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네 미국이야기] 엄마 친구 사귀기
입력 2015.01.21 10:00
  • 안녕하세요, 오늘은 미국 와서 새로 사귄 친구들에 대해 쓰려 합니다. 사실 아직도 제일 어렵고 힘든 부분이라 현재진행형인 일이지요. 저희 가족은 이 넓은 LA는 물론 외국 어디에도 친척 한 명 없이 미국을 온 경우입니다. 친구들은 몇 명 있지만 넓은 땅이라 띄엄띄엄 떨어져 살고 있어 한국 같은 교류를 기대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 지난 4년 좀 넘는 기간 동안 어떻게 친구들을 사귀고 있을까요?

    저의 경우는 대부분 아이들과 관련된 동네 친구를 만나고 있습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이 지금 사는 동네에 왔을 때 딸아이의 댄스학원에서 만난 엄마들과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애들 모두 검정 레오타드를 입고 있는데 딸아이만 하늘색 레오타드를 입고 있는 걸 알고 발레슈즈와 레오타드를 어디서 구입하는 지 질문한 게 첫 대화였습니다. 그 때 관련정보를 준 엄마 두 명이 마침 같은 학교, 같은 학년이어서 이야기가 쉽게 풀렸습니다. 동시에 딸아이가 걸스카웃을 하고 싶다는데 이 두 엄마의 딸들 역시 걸스카웃이어서 다시 한 번 인연을 맺은 겁니다. 이 후 한 엄마는 딸아이가 다쳤을 때 의사남편에게 말해 응급처치를 바로 해줘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다른 한 엄마는 현재까지 같은 스튜디오에서 아이들이 댄스도 같이 배우고, 가끔 점심도 같이 먹고 서로 생일까지 챙겨주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 엄마는 중학교 이후 미국으로 이민 온 Japanese American인데 어느 날 한일간의 역사에 대해 먼저 언급하더군요. ‘ 상은, 1939년부터 1945년 사이의 일본 역사에 대해 난 한 페이지도 배우질 못했어.’라고요.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그 기간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합니다. 다시금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느꼈습니다.

    한국엄마들을 알게 된 곳은 adult school이나 초등학교 앞에서 애들을 기다리면서 입니다. 한 두 마디 대화하다 ‘한국 분이세요?’라고 말하면 서로 친근감을 갖게 되더군요. 이 경우는 주재원이나 각종 연수, 투자이민을 오신 분이 대부분이고 교포 2세분들은 한국학부모회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제 경우 생각보다 교포 엄마들을 만나기도, 사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교회를 다니지 않아 만날 기회가 적기도 하고 서로 편한 언어가 달라서인 것 같습니다. 얼마 전 혼자 웃었던 일이 있는데 동네 분식점 중에 ‘Rice Heaven’이라고 있습니다. 간판에 ‘밥천국’이라고 한글로도 되어 있어 보통 ‘밥천국’이라고 부르는데 한 교포엄마는 ‘밥천당’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 때 깨달았습니다. ‘ 아, 이런 거였구나. 내가 영어를 하면 이런 느낌일 수 있겠구나.’라고요.’ 사전적으로 같은 의미지만 그 상황에 쓰이는 단어가 있답니다. 아이들 역시 writing하면서 단어의 ‘뉘앙스’ 파악이 제일 어렵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뭔가 이상한’이라는 뜻의 단어도 strange / odd / weird / awkward / unusual 이 살짝 다 느낌이 다르다는 겁니다. 애들 말마따나 자꾸 말하고, 읽고, 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누구를 만나고, 사귀고, 잘 지내는 것이 아주 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잘 지내다가도 상처 받고, 상처 주기도 합니다. 너무 가까워진다 싶으면 부담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서로 지킬 건 지켜주고 배려하면서 서서히 가까워지는 관계가 지혜롭다 생각합니다. 한국식으로는 ‘情 없다’ 할 수 있지만 각자의 생활을 인정하고 조금씩 다가가는 것이 미국에서 친구 사귀는 첫 걸음이라고 보입니다.

    이상은 | 결혼한 지 17년차이며 서울에서 LA로 이사온 지 5년째인 전업주부이자 10학년 아들과 7학년 딸을 둔 평범한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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