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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입식 교육에 대한 비판과 반성이 참 많은 시기다. 이유도 알지 못하고 달달 외우게 해서 평가를 하고 그것 때문에 아이들의 부담감을 가중한다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이런 교육으로 인해 아이들의 창의성이 저하된다는 의견도 많다. 단순 암기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암기’에 대한 변명을 좀 하고 싶다. 필자는 암기 없이는 공부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암기에 대한 거부감에 가까운 부정적 인식을 갖은 아이들이 경험적으로 늘어간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런 친구들을 만나면서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암기는 무조건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 필수적으로 거쳐야 되는 과정임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문제시 되는 건 내용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저 의미 없이 외우는 경우에 있지 않을까?그리고 다 떠나서 암기 없이 공부가 어떻게 이루어질까?
수학을 공부할 때도 공식을 외워야 하고, 물리나 화학의 기본 개념도 암기가 기본이다. 그저 ‘이해’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런데 아이들이 와서 종종 자신의 상태를 단호하게 정의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저는 암기는 진짜 못하겠어요.” 특히 이과를 선택한 아이 중에서 이러한 역우를 자주 접하게 된다. 암기가 진짜 싫다면서 이해하는 것으로 모든 공부를 다 하고 싶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런 이과 성향의 학생들도 달달 외우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구구단도 외웠다. 물리 공식도 암기하고, 화학 주기율표도 외웠다. 암기를 못하는 사람이 있다기 보다는 그저 싫어해서 안 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암기에 부정적인 의견 없이 곧잘 외운다. 그러나 자라면서 자신의 성향과 특성을 고정하고 딱 잘라 못 한다고 생각해버리면, 그 후 정말 암기를 잘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시도를 안 하기 때문에 실력이 늘지 않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암기는 귀찮은 것이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의견이다.
예전에 한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 수학과 과학처럼 이해하는 과목은 좋지만 반대로 외우는 과목이 영 맞지 않는다고, 따라서 영어 단어 암기가 정말 싫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앞에서와 같이 안 하는 것일 뿐 못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며, 처음에 하루에 10개씩 시작해서 매일 1개씩 단어 양을 늘려가며 암기해보도록 했다. 조금씩 늘려가던 영어 단어가 나중에는 매일 100개씩을 외우는 단계로 넘어가자 아이가 다시 말을 바꾸었다. “하니까 되더라고요.” 그리고는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영어 단어장들을 다 외웠다. 당연히 영어 성적도 껑충 뛰어올라 1등급이 되었다.
이과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학과인 의대를 다니던 친구들도 하나같이 입 모아 말했다. 외울 것이 산더미라고 말이다. 문과가 암기가 많고 이과는 많지 않다든가, 암기가 불필요하고 이해만으로 공부가 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암기나 이해는 모두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서 이해에 비해 더 많이 꺼려지는 암기가 좀 안타까웠다. 공부는 읽고 이해하고 암기하고 확인하고를 반복해야 된다. 암기는 그 과정의 하나이기 때문에 싫어서 피한다고,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일단 해보자. 암기도 할수록 그 실력이 늘게 되어있다.
전 진학사 입시분석 위원, 객원 입시 상담 / SZ 공부법 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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