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창훈의 독서 컨설팅 ‘심리학이 밝혀주는 독해력의 비밀’] 정독을 해야 하나, 다독을 해야 하나?
입력 2015.05.26 10:37
  • “정독을 해야 합니까? ‘아니면’ 다독을 해야 합니까?”라고 묻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글을 읽는 방식으로서 정독과 다독은 양립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국어사전에서는 정독은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읽는 것’이라고 하고 다독은 ‘많이 읽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읽으려면 많이 읽을 시간이 없거나, 많이 읽으면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읽을 여유가 없어지는 것일까요? 매일 생활하는 한정된 시간 중에서 독서를 하다 보니 정독과 다독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전적 의미가 말한 대로 뜻을 새겨 가며 자세히 읽는다 해서 반드시 시간을 평소보다 더 많이 사용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많이 읽으려면 반드시 건성으로 읽을 수밖에 없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정독하면서 다독할 수 없고 다독하면서 정독할 수 없다고 믿는 이유는 글을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능숙하게 글을 읽고 이해한다는 것은 빠르게만 읽을 수 있거나 시간을 많이 사용하여 깊이 이해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능숙한 독자는 적정한 시간 내에 글의 의미를 파악할 수가 있는 사람입니다. 글을 읽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추론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의 뇌는 특정한 표현을 보고 연관된 내용을 떠올리기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글을 읽으면서 내용의 흐름을 이해하고 문맥을 살필 수 있는 사람은 시냇가에서 어느 쪽에 물고기가 있을지 예상하고 그쪽으로 그물을 모아서 물고기를 잡듯이 어떤 방면의 생각을 하는 것이 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지를 잘 알고 이것을 실행합니다.

    깊이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정독을 하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 아니라 정독에 능숙하지 못해서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반대로 다독을 할 때 글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신속하게 정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충 이해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정독을 하는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글에 담긴 저자의 생각을 추측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단서를 충분히 포착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 능력 중에는 저자가 어떤 단어를 사용한 이유‧의도를 이해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다른 단어도 아닌 바로 그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을 통해 저자의 머릿속에 들어 있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단어의 여러 가지 의미와 용법을 알고 있다면 이것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단어의 다양한 의미는 어휘 교재를 보고 익히는 것이 아니라 독해를 하면서 자주 만남으로써 익혀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는 글을 많이 만나야 합니다. 따라서 다독이 필요합니다.

    다독을 통해서 정독하는 데 필요한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고, 정독에 능숙해질 때 비로소 글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런 의미에서 정독이 중요하나 다독이 중요하나의 판단은 무의미합니다. 정독을 통해 저자의 생각을 찾는 기적을 익히고, 다독으로써 그 기술을 숙련하기 위한 연습으로 삼기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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