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정의 우리 공부합시다] 문제집의 가짓수를 줄여라
입력 2015.01.28 09:13
  • 얼마 전 만난 한 학생과 상담을 하며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공부하고 있는 책을 가져오라고 했더니, 책이 한아름이다. 수학책 6권, 국어책 3권, 영어 책 5권. 과목이 다양한 것이 아니라, 각 과목마다 책이 3권 이상 되는 것이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하나는 개념서, 하나는 연습용, 하나는 기출 문제, 하나는 모의고사 풀이용, 하나는 어려운 문제 공부용이라고 한다. 이유도 있고 이해도 되고 나름 논리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상담을 하며 아이의 눈빛이나 표정이 매우 어둡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학생 본인에게 의사를 물었다. 공부가 재미있는지, 힘들지는 않는지. 그러자 학생이 왈칵 눈물을 쏟으며 참던 감정을 쏟아냈다. 참으며 공부하는데, 생각보다 공부가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참는다는 마음이지 공부가 재미있거나 흥미가 생긴다거나 실력이 오르는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부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한다. 학년이 오를수록 양도 많아지고 할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가 참 착하고 성실하다. 참고 그 동안 해온 것을 보니 말이다.

    아이를 진정시키며 공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냈다. 공부는 자기를 위한 것이어야지, 남을 위하거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면 안 된다는 말과 함께 공부에 재미를 부여하기 위한 고민을 함께 했다. 이 친구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는 제대로 마친 문제집이 없고, 동시에 많은 양을 채우기에 급급해 스스로도 익히고 있는 지식의 양이 매우 적다는 것이었다. 과감하게 문제집의 개수를 줄였다. 일단 수학은 개념서 1권과 유형서 1권으로만. 국어는 비문학 먼저 하고 문학은 비문학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다시 하기로 1권으로 정했다. 영어는 단어장 1권과 독해 1권으로 전체적으로 문제집 가짓수를 과감하게 줄였다. 그러면서 차라리 빠른 시간 안에 다 끝맺고 다음 권으로 넘어가자고 이야기를 했다.

    일주일 후, 아이를 다시 만났다. 아이가 훨씬 밝아지고 자신감도 찾은 듯 하다. 자기 스스로 풀어놓은 문제집의 양이 꽤 많다는 사실에, 진도가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는 것에 매우 만족한 듯 하다. 그렇게 눈에 띄게 해내는 양이 많아지고, 깊이 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자 스스로 공부를 했다는 마음도 드는 것 같았다. 아이는 한 권을 마치고, 그 다음 권을 마쳐가며 공부에 재미를 붙이게 되었다. 되려 여러 권의 문제집을 조금씩 진행해 진도가 더디 나가던 것에 비해 더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양의 문제집을 마칠 수도 있었다.  

    문제집의 가짓수가 늘어나면, 성취감이 떨어질 수 있다. 공부한 것들을 가시적으로 모아놓고 스스로 확인하는 것도 공부의 재미 중에 하나이다. 차라리 가짓수를 줄이고 ‘이것만’ 빠른 시일 안에 마치자고 독려하는 것이 아이의 공부를 위해서 긍정적이다. 아이의 문제집 수가 많은지 먼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하나라도 잘 해야 다른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살아가며 지속적으로 느끼고 있는 불변의 진리 아니던가.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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