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상의 커리어관리] 사람들이 게임 중독에 빠지는 이유
입력 2013.07.05 15:50
  • 인간은 도구의 동물이다. 하지만 그 도구는 활용하라고 있는 것이지 의존하라고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자신도 모르게 도구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를 배우려면 컴퓨터와 친숙해야 한다. 마우스의 움직임, 컴퓨터 자판 활용 능력, 정보 검색 능력 등 많은 기능에 대한 숙달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까지 하려 든다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까지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컴퓨터 활용법에 매달리다 보면 한 가지 부작용이 생긴다. 이것저것 하다가 자칫 게임, 채팅, 야동, 고스톱 같은 자극적인 활동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이 때로는 컴퓨터를 배우는 좋은 과정이 되기도 한다. 90년대 말 무렵 컴퓨터의 ‘컴’도 모르던 나야동이라는 후배 녀석에게 인터넷 정보 검색과 워드 문서 작성하는 방법 등 아주 기초적인 컴퓨터 활용법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자판도 모르던 이 녀석이 나도 몰라서 못 들어가는 무료 야동 사이트를 들락대고 있는 게 아닌가. 게다가 나중에는 야동 외에 제법 내실까지 챙겼다. 그렇게 배운 컴퓨터 실력으로 IT 기업에 들어간 뒤 훗날 관련 분야를 창업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게임 등에만 몰입하고 정작 배워야 할 필요한 정보 수집 및 활용 능력, 문서 작성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같은 비즈니스 적용 능력에는 손을 놓는 경우다. 이는 좋은 음식은 옆으로 밀어놓고 한두 가지 달콤한 것만 편식해서 건강을 망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너무 게임을 좋아해서 대중교통으로 통학하는 두 시간 내내 게임만 한다고 한다. 모니터 앞에 앉으면 하루 7-8시간은 예사고, 2박 3일 동안 잠도 안자고 한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프로게이머가 될 것도 아니지 않은가.

    물론 게임은 재미있다. 게다가 금방 익숙해진다. 모니터 화면을 통해 즉각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해야 하니 집중력도 높을 수밖에. 그러다 보니 게임만큼 즉각적인 욕구 충족을 해소해주는 도구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우리 인생은 게임처럼 변화무쌍한 상황만 펼쳐지는 게 아니다. 적으로 의사를 판단하고 결정하는 스릴을 매번 고수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게임에 너무 깊이 중독되기 시작하면 다소 더뎌도 깊이 생각해야 할 일이나 가치 있는 일, 의미 있는 일에 대한 시간 투자는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당장의 쾌락보다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는 일, 그러나 다소의 시간이 소요되는 일들에 대한 노력도 줄어든다.

    이를테면 책을 읽는다든지,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든지, 인생의 멘토를 만난다든지, 미래의 꿈을 설계한다든지, 큰 것을 얻기 위해 복잡한 수련을 거쳐야 하는 장기적 플랜은 사라지고 즉각적인 결과만 추구하게 된다. 눈앞의 마시멜로 먹기에 눈이 멀어버리는 것이다.

    요즘 디지털 세대들은 핸드폰이나 TV나 컴퓨터가 없거나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공간에 가면 어쩔 줄 몰라 하며 불안해한다. 물론 현대문명의 유용한 혜택은 잘 이용하면 물론 ‘득’이다. 하지만 그것도 적절히 이용해야 득이다.

    인간이 그 도구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그때부터 그것은 ‘독’이 된다. 그래서 아이들도 심심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심심해져야만 재밌게 놀 방법들을 창의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청춘이라면 이제 보다 큰 인생이라는 게임 판을 바라봐야 한다. 인생이라는 게임에서 지지 않고 어떻게 내가 원하고 바라는 삶을 살아갈 것인지 보다 장기적인 로드맵을 구상하고 그 안에 숨겨진 보물들을 건지면서 내공 수치를 높여야 한다.

    내공 수치 올리는 법은 단순하다. 모니터 안에서 나를 과시하는 대신, 아무도 나를 주목하고 있지 않을 때 남몰래 현실의 힘을 기르는 것.

    또 하나의 방법은 인생이라는 복잡하고 재미있는 게임을 신나게 즐기는 것이다. 

    참조문헌 <심리학이 청춘에게 묻다>

    대구대학교, 초빙교수/ 인재개발연구소, 대표/ 커리어코치협회 부회장 정철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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