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개선위원회가 ‘수능 출제오류 개선 및 난이도 안정화 시안(이하 수능 개선 시안)’을 발표하며, 수능 영어영역과 EBS 교재 지문 연계 방식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수능 개선 시안 발표 후 입시전문가들은 “(수능 개선 시안이 적용되면) 올해 수능부터 영어 난이도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에 발표된 수능 개선 시안은 “2017학년도까지는 영어와 EBS 교재 연계율을 기존의 70%로 유지하되,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는 문항 비율은 점차 축소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히 지문 암기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대의 파악’이나 ‘세부 정보’ 등을 묻는 문항에 한해서는 EBS 교재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충권 메가스터디 영어영역 강사는 “무작정 EBS 지문을 그대로 가져다 출제하는 방식은 실질적인 영어 실력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수능은 적당한 난이도와 변별력을 가져야 수험생에게 도리어 유리하다. (어제 수능 개선 시안 발표는) 지난 12월 발표한 수능 방향을 뒤집은 것인데, 앞으로 이것을 한 번 더 뒤집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기에는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이번 발표에 따라 수능 영어 난이도는 분명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미정 김영일교육컨설팅 교육연구소장도 “출제위원들도 교과서와 EBS 교재 지문 간 연결고리가 떨어졌다는 지적을 한 만큼 이러한 의견이 반영된 난이도 조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쉬운 수능’으로 가겠다던 정부의 당초 계획과 달리 이번 수능 개선 시안 발표로 올해 수능부터 난이도 상승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충권 강사는 “수능이 쉬우면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된 판단이다. 수능이 쉽다고 해서 수험생 숫자가 줄어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수능을 쉽게 내는 것은 수험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문제 실수로 대학에 떨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과연 이 정책이 수험생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번 개선안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들 하는데 그래도 발표대로 시행한다면 수험생 부담은 훨씬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EBS 교재 연계방식을 검토하되 변별력 있는 몇 개 문항만 갖춰진다면 난이도가 정상화될 것이고, 수험생도 기존의 소재 암기식 학습이 아닌 진정한 영어 실력을 키우는 데 더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미정 김영일교육컨설팅 교육소장은 개선안 실행에 앞서 ‘쉬운 수능’이라는 용어부터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EBS 연계를 강요하다보니 여기서 벗어나면 어렵다는 인식이 생긴다. 문제 출제에 활용된 어휘나 문법 자체가 쉬워야 쉬운 수능이지 익숙한 지문 활용률을 높인다는 게 쉬운 수능은 아니다. 난이도의 초점이 EBS 지문 연계 등 ‘베끼는 범위’에서 벗어나, 상식과 교과과정 중심의 ‘출제 방향’으로 옮겨가야 진정한 ‘쉬운 수능’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미정 소장은 또 “말로만 쉬운 수능, 쉬운 영어를 강조하지 말고 고등학교 교육과정만으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수능이라는 인식을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올해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난이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수능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이충권 강사는 “EBS 출제 방식이 바뀌어도 공부법은 똑같다. 흔히 범하는 오류가 고3때부터 기출문제를 푸는 것인데 이는 잘못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 강사는 “3월과 4월에는 아직 문법이나 구문 실력이 완벽하지 않은 시기다. 따라서 기출문제를 풀면 해답지 해석에 끼워 맞추는 식의 공부밖에는 안 된다. 5월전까지는 기본기 학습에 충실하며 영어 한 문장, 한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하는 방법을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하반기가 시작되는 7월부터는 다양한 난이도의 문제를 접해봐야 한다. EBS 연계 교재뿐 아니라 평가원, 수능 기출 문항들을 풀면서 EBS 교재와 연계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대비해야 하고 9월과 10월에는 수능시험과 동일한 조건에서 모의고사를 최소 주 1회 풀어나가면서 실전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등 시간 단축에도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미정 소장은 “중하위권 학생이라면 지문을 암기하는 식으로 공부한 경우가 많을 텐데 이럴 경우 유형이 같고 출제 방향이 같아도 생소한 지문을 만나면 당황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교과서 어휘를 모두 숙지하고 듣기 등을 꾸준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상위권 학생이라면 영자신문이나 원서 등을 접하고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빈칸 채우기, 추론문제 등 고난도 문제에 대비하는 게 좋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EBS 지문 연계 방식이 변하더라도 변별력을 위한 문제들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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