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듀] “취업률 90% 넘는 인문계 학과… 비결은 실무·인성 중심 교육”
입력 2015.05.15 12:08


  •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최근 전문대, 4년제 대학, 대학원 이상 졸업자 66만70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률 심층 분석’ 자료에 따르면, 순수 인문계열 출신의 취업률(42.1%)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예체능계열의 취업률도 44.6%로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고, 경영·경제학과가 포함된 사회계열은 절반을 약간 웃도는 56.6%를 기록했다. 취업에 강한 전공은 역시 의약계열과 공학계열로 각각 66.8%와 66.7% 수준이었다.

    인문계열이 취업에서 약세를 보인 가운데 눈에 띄는 취업률을 보인 학과들이 있었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94.3%), 서울대 소비자학전공(93.8%), 한국외대 베트남어과(93.8%), 중앙대 지식경영학부(93.2%), 전북대 아동학과(93.2%), 서울대 농경제학전공(90.0%) 등 6개 학과다. 이 학과들의 취업률이 높은 비결은 무엇일까? 고려대 서어서문학과와 전북대 아동학과의 사례를 짚어봤다.

  • <안영옥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장>

  • ◇중남미에서 한 학기 수학 등 현지 중심 실무 교육 성과
    고려대 서어서문학과의 취업률이 높은 것은 재학 중 한 학기를 현지(스페인이나 중남미 국가들)에서 수학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나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현지를 다녀온 후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라틴아메리카통합기구(ALADI), 유엔 중남미카리브경제위원회(ECLAC), 미주기구(OAS) 등의 국제기구 인턴십을 통해 실무를 경험할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영어와 스페인어라는 세계 5대 언어 중 2개의 무기를 지닌 데다, 문학 및 지역학, 문화 등의 전공과목을 통해 글로벌 마인드를 기르게 한다. 또한 전공과목을 통해서뿐 아니라 교수진과의 소통을 통한 인성 교육으로 창의력과 도전정신, 공감력 향상 등을 배양하는 것도 특징이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출신의 사회진출 반경은 상당히 넓다. 2013년과 2014년에 졸업한 학생 중 38명의 취업 현황을 보면 회계법인과 은행,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무역회사, 식품기업, 건설회사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있다. 삼성, 대우, 현대, 효성, LS, 포스코, KT 등 국내 굴지 기업뿐 아니라 조선일보,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언론계에서 활약하거나 공군·육군 등 군 기관에 몸담은 경우도 있다.

    안영옥 고려대 서어서문학과장은 “영어와 스페인어 실력을 기본으로, 스페인과 중남미 현지에서 쌓은 실무 감각과 인성교육을 통한 인격 소양으로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인재상에 부합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학과 내에서 취업 특강을 여는 등 학과 자체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안 학과장은 “매년 본교 출신이 참여하는 취업 특강과 ‘고려대 서문인 광장’이라는 페이스북 클럽을 통해 졸업생과 재학생의 네트워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며 “졸업생과 재학생이 소통하는 ‘서문인의 밤’ 등의 행사를 통해 자연스러운 멘토링도 진행된다”고 전했다. 

    다양하게 짜인 커리큘럼도 취업률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는 어학과 문학, 지역학과 문화 등 외국 학문을 공부하려는 학생들이 알아야 할 내용을 모두 제공할 수 있게끔 서구와 비서구를 아우르는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배운 내용을 재학 중 양 대륙에서 체험할 수 있고, 그것을 인턴십을 통해 체화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안 학과장은 “과학 기술이 중심이 되는 현대 사회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도록’ 인문학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며 “고려대 서어서문학과는 이러한 이념을 바탕에 두고, 그 위에 해당 지역의 언어와 문화, 문학 및 지역학을 가르치며 타인에 대한 배려심 등 윤리의식을 심어주는 과정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영환 전북대학교 아동학과장>

  • ◇현장 실습 중심 수업 효과… 아동학과 출신 활동 범위 더 넓어질 것

    아동학과는 아동의 신체・사회・정서・인지 발달에 대한 이론적 지식을 배우고 이를 기초로 영유아 보육과 아동상담 및 육아지원 현장에서의 실천적 능력을 기르는 것을 주된 목표로 하는 학과다.

    이영환 전북대 아동학과장은 “최근 세계 각국이 영유아 보육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책임을 더욱 강조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영유아 보육과 건강가정지원센터, 아동상담센터 등 아동 전문가가 활동할 수 있는 현장이 확장되는 추세”라며 “영유아 교육 프로그램이나 영유아발달 관련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아동가족정책 개발 등의 분야에서도 아동학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아동학과 출신의 활동 영역은 더 넓어질 것이란 얘기다.

    “저출산 추세로 아이들 수는 줄고 있지만,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취업모(워킹맘)의 증가와 같은 현대사회의 가족구조 변화로 인해 영유아 보육 수요는 급증하고 있어요. 영유아 보육의 질에 대한 국가와 지역사회 차원의 관심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영유아기에 1달러 투자하면 미국 경제에는 8.6달러 이득이 생긴다’는 美 제임스 헤크만 교수(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의 보고 이래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유아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3~5세 누리과정(3~5세 무상교육)을 통해 유아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죠.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영유아 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는 계속 확대될 것이며, 이에 따라 아동학 전공자의 활동 역시 더욱 중요하고 다양해질 전망입니다.”

    2013년과 2014년 졸업생 기준으로, 전북대 아동학과 졸업생은 어린이집과 건강가정지원센터, 아동상담센터, 복지센터, 대학·연구소 등에 많이 포진해 있다.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곳은 전국 직장 어린이집이다. 군산 현대중공업과 광양 포스코, 여수 LG화학, 대전 한화금융, 여수시청, 세종 KDI, 분당 IBK, 서울 롯데백화점, 충남 태안 태화, 완주 LS엠트론, 군산 두산인프라코어, 나주 한전 KDN, 나주 한전빛사랑, 서초 푸르니, 광주 금호, 전주 산업단지 등 사내 어린이집에 재직 중이며, 국공립의 경우 군산 온누리어린이집, 서울 종로 생명숲어린이집, 논산 은진어린이집, 전주 서신어린이집 등에 진출해 있다.

    2013년 이전 졸업생들의 경우는 교사나 교수가 된 사례도 많다. 전북대 일반대학원(생활과학과, 심리학과), 한신대 일반대학원(재활학과), 명지대 일반대학원(아동학과) 등 석사 과정을 밟거나 박사 학위를 취득, 아동학 관련 학과 겸임교수나 전임교수로 일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일정기간 보육 경력을 쌓은 후 육아종합지원센터의 보육전문요원으로 일하거나 어린이집 현장관찰자, 평가인증 컨설턴트 등으로 근무하고, 전주시 건강가정지원센터, 굿모닝 재가복지센터 등 현장에 있는 아동학과 출신도 있다.

    전북대 아동학과는 실습 중심 수업을 진행한다. 재학생의 경우 어린이집 관찰 실습 및 보육 실습의 지원이 이뤄지고, 매년 졸업 작품 전시회와 동심제(어린이동극 공연) 등의 행사를 지도하며 서울 상상나라와 유아교구전시회와 같은 견학 프로그램도 이뤄진다. 방학 중에도 어린이집이나 건강가정지원센터, 각종 상담센터 등의 현장 실습을 진행하며, 동화구연, 청소년상담사와 같은 전공 관련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도 실시한다. 보육 및 아동・가족 상담기관, 건강가정지원센터 등 다양한 아동・가족 관련 기관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학생들에게 현장실습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아동가족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키우고 진로를 계획하도록 돕고 있다.

    직접적인 취업과 관련한 프로그램으로는 현장 실무자를 초빙해 진행하는 취업 특강 및 세미나와 취업 준비 동아리(보육, 상담 분야) 등을 마련했다. 또한 지방대학특성화사업(CK-1)에도 선정돼 현장탐방과 현장실습, 해외봉사활동, GLP(Global Leader Program), 다양한 주제의 취업·전문가특강 등의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 것도 취업률 강세의 요인이 됐다. 졸업생에게도 학과 차원의 취업 지원이 이뤄진다. 취업 후 정기적인 데이터 업데이트를 통해 졸업생과 재학생의 멘토-멘티활동을 독려하고 평생지도교수제 운영으로 졸업생에게 꾸준한 상담과 지원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 덕분에 전북대 아동학과는 지난 2013년 취업률 75.9%를 기록, ‘취업률 우수학과’로 선정됐고, 2014년에도 취업률 87.5%를 기록했다. 2014년 2월 졸업생의 경우는 전원이 취업에 성공했다. 2015년 5월 현재는 94.12%의 취업률을 나타내 실질적으로 외국인학생을 제외하면 100%가 취업해 있는 상태다.

    이 학과장은 “아동 교육 현장은 미술, 음악, 문학, 수학, 과학, 언어 등 다양한 영역을 통합하는 활동을 요구한다”며 “인문학과 음악・미술・체육 등 예체능 전공자들이 앞으로 영유아 발달의 이해를 넓히고 영유아 현장 경험을 익힌다면 영유아와 관련된 다양한 직업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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