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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집밖을 나가면서부터 친구관계에 대한 부모의 고민은 끊이지 않고 계속된다. 혹시 내 아이가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닌지, 친구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하는 데 부모로서 도움을 주어야 할지 말이다.
학부모 상담에서 아이의 학교생활에 대해서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바로 친구이다. 사실 학교를 다니며 친구 관계만큼 중요한 게 없다. 아이들은 정말 마음이 통하는 친구 한 명만 있어도 자신감을 얻고 학교생활이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친구 문제는 아주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래서 2주에 걸쳐 이번 주는 친구 관계에 관련된 문제, 다음 주에는 친구 관계와 관해서 부모가 아이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점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하겠다.
이럴 땐 어떻게?
1. 친구 수가 많은 것 같지 않아요.
친구가 있기는 한데 그 수가 많지 않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이 있다. 친구 수가 많이 않은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째, 아이의 원래 기질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여 많은 친구보다는 소수의 친한 몇 친구와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 둘째,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으나 친구들로부터 배제되는 경우이다.
전자의 경우 아이의 성격 자체가 여러 친구들 사이에 있는 것을 불편해하는데 많은 친구들과 잘 지내라고 강요하는 것은 오히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다. 내향적인 아이의 경우에는 부모 역시 내향적이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아마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할 것이다. 아이에게 굳이 많은 친구들과 사귀라고 강요하기 보다는 “천천히 사귀어도 돼. 친구를 꼭 많이 사귈 필요는 없어. 친한 친구들과 잘 지내면 된단다”라고 편하게 말해주는 것이 좋다. 그리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과 맞는 친구를 찾아보게 하고, 친해지고 싶은 친구가 생겼을 때 말을 걸어보며 다가가라고 조언하자.
친구 관계는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양적 친구보다 질적 친구가 중요하다. 친한 친구가 학급에 한 명이라도 있으면 학교생활에 자신감이 생기니 너무 많은 걱정은 하지 말자.
2. 따돌림 받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친구가 없는 경우이다. 아이가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가 적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친구가 전혀 없거나 친구들 사이에서 자꾸 배제당한다면 그것은 문제가 된다.
남녀학생 간의 따돌림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남학생의 경우는 사소한 일로 시비를 걸고 약을 오르게 하는 별명을 부르거나 욕을 하는 등의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반면에 여학생의 경우는 전혀 말을 걸지 않고 상대를 하지 않거나 물어봐도 대답하지도 않고 쳐다보지도 않는 수동적인 방법으로 따돌리는 경향이 많다.
따돌림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따돌림의 양상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주먹질을 하거나 물건이나 신체를 건드리고 치고 지나가는 등의 신체적 괴롭힘, 욕하거나 싫어하는 별명을 부르고 놀리는 언어적 괴롭힘, 나쁜 소문을 내고 같이 놀지 않고 물건을 감추고 무시하는 간접적 괴롭힘이 그것이다.
한번 ‘왕따’나 ‘은따’의 이미지가 자리 잡히면 낙인찍히게 되어 학년이 올라가도 계속 따돌림을 당하는 경향이 있으니 나쁜 습관은 빨리 바꿔 주고, 친구와 잘 지내게 해주어야 한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은 보통 이런 특징들을 갖고 있다. 잘난 척하고 다른 친구들을 무시하는 아이, 선생님에게 고자질을 잘하는 아이, 둔하고 센스가 부족한 아이, 동료 친구들의 문화를 모르는 아이, 이기적인 아이, 자기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아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쉽게 화내는 아이, 삐지거나 울어서 해결하려는 아이, 말을 어눌하게 하는 아이, 외모나 옷차림이 청결하지 못한 아이, 내숭떠는 아이 등이다.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에게 접근하는 것을 주저하며 사소한 비판에도 예민하게 된다. 또 아무도 자기와 친구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믿으며, 자신감이 부족하고 자기 의견을 잘 말하지 못한다.
내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는 것만큼 마음 아픈 일이 어디 있겠는가. 따돌림에 대한 해결책에는 더욱 다양한 방법이 있고 여러 친구들,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아이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지 왜 친구들이 싫어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아이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순간부터 다른 친구들의 시선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3. 친구 관계에서 아이가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손 놓고 지켜보는 게 좋을까요, 내 아이를 괴롭히는 것 같은 친구를 쫒아가 혼내주는 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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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존중하지 않고 억지로 성향이 맞지 않은 친구와 붙여놓는다면 결국 아이는 자신과 맞지 않은 친구들 사이에서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지게 된다. 아이가 친구와 잘 지내게 하기 위해 부모가 나서서 친구들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거나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음식 등을 손에 쥐어주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물론 도움이 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자신과 성향이 맞는 친구, 친하게 지내고 싶은 친구에게 스스로 다가가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겪으며 친해졌던 친구가 아니라면 아이가 간식을 줄 때만 아이 옆에 머무르다가 결국 자신의 마음에 맞는 친구에게 떠나가서 아이가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미 낙인찍혀 따돌림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기 힘든 경우라면 부모가 나서야 할 때도 있다. 특히 아이의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따돌림을 시키는 아이를 불러 “미림이가 현선이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데 잘 안된대. 현선이가 도와주면 좋겠다.”라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해보는 게 좋겠다. 또 따돌림을 직접 시키는 아이는 아니지만 방관하고 있는 아이 중에 동료 친구들의 신임을 받고 있으면서도 마음이 넓고 배려심 깊은 아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아이에게 내 아이와 잘 지내고 친구들과도 잘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하는 것도 꽤 도움이 된다. 따돌림을 방관하고 묵인하는 아이들은 자신 역시 따돌림을 당하게 될까봐 따돌림 당하는 친구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고 따돌림에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 관계는 스스로 해결해야할 일이라고 부모가 방관하면 아이는 내 편이 하나도 없고 힘들 때 부모가 도와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고 아이가 힘든 게 생길 때마다 무리하게 나서는 헬리콥터 맘이 되는 것은 오히려 친구관계에 해가 될 때도 있다.
그럼 언제가 나서줘야 할 때이고 나서지 않아야 할 때인가를 아는 방법이 있을까? 아이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다. 평소 대화의 창을 만들어 두고 학교 생활에 관심을 갖다보면 그러한 선택의 순간에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4. 아이에게 맞지 않은 친구라 힘들어 하면서도 강한 친구에게 붙어 다니려고 해요.
사람은 불안감과 외로움 때문에 친구가 없으면 불안한 감정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준다. 친구에게서 위로를 얻는 것도 좋지만 친구로 인해서 내가 좋은 감정이 드는 것보다 불편하고 힘든 감정이 든다면 그것은 나에게 맞지 않은 친구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라.
자신감 있고 활발하고 마음대로 하는 것 같은 친구를 봤을 때, 아이는 그 친구가 강하고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나와 성향이 맞지 않고 함께 있다 보면 무시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즐겁지 않은데도 굳이 그 친구와 함께 다니고 싶어 하는 경우가 있다. 혹시 상처 주는 말을 하는 친구에게는 그 친구에게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한테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이 뭐야?”라고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직접적으로 물어보라고 말해준다.
강해보이는 다른 친구와 굳이 함께 다니고 싶어 하는 경우는 자존감이 낮거나 그 친구를 동경해서인 경우가 많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르고, 각자의 강점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줄 수 있도록 한다.
5. 내 아이는 여린 편이라 친구 의견에 너무 잘 휩쓸리는 것 같아요.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내 아이가 친구를 잘못만나 이렇게 변했다고 말하는 부모들이 있다. 교실에서 보면 나와 전혀 비슷한 점이 없는데 친구가 되는 경우는 없다. 놀랍게도 나와 가장 비슷한 친구와 ‘끼리끼리’ 친구가 된다. 따라서 내 아이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 만났다는 이야기는 성립할 수 없다. 다만 기질 자체가 약해서 친구들의 의견에 쉽게 휨쓸리고 거절을 잘 하지 못하는 성향이 큰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아이에게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사람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이 될 수 없고 갈등을 피할 수도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유부단한 성격이라면 평소에 사소한 것에서부터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친구의 의견을 무조건 따른다고 좋은 친구나 친한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6. 내 아이가 다른 아이를 따돌리는 것 같아요.
따돌림을 시키는 아이들을 보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타인에 대한 강한 지배욕을 가지고 있어 힘과 위협으로 자기주장을 내세우거나, 다른 친구들에게 자신의 뜻을 억지로 관철시키려는 욕구가 강하다. 또 성미가 급하고 화를 잘 내며, 충동적이어서 욕구의 지연을 참기 어려워하고, 어떻게든 원하는 것을 얻어내려고 한다. 주목받고 인정받기를 좋아하나 가정에서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애정이 결핍되어 있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주류가 되거나 다른 사람을 괴롭힘으로써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인정받으려고 한다. 따돌림 당하는 친구에 대한 동정심이 없어 타인을 비난하는 식으로 자신을 정당화하면서 죄책감을 잘 느끼지 않기도 한다.
가정에서 부모가 지나치게 지시적이거나 야단을 자주 치는, 엄하고 공격적인 부모들의 양육 방식은 아이들이 타인을 조절하고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한다. 즉, 지나치게 처벌적인 양육 태도는 아이를 거칠고 공격적으로 만들며, 약한 사람은 괴롭히고 강한 사람에게는 복종하려고 하는 힘의 논리에 빠지게 만든다. 하지만 보통 친구를 따돌림 시켰던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따돌림을 당하는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친구를 따돌리는 것은 나쁘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려주어라. 또한 ‘별로’ 괴롭히지 않았더라하더라도 친구를 괴롭히는 것은 절대 정당화될 수 없음을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친구를 괴롭히면 나중에는 똑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한다.
7. 맞벌이라 친구 엄마들끼리 친할 기회가 없어서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줄 기회가 적은 것 같아 미안해요.
저학년 아이를 둔 부모들은 이런 생각을 많이 한다. 실제로 친구를 사귈 때 교실에서 자신과 가장 맞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진해지는 경우도 있고, 부모들끼리 친하다보니 아이들이 친해지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친구관계에 있어 후자의 경우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특히나 내향적이어서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하는 경우에는 부모끼리의 친분이 도움이 많이 된다.
맞벌이라 친구 엄마들끼리 친할 기회가 없지만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으면 특별히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닐 때는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 놀게 해보자. 학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친구를 만들어주어 교실 내 친구 관계가 전부가 되지 않도록 한다. 학교에서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학교 밖에 자신을 이해하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학원, 교회, 부모친구 등 다양한 친구의 통로를 만들어준다.
참고서적: 엄마들은 모르지만 선생님만 아는 초등생활처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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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윤 : 현직 초등학교 교사/ 《초등생활처방전》,《꿈을 찾아주는 마법카메라》 저자
메일: yminlee@naver.co,
카페: 초등생활처방전 http://cafe.naver.com/learningm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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