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근의 심리치료] 아이들에게 행복을 가르칩시다
입력 2012.10.24 14:40
  • 대한민국의 미래가 불행하다.

    어린이들을 우리의 미래라고 말하고, 희망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런 아이들이 불행하다. 우리 아이들 대부분은 행복을 배우지 못하고 있으며, 그럴 여유조차 없어 보인다. 많은 어린이들이 여러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심리적 건강 역시 위험한 수준에 다다라 있다.

    그런 결과겠지만, 아이들의 행복지수는 올해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3개국 중 최하위를 4년째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의 가출과 자살 충동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높아, 아이들 가운데 5명 중 1명은 가출 충동을 느끼고, 10명 중 1명은 자살 충동을 느끼는 참담한 실정이다.

    나 역시 심리상담을 하며 가출과 자살 충동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고등학교 1학년 윤지는 중학생 시절 내내 심한 왕따를 겪었고, 두 번 정도 손목을 칼로 그어 자살을 시도했다. 최근에도 보름 이상 가출했던 경험이 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윤지의 우울증은 더 심해졌고, 상담하는 내내 무기력한 태도로 일관했다.

    윤지의 심리적 문제는 비관적인 세계관에 기인하고 있었다.

    상담 대화 가운데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말이 자주 등장했다.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탓에 대인기피 성향이나 공격적인 태도, 도덕적 일탈과 같은 사회부적응의 성격과 행동패턴도 뿌리 깊게 형성되었다.

    윤지의 비관적 관념은 크게는 아버지의 폭력이나 가정불화에서 빚어졌지만, 부모 상담을 진행하며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윤지의 엄마 역시 일상적으로 ‘그래봤자 소용없다’는 말을 하고, 거침없이 이런 자신의 의견과 기분을 아이에게 피력했다.

    윤지는 은연중 엄마에게서 비관주의를 세뇌 당했던 것이다. 이런 윤지의 사례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윤지처럼 일탈을 저지르거나 문제를 일으키진 않았지만 비관주의에 젖은 아이들이 너무도 많다. 아이들의 도를 넘은 자살, 가출 충동 수위는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행복에 관한 탁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일곱 가지 행복의 조건을 제시한다. 성숙한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운동, 알맞은 체중이 그것이다.

    이중 주목을 끄는 것이 성숙한 방어기제이다. 성숙한 방어기제란 한마디로 역경 상황에 잘 대처하는 능력을 말한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부딪히는 불쾌한 상황을 심각한 일로나 나쁜 방식으로 몰지 않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이끄는 심리적 힘을 의미한다.

    당연히 성숙한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과 미숙한 방어기제를 가진 사람의 현실대응이나 문제해결력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사실 행복의 능력이란 역경을 이기는 힘이기도 하다. 긍정심리학에서는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낙관성, 회복탄력성이 있다. 

    그런데 어릴 때 주변 어른이나 교육기관에서 성숙한 방어기제를 익히고 실험할 여건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낙관적이지 못한 아이들의 경우 심리적 건강은 물론이고, 인생 전체가 깊은 수렁이나 나락으로 빠져들 수 있다. 

    최근 긍정심리학에서는 아이의 성격이나 기질과 상관없이 행복의 열쇠가 되는 이런 ‘낙관성’을 충분히 학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우리 아이들의 소아청소년기는 성숙한 방어기제, 낙관성을 하나씩 배우고 숙달하는 중요한 시기이다. 좋은 양육, 혹은 교육이란 아이들에게 이런 행복한 마음가짐을 가르치는 일일 것이다.

    성숙한 방어기제 역시 어른이 되어 배워서는 너무 늦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배운다 해도 소아청소년기의 불행한 경험들을 모두 지우고, 행복한 마음가짐을 갖기란 결코 쉽지가 않다. 행복 학습이야말로 반드시 조기교육이 필요한 사안이다. 그리고 빠르면 빠를수록 더욱 좋다.

    그런데 비관주의에 젖은 아이를 낙관적인 아이로 바꾸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아이에게 비관성을 심어준 부모가 크게 개심해서 다시 낙관성의 교육자로 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물론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면 부모는 낙관성 훈련의 좋은 조력자로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낙관성 학습을 잘 훈련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기본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비관적인 아이들에게 낙관성을 가르치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한 분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의 낙관성 지수를 테스트하고 부족한 낙관성을 학습시킬 프로그램을 충분히 연구하고 수련한 전문가들이 많을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심리전문가들은 여전히 부정적 심리를 치료하는 일에 가치 중심을 두기 때문이다. 바라건대 아이들에게 긍정과 행복을 가르칠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아이들의 행복 교육을 우선시하는 교육 풍토가 형성되어, 지금 이 순간도 불행의 늪을 건너고 있는 우리 주변의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과 기쁨의 인생설계를 선사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헬로스마일 소아청소년 심리센터 원장/ 서울ND의원 우리아이 몸·맘·뇌 성장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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