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심리치료] 성격 때문에 고민하는 십대에게
입력 2014.08.20 13:38
  • 나와 진로상담을 했던 중3 철진이는 성적도 좋은 편이고, 매사 주어진 일을 빈틈없이 처리하는 성실한 친구였다. 하지만 자신의 잠재력에 비해 스스로를 낮게 평가했다. 소위 자존감이 약한 친구였다. 가장 큰 원인은 소심한 성격 탓이었다. 특히 성격적으로 모자란 부분에 대한 고민과 자책이 깊었다.

    철진은 아주 어릴 적부터 다른 친구들처럼 외향적인 성격을 갖고 싶어 했다. 철친이와 상담하며 가장 자주 들었던 이야기는 자신의 타고난 성격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런 철진에게 나는 성격에 관한 이야기와 사례를 자주 들려주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타고난 성격은 바꾸기 힘들어요. 아니 바꾸면 더 손해예요. 억지로 성격의 겉면을 바꿀 수야 있겠지만, 바꾸면서 생기는 손해가 자신의 개성을 계발해서 얻을 잠재적 이익보다 너무 커거든요. 게다가 겉을 바꾼다고 해도 타고난 성격의 바탕까지 바꿀 수는 없어요.”

    이런 내 충고를 듣고서 철진은 몹시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성격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성격을 연구해온 사람들은 성격변화에 대한 장기적인 연구를 많이 진행해왔다. 대부분의 성격 연구에서 성격이 좀처럼 변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 이유는 성격이 유전적인 요인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개인마다 타고나는 성향과 자질을 ‘기질’이라고 부르는데, 기질은 개인이 보유한 수백만 개의 유전형질이 결합해 만들어지는 것으로, 노력만으로 쉽사리 바꿀 수 없는 본성에 속한다. 기질이 자라며 겪는 환경과 결합해 성격이 만들어지는데, 그런 까닭에 이 성격 역시 타고난 부분에 훨씬 깊은 영향을 받는 것이다.

    EBS다큐프라임 ≪당신의 성격≫은 성격에 대한 최신 연구 결과와 우리의 편견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

    최근 사회가 변하며 외향적인 성격을 더욱 더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는 까닭에, 예민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의 소유자들은 더욱 더 많은 현실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가령 주변인들로부터 더 자주 내성적인 성격을 비난하고, 그 타고난 성품을 고칠 것을 요구하는 잔소리를 듣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들의 편견이다.

    성격에 관한 연구들은 내성적인 성격이 결코 열등하지 않음을 알려준다. 실제 세계적인 지도자들은 의외로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들이 많다. 최근 연구에서는 내향성은 영재의 주된 특성 가운데 하나라고도 거론된다. 또 내성적인 성격이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것 같지만, 실상 따져보면 친밀하고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비율이나 수는 내향성 성격의 소유자에서 더 자주 발견된다고 전해진다. 그러니 내향성이 결코 열등한 특성이 아닌 것이다.

    물론 내성적 성격이 외향적 성격보다 모든 면에서 더 뛰어나다는 뜻은 아니다. 어쩌면 모든 성격은 제각각의 장점과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다. 세상의 모든 성격, 저마다가 가진 특별한 개성은 제각기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 발표할 때마다 떨려 매번 발표를 망치는 철진에게 무척 인상 깊었던 장면이 있었다.

    내향적 성격의 리더인 여준형씨는 한 홍보대행사의 CEO이다. 여 대표는 무척 내향적인 사람이라서 심지어 자신의 회사 직원들과도 접촉을 꺼리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회사는 매번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남다른 성공 비결 가운데는 여 대표만의 특별한 프레젠테이션이 있다. 그는 자신의 내향적 성격을 장점으로 만들어 남다른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다른 프레젠테이션처럼 여러 사람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로 설명 내용을 연설하는 방식이 아니다. 그는 매 번 한 명의 고객을 자신의 방으로 불러들여 지극히 개인적이고 세밀한 프레젠테이션을 펼친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이런 프레젠테이션을 낯설어하기도 하지만, 그의 깊이 있는 설명과 준비에 항상 감탄할 때가 많다. 이 프레젠테이션 덕분에 여 대표의 회사는 탄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내향적인 여 대표가 고안해낸, 지극히 개인적인 1:1 프레젠테이션 방식은 어쩌면 혼자 고민하고 세심하게 준비한 내용들을 가장 훌륭하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것이다. 철진은 자신 역시 이런 방식의 프레젠테이션라면 충분히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타고난 성격 때문에 잘못된 인생을 사는 사람은 없다. 만약 그의 삶에 실패와 좌절이 가득하다면 오히려 그것은 자신의 개성을 자기답게 풀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개인이 가진 성격은 저마다 소중하고 근사하다. 자신의 성격을 믿고 힘껏 개성을 만들고, 자신의 잠재성을 발휘하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한 사람 한 사람마다 훗날 형형색색의 꽃을 피워낼, 소중하고 특별한 꽃봉오리인 것이다. 저마다 자신의 개성을 믿고 힘껏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박민근독서치료연구소 소장 /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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