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온 지 4년이 좀 넘게 LA에 살고 있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큰 아이는 10학년 아들이고 작은 아이는 7학년 딸입니다. 앞으로 소소한 이 곳 생활과 교육에 관해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려 합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미국에 관해 알고 계시고 미국 교육에 대해서도 충분히 얘기 듣고 경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수많은 블로그와 카페 그리고 인쇄매체들에서도 접할 수 있으니까요. 때문에 이런 제 칼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했지만 아직도 궁금하신 분들도 있을 수 있고, 경험하신 분들과는 의견을 나누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미국교육 한국교육을 떠나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라는 공감대를 가지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첫번째 글을 어떤 것으로 이야기 해볼까 많이 생각하다가 ‘펀드레이징(Fundraising)과 도네이션(Donation)’에 관해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미국 와서 제일 많이 놀라고 경험한 것이 이 펀드레이징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Pier to Pier friendship walk’라는 펀드레이징에 참가해야 합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LA 외곽인데 매년 맨하탄 비치부터 허모사 비치까지 걷는 행사입니다. 가보면 교육구내 모든 초중고가 참가하는데 무슨 가족행사처럼 온가족이 해안가를 걷는 행사입니다. 걷고 나서는 삼삼오오 아는 가족들끼리 인근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하고 그러는 커뮤니티 행사입니다. 실제로 걷기 어려운 가족은 Virtual Walker로 등록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금액은 1인당 25불인데 운동화브랜드 Sketchers가 후원하는 나름 큰 행사입니다. 길을 걷다 보면 동네 고등학교 치어리더 언니들이 응원하는 모습도 볼 수 있고 행사 티셔츠를 학교에 가져 가면 Extra Credit도 얻을 수 있어 웬만하면 다 등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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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다시피 미국은 진정 자본주의 국가라 공립학교와 사립학교의 차이가 엄청 큽니다. 누군가가 ‘나쁜 사립이 좋은 공립보다 낫다’라는 말까지 했는데 와서 보내보니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 한국 살 때는 미국은 한 반에 스무 명도 안되고 급식도 별의 별것이 다 나오고 공부를 도와주는 선생님이 있다는 말도 들었는데 이 곳 캘리포니아에서는 다 옛날 얘기라네요.
경기가 안 좋아진 이후로는 많은 혜택들이 사라졌답니다. 매년 등록서류가 올 때 항상 들어있는 것이 도네이션에 관한 서류인데 한가지가 아닙니다. 예를 들면 지난 8월 둘째아이 등록시 교육구에 내야하는 도네이션 금액외에도 학교에 직접 내야하는 도네이션 항목으로 지진훈련 금액까지 있더라구요.
제가 사는 교육구에서 매년 하는 펀드레이징 행사를 나열해보면 정말 아이디어도 기발하고 참 다양합니다. 체육행사로는 앞서 말했던 것 말고도 5K행사로 동네 식물원을 달리기하는 행사인데 기록도 나오고 행사 불참여시 학교에서라도 달려야 하는 행사입니다. 또 한 두 달에 한번씩 동네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면 식사금액의 일정 퍼센트가 학교로 보내지는 외식장려 펀드레이징도 있습니다. 이 날은 교장선생님이 머물면서 서로 인사도 나누고 직접 서빙을 해주기도 합니다. 슈퍼마켓이나 대형문구점을 갈 때도 아이 학교와 몇가지 정보를 알려주면 슈퍼마켓 이용금액의 일정금액이 해당학교로 기부됩니다. 추수감사절 부근에는 ‘Can Drive’라고 아이들이 각종 통조림을 모아 어려운 사람들에게 보내주는 행사도 합니다. 아들은 다른 교육구라 행사가 조금 다르긴 한데 고등학교 클럽활동시 아이들에게 돈을 걷어 하는 것이 아니라 클럽마다 펀드레이징 행사를 해 모은 돈으로 운영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아이들이 쿠키도 굽고 벼룩시장도 열어 일년동안 쓸 돈을 모읍니다. 또 아들이나 딸이나 가을이 되자마자 들고오는 큰 패킷이 있는데 크리스마스를 겨냥한 펀드레이징 프로그램입니다. 이 안에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다양한 물건들을 다 살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심지어 잡지구독도 할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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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너무한다 싶었던 이 펀드레이징과 도네이션 행사들.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됩니다. 경기 침체 이후 예산에서 가장 많이, 빨리 줄어든 것이 교육 예산이다 보니 선생님들도 매년 줄어들고 할당 예산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운 듯 싶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은 나름 투명하게 운영됩니다. 아이들의 도서관, 예능 교육, 과학 기자재 보충, 컴퓨터 시설 개선, 스쿨버스 등에 골고루 쓰여집니다. 도네이션을 하면 세금 혜택은 물론이고 그 혜택이 피부로 느껴지니 다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자라서 부모가 되면 이런 행사들에 똑같이 참여하겠지요.
한국에서 아이들을 보낼 때는 일년에 한 번 큰 바자회를 열었던 것밖에 기억이 안나는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면 한국 학교에도 응용할 수 있는 것들도 있어 보입니다. 엄마들이 늘 가는 백화점, 대형마켓이 말로만 지역 커뮤니티에 봉사하고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엄마들의 사용금액에 일정액수만 해당학교에 도네이션 한다해도 우리 애들이 볼 수 있는 책의 가지수가 더 많아지지 않을까요? 학교, 기업, 학부모가 함께 할 수 있는 길은 실제로 꽤 가까울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듭니다.
이상은 | 결혼한 지 17년차이며 서울에서 LA로 이사온 지 5년째인 전업주부이자 10학년 아들과 7학년 딸을 둔 평범한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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