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순공시간을 챙겨라!
입력 2015.07.15 10:32
  • 얼마 전 컨설턴트들과 요새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줄임말들을 보고, 얼마나 알고 있는지 체크해본 적이 있다. 반도 체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별걸 다 줄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찬가지로 학생들 입을 통해 최근에 듣게 된 말이 있다. ‘순공시간’이라는 말이다. 처음에는 이게 대체 무슨 말인지 몰라 가만히 앞뒤 맥락을 통해 이해해보려 했다. 그러다 보니 이게 순수 공부 시간의 줄임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참 요새 아이들은 줄임말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순수 공부시간에 대해 이해하고, 실천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순수 공부시간은 매우 중요하다. 필자는 진짜 공부를 하려면 14시간 앉아서 공부하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었다. 물론 수능을 목전에 둔 아이들에 한해서지만, 실제 공부 시간이 이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야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래서 기특하기도 하고, 칭찬하려던 찰나 아이의 입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앉아있는 시간은 12시간 가까이 되는데, 순공시간은 8시간 밖에 안돼요.” 라며 울상을 짓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를 보여주었는데, 시계가 신기하다. 따로 시간을 누적해서 기록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걸로 순수 공부시간을 체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플리케이션으로 있다고 한다. 공부의 기본은 알고 있고, 도구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손만 뻗으면 내 공부에 도움 되는 요소들을 무궁무진하게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의지와 실천에 있었다.

    아이를 돕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에 유심히 관찰을 해보았다. 대체 무슨 문제가 있길래, 실제 공부시간이 4시간이나 차이가 나는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반나절이 채 지나기 전에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 친구는 무엇보다 ‘준비’와 ‘질서’를 중시했다. 실제 공부시간을 체크할 정도로 꼼꼼하고 의지도 있었지만, 바로 그런 꼼꼼한 준비 정신이 되려 독이 되었다. 예를 들어, 공부 시작 전 준비 시간이 꽤 많이 들어갔다. 우선 책을 꺼내서 곱게 쌓아두고. 필기구를 펴서 쓸 것들을 정리해둔다. 그리고 물컵에 물을 담아 목마를 것을 대비하고, 공부 중에 배고프지 않기 위해서 초콜릿 등의 간식도 꼭 사둔다. 너무 준비 자체에 들이는 공이 크다 보니까 공부 자체에 몰입하기 전에 이미 어느 정도 지쳐있다. 완벽한 세팅을 하려 들지 말자. 앉자마자 바로 내 공부할 것만 펴서 봐도 무리 없어야 순수 공부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 시험 현장이 지금 내 공부 공간과 같지도 않는데, 너무 안락하고 익숙한 환경을 만들려는 시도를 습관처럼 하는 것이 걱정이다.

    또 지나치게 자주 보는 시계도 문제였다. 스스로 순수 공부 시간을 챙겨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가 보다. 공부가 한 단원, 혹은 한바닥이 끝나면 재깍 시계를 본다. 그리고 공부 시간에 얼마를 썼는지 기록한다. 그리고 나서 공부로 다시 돌아온다. 그런 식의 반복을 하다 보니, 되려 집중을 생각보다 잘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순수 공부 시간을 챙기라는 것은 딴 생각하지 말고, 집중해서 공부하라는 것이지 그렇게 시간을 체크하는 데 힘을 쓰라는 것이 아니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 이런 작은 행동이나 요소들이 자꾸 아이가 공부에 온전히 다 쏟아낼 수 없게 하는 요소로 여겨졌다. 데이터화된 ‘순공시간’ 체크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그것보다 한 시간을 공부하더라도 그 내용이 다 내 머릿속에 들어갔는지가 더 중요하다. 공부법이야 큰 틀에서는 같은 맥락을 갖더라도 사람마다 맞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을 수밖에 없다. 순수 공부시간을 챙기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중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거기에 너무 목메지 말자. 시간 체크에 너무 온 힘을 다 쓰면, 공부에 쓸 힘이 남아나지 않는다. ‘공부를 하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정도로 쓰자. 그러면 스트레스도 안 받고, 결과물이 주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늘 말하지만, 우리는 인간이다. 기계처럼 딱딱 들어맞기 힘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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