 수 있는 영역이 바로 화법과 작문”이라며 “하지만 문법은 반드시 EBS 교재와 강의 등으로 감각을 익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문학과 관련해서는 “이제는 핵심적인 측면, 출제 가능성이 높은 지문들에 정진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EBS 교재에 비문학 지문이 많이 실려 있는데 그중 대다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는다. 교육적 측면 외에 사회·문화적 상황 등을 고려해 출제과정에서 추려내다 보면 상당수 지문은 출제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따라서 문제풀이 과정을 거치면서 출제 가능성이 높은 지문을 선별해 마무리 공부에 돌입해야 한다.
국어평가전문회사 이매진C&E의 대표이사이자 상상국어평가연구소 모의고사를 관할·출제하는 강상희 박사와 함께 수능 국어에 대해 이야기했다.-
-
- 강상희 상상국어평가연구소 박사.
-
Q 국어 B형은 A형보다 어려운 과목이다. 전문가들은 A형과 B형이 같은 등급 기준 2~3점 정도 차이가 나야한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6월 모의평가 B형의 1등급 컷은 100점으로 한 문제만 틀려도 등급이 내려갔다. 난도 조정 실패의 원인을 무엇이라 보는가?
A 수준별 고사 출제 방침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기본 원칙은 수준별로 난도가 높은 시험과 낮은 시험을 치른다는 것이지만 이상에 불과한 모델임이 드러났다. B형은 조금 어렵게, A형은 그보다 덜하게 시행하려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인문계와 자연계를 형식적으로 구분하는 정도의 기능밖에 못했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내년부터 A·B형이 통합되는 이유도 실효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간 의미 있는 시행착오를 겪은 셈이다.
Q 강상희 박사와 상상국어평가연구소 모의고사 출제위원들은 지난 6월 모평 국어를 어떻게 평가하나?
A 6월 모평의 기본원칙은 ‘오류 없는 문항 만들기’였을 것이다. 지난해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능 오류’를 줄이겠다는 대외적인 표방은 없었더라도 아마 오류 없는 문항을 출제하기 위해 골몰했을 것이다. 그 다음 원칙은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난도 부여’가 아니었을까 싶다. 변별력을 제대로 갖추기 위해 난도를 조정하다 보면 오류 가능성이 커진다. 문항이 어려울수록 오류 시비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난도가 높아지면 헷갈리는 문제가 많아지고 정답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혹도 커진다는 얘기다. 그러한 상황을 줄이려다 보니 난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시험, 평가란 학생들이 대학 수학에 필요한 능력을 적절히 갖췄는지 변별하는 것인데 그런 기능이 상당히 손실됐다. 실제 수능은 6월 모의고사만큼 난도가 낮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어려워지겠지만, 작년 국어 B형만큼은 아닐 것이다.
Q 문항 출제 시 평가원이 몸을 사린다는 소리로 들린다. 그렇다면 9월 모평이나 수능에서도 신유형 등은 등장하지 않을 것 같다.
A 6월 모평에서도 조금씩 유형 변화가 보이긴 했지만 아주 적은 부분이라 체감율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새로운 유형에 대한 시도 역시 ‘오류 최소화’ 등의 이유로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 수능 체제가 가장 요구받고 있는 사안 중 하나가 ‘오류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응하려면 난도를 낮추면서 새로운 유형이라는 모험을 택할 순 없을 것이다. 올 수능에서도 새로운 유형은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유형에 대한 두려움, 부담감 등은 덜어내도 좋다. 조금 새로워지는 문항이 있더라도 기존에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Q 올해도 쉬운 수능 기조를 이어간다고 했을 때, 국어의 변별력은 어떻게 될까? 국·수·영 등 주요 과목의 변별력 실패로 ‘탐구영역’의 변별력 확대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다.
A 변별력이란 ‘추려내는 것’이다. 그간 결과들을 봤을 때 오히려 수학에서 많은 수험생이 추려질 것이다. 수학 내에서 추려진 집단은 또 다시 국어로 걸러질 것이다. 그 뒤 탐구에서 변별되지 않을까 싶다. 수학, 국어로 추려진 소집단 내에서 탐구로 최종 변별력이 확보될 것이라는 얘기다. 수학은 인문계든, 자연계든 중요하다.
Q 텍스트 읽기, 기출문제 반복 등 수능 국어의 기본에 대한 입시전문가들의 견해가 제각각이다. 강상희 박사가 꼽는 수능 국어의 기본은 무엇인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과목인가?
A 수능 국어 본질이 ‘텍스트 읽기’라는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수능이 읽기 시험에 기초한다는 것은 명확하다. 화법, 작문, 글쓰기 등의 평가 영역도 있지만 실제로 수능 시험에서 나타나는 양상을 보면 ‘읽기’가 우선이다. 읽기 능력이 최대화돼야 화법, 작문, 비문학, 문학 등도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구체적인 공부법으로 제시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기출문제를 반복하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기출문제를 어려운 용어로 표현하면 ‘상호 텍스트’다. 기출문제는 수험생뿐 아니라 출제자에게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수능 출제위원들은 문항 출제 시 기존 출제물들을 끊임없이 참고하며 인용, 변형한다. 그렇게 매번 새로운 수능, 모의고사 문제들이 탄생하기 때문에 수험생도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걸로 끝내서는 안 된다. 기출문제가 지닌 특징들을 잘 반영한 콘텐츠로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 기출문제가 빛을 발한다. 기출문제와 유사한 수준의 모의고사 등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공부가 완성되는 것이다. 당연히 그 바탕엔 ‘읽기’가 있다.
Q 올해 수능에서는 6월 모평에 비해 난도가 약간 오른다고 내다봤다. 역시 고난도 문제 몇 개 문항이 출제된다는 것인가?
A 그렇다. 평가원이 주관한 모의고사나 수능 결과를 보면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문항의 구성들이 비슷하다. 문학 2~3문제, 비문학 1~2문제, 문법 1~2문제 정도다. 수험생은 비문학을 풀 때 늘 새로운 지문을 직면한다고 느낀다. 비문학에 대한 필요성과 부담감이 좀 더 큰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시험 결과를 보면 대개 틀리는 문항은 ‘문학’에 집중돼 있다. 문학에서의 변별도가 가장 높다. 문학 역시 1~2문항으로 높은 변별력을 드러낸다. 올 수능도 문학 2~3문제, 비문학 1~2문제, 문법 1~2문제 등 5~6문항이 변별력을 가르는 구성일 것이다. 오답률이 적게는 30%에서 높게는 50%까지 나타나는 문제들이다.
Q 위에서 언급한 영역들 중 문학에 대한 조언을 듣고 싶다.
A 문학을 ‘비문학처럼 풀라’고 말하고 싶다. 이유는 우선 난도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오류 가능성을 줄이려다 보니 문학이 가진 고유의 특징을 드러내기 보다는 비문학처럼 논리적으로 읽고 이해하고 풀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하지 말아야 한다. 80%를 비문학 지문을 읽듯이 읽고, 문학적 용어의 이해나 감수성 등은 20%로 좁혀야 한다.
지난 6월 모평에서 현대시가 A형과 B형에서 공통 출제됐는데, 오히려 자연계열 학생들이 덜 어려워했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문학을 잘 푼다는 의미가 아니다. 현대시 문제를 풀 때에도 자연계 학생들의 전형적인 사고 패턴이 적용됐을 것이다.
비문학에서도 언급하면, 수험생들 나름의 비문학 공부 패턴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 패턴이 형성되지 않았다면, 가장 기초적인 읽기 방법부터 시작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주어, 서술어 찾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분석적인 ‘뜯어 읽기’를 습관화하라는 것이다. 제대로 읽기 능력만 갖춰지면 어떤 내용의 지문이 나오든 대응이 가능해진다. 꾸준한 학습으로 한 번에 점프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비문학이다.
Q 수능을 두 달 가량 앞둔 현재, 수험생들은 어떤 전략을 갖춰야 하나? EBS와 기출문제 풀이,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A EBS 교재 연계율이 70% 상회한다고 발표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EBS의 교재의 지문이나 문제들이 일부만 반영되거나 크게 변형돼 그 연계성을 체감하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EBS 교재에 올인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EBS를 공부하지 않을 수는 없다. 연계가 적다해도 기본 바탕은 EBS 교재에 70% 비중을 두므로 작은 개념, 몇 문장정도가 (EBS에서) 나왔더라도 그것을 익힌 수험생과 익히지 않은 수험생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EBS를 깊이 있게 공부하기엔 양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교재가 3종으로 줄긴 했으나 분량은 굉장하다. 그래서 구체적인 학습법을 제시하면, 화법과 작문은 EBS 교재를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 유형을 익혀두면 풀 수 있도록 출제되는 영역이 바로 화법과 작문이다. 시험 시 지문들을 꼼꼼하게 읽고 이해하면 해결할 수 있도록 출제된다.
하지만 문법은 EBS 교재를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비문학의 경우, EBS 교재에 비문학 지문이 많이 실려 있는데 그중 대다수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실제 수능에서 출제되지 않는 것들이다. 교육적 측면 외에 사회·문화적 상황 등을 고려해 출제과정에서 추려내다 보면 상당수 지문들은 출제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남는 지문들은 아주 소수인데, 이러한 경우도 있다. 상당히 좋은 글임에도 해당 분야 전문가가 없어 출제할 수가 없는 것이다. 출제 오류 방지를 위해 이러한 경우에는 해당 지문이 활용될 수 없다.
수능 100일 전까지 폭넓게 공부했다면 이제는 핵심적인 측면, 출제 가능성이 높은 지문들에 정진해야 한다. 출제 가능성이 높은 지문을 찾기란, 요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문제풀이 과정을 거치면서 안목을 얻으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EBS 교재는 공부해야 한다. 하지만 영역별로 주안점을 둬야하는 부분이 따로 있다. 화법, 작문은 조금 소홀히 해도 큰 영향은 끼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문법은 필요하다. 문학과 비문학은 EBS 교재에 많은 작품과 지문이 실려 있지만 그 중엔 출제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들이 상당하다. EBS 교재 전체를 못 풀었다고 당황하지 말고 선별해서 공부하길 권한다. 선별된 지문이나 작품 등이 다수 탑재된 모의고사 등을 통해 실력을 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Q 출제 가능성이 높은 작품과 지문 등에 대해 묻고 싶다. 수험생들이 문학이나 비문학에서 이러한 작품, 지문을 선별하기 쉽지 않을 텐데.
A 교사나 강사들이 강조하는 중요한 작품이나 지문이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마다 중시하는 콘텐츠에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것들을 중심으로 훈련한다면 보다 유리할 것이다. 상상국어평가연구소의 상상국어 모의고사도 중요한 내용들을 중심으로 문항들을 출제하고 있다. 수험생 개인이 스스로 선별하기 어렵다면 이러한 도움을 통해 두려움을 줄일 수 있다.-
-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