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융합인재’ ‘창조적 인재’가 교육계의 핵심키워드로 부상하면서 어렸을 때부터 통합적인 사고력 계발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법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만 5세 전후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이 가장 쉽게 택하는 방법으로 ‘사고력 수학 활동’이 대표적이다.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사고, 직관적, 감각적인 사고가 수학활동을 통해 효과적으로 다져지기 때문이다.
조경희 시매쓰 수학연구소장은 “아이가 한글을 읽을 줄 알거나, 수를 10까지 셀 수 있다면 수학활동을 시작해야 할 때”라며 “초등학교 때 나오는 수학 개념이나 원리가 유아 때부터 ‘감’으로 체득되어 있어야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응용문제가 나오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자 한판을 먹으면서 전체 몇 개 중의 몇 개를 먹었는지 따져보거나 분수 막대로 가르고 모으는 활동을 해본 아이가 분수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고 금방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학령기 전 유아들이 수학의 ‘감’을 익히는 방법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 6세 – 주변 사물 관찰, 경험 많이 쌓게 하라
이 시기 아이들은 대부분 어린이 집이나 유치원 등의 기관에서 선생님과 또래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하기 시작한다. 사고에 질서가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집에서 엄마가 “오늘 뭐했니” 물으면 “몰라요”, “놀았어요”라고 대답하기 일쑤다. 이 때 아이들의 활동은 수학의 가장 기초 범주 안에 있기 때문에 요일과 반복되는 생활 규칙, 왼쪽과 오른쪽 등의 방향 감각, 과자나 장난감의 개수세기, 도형 모양 구분하고 평면, 입체형태 만들기 등 이것저것 손으로 만지면서 확인하고 비교하는 활동이 중요하다.달력과 시계는 규칙, 수세기, 수의 순서, 수의 크기 비교 등을 할 수 있는 좋은 도구다. 시간에 대한 흐름, 1부터 12까지 숫자를 차례대로 알기, 긴 바늘과 짧은 바늘 구분하기 등이 가능하다면 ‘정각’, ‘2시’, ‘4시 30분’ 등 시계를 보며 시간을 알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아이와의 대화 속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가르칠 수 있다. 가령 “엄마가 마트에 다녀오기 전에 미용실에 1시간 정도 있었어. 그 시간에 상민이는 유치원에서 뭘 하고 있었어?”, “레고 블록으로 우리집을 만들 때 가장 처음에는 바닥을 깔고, 맨 마지막에는 대문을 만들었지?” 등 엄마와 아이가 사건에 대한 이야기 흐름 또는 하루 일과를 순서대로 생각해보도록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일상생활에서 모양, 전후, 요일, 방향, 시간 등과 관련하여 분명하고 정확한 단어를 들으며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어휘력이 크게 발달되는 이 시기에 무엇이 같고 다른지 특징과 성질을 이해하고 관찰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어휘가 더욱 증가하고 도형과 수개념도 정교해진다.■ 7세 – 자기 의견 말할 수 있도록 대화의 창 열어라
이전까지 아이가 많은 것을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시기는 아이가 습득한 다양한 개념을 더 자세하게 확장시키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힘을 갖는데 초점을 맞춘다. 유치원에서 배우게 되는 내용을 주도적으로 받아들여 이해하고 선생님,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기 위해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초등학교 1학년 과정에서 수 연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7세는 특히 연산에 초점을 맞추는 시기가 된다. 이때 두 자리 수 덧셈뺄셈을 하느냐 못하느냐를 따지기보다 7-2=5의 계산 하나를 하더라도 식에 맞는 상황이 무엇인지 다양하게 이야기하고, 주어진 상황을 소재로 하여 덧셈, 뺄셈이 들어간 식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학적 개념이나 원리를 알아가는 데 교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교구를 통해 수학적 개념을 깨닫게 되었다면 교구나 다른 구체적 사물의 도움 없이도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책, 공책, 사진, 달력 등을 이용해 사각형이라고 알려준 후 철사나 실을 활용해 여러 가지 사각형을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을 통해 사각형이란 어떤 것인지 따져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사각형은 4개의 각과 4개의 직선으로 이루어진 도형이라는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7살 때의 책 읽기는 특히 수학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어느 과목에서든지 일단 문제는 읽고 이해를 해야 하는데 읽기가 제대로 안 된 경우 조금만 문장이 복잡하거나 길면 읽고 이해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도형에서도 기본적인 평면도형을 알고 있다면 다양한 활용을 해볼 수 있다. 정사각형 모양을 7개의 조각으로 잘라놓은 ‘칠교’나 5개의 정사각형이 변끼리 붙어 이루어진 ‘펜토미노’ 등 다양한 형태의 평면도형 조각을 가지고 도형의 분해, 조합, 대칭, 회전을 활용하는 모양 만들기 놀이를 할 수 있다.
6살 이후 시계보기가 가능해진다면 5,10,15 의 뛰어 세기, 5의 배수를 이해하기 쉽다. 10분과 20분 등의 시간을 이야기하면서 두 자리 수의 크기를 자연스럽게 비교할 수 있다. 묶어 세기, 나누어 세기 등 곱셈, 나눗셈의 개념을 생활 속에서 많이 활용해보도록 한다.
유아시기에 수학활동을 해보지 않는다면 초등학교 3학년 배우게 되는 분수를 ‘전체를 셋으로 나눈 것 중의 하나가 1/3이다’라고 가르쳤을 때 ‘전체’ ‘나눈다’는 말 자체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피자나 케이크 등 내가 먹는 조각이 ‘전체 몇 개 중의 하나’라는 식으로 따져 보며 놀았던 아이는 분수 개념을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조 소장은 “수학적 재능이 뛰어난 아이들은 유아기에도 웬만한 덧셈, 뺄셈을 할 수 있고, 모양 맞추기나 도형의 개념도 받아들일 수 있으나, 지나친 조기교육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생활 속에서 수학활동을 찾아보며 아이와 함께 하루 30분씩 재미있는 놀이를 해보고, 소재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되면 시중에 나와있는 수학적인 배경을 갖고 있는 게임을 활용해도 좋다”고 조언했다.
글 : 조경희 시매쓰 수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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