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외국어교육연수원(원장 정순권, 이하 ‘외국어연수원’)이 관내 중학교 2학년생 대상 영어캠프 '글로벌 리더 EAP(English Adventure Program)'를 개최했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영어 캠프는 흔치 않은 편. 이 때문에 참가하려는 학생 간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 18일, 캠프가 한창 진행 중이던 경기 평택의 연수원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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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기(speaking) 시간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들이 만든 이야기를 연기하고 있다. 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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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ke a topic, make characters, make a story and play(주제, 등장인물, 줄거리를 정하고 연기해보세요)."
말하기(speaking) 수업이 한창이던 한 강의실. 강사의 얘기가 끝나자 두 명씩 짝을 이룬 학생들은 짧은 머리를 맞대고 상의에 들어갔다. 잠시 시간이 지난 후, 조별 발표가 시작됐다. 첫 번째 팀은 ‘아빠와 딸’의 얘길 들고 나왔다. ‘곤살레스(Gonzalez)’라는 남자 이름을 가진 딸이 아빠에게 불만을 털어놓는 내용이었다. 아빠가 하는 말이 사사건건 마음에 들지 않는 곤살레스가 아빠에게 대들다가 갑자기 “사실은 내가 네 아빠다”라고 말하며 끝을 맺는 얘기였다. 영화 ‘스타워즈’의 대사 “I'm your father"를 패러디한 이 대사에 강의실은 웃음바다로 변했다. 밑도 끝도 없는 얘길 들은 강사는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곧 “strange but funny(이상하지만 재밌네요)”라고 평했다.
두 번째 팀은 수업 중인 강사의 얘길 연기했다. 양념치킨을 좋아하는 강사가 자신이 주문한 치킨을 먼저 먹어치운 친구와 다툰 사연을 코믹하게 각색했다. 발표 내내 학생들은 깔깔거리고 웃느라 정신이 없었고, 강사는 머쓱해하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마지막 조의 발표가 끝날 때까지 참가자들은 '공부'가 아니라 '놀이'를 하듯 수업을 즐겼다. 강의 직후 만난 황수빈(14, 경기 화성 안화중 2년)양은 “수업이 무척 재밌어서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처음 시간표를 받았을 때 말하기(speaking), 듣기(listening), 읽기(reading), 쓰기(writing)이 종일 이어지는 걸 보고 ‘죽었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막상 수업을 들어보니 재밌는 놀이를 통해 영어를 배우게 되더라고요. 딱딱한 학교 수업과는 달리 자유롭고 편한 분위기가 참 좋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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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을 이용해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 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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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더 EAP 영어 프로그램은 외국어연수원이 지역 사회의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개설한 프로그램이다. 평택, 안성, 화성․오산 지역의 60개 중학교를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 총 80명의 학생을 선발했다. 대상은 중 2 학생으로 한정했다. 1학년은 원어민 강사의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고, 3학년은 고입 준비로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선발된 학생들은 4박 5일간 외국어연수원에서 합숙하며 원어민 강사가 진행하는 4개 영역(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수업에 참여했다. 프로그램 기간 내내 외국어연수원은 ‘영어 전용 공간(English Only Zone)'을 선포, 학생들이 영어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으로 탈바꿈했다. 주최 측은 이 밖에 축구, 배구, 배드민턴 등 체육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한편, 저녁 시간엔 영화와 마술쇼 공연 등 문화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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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기(writing)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은 일본 전통 시 '하이쿠' 기법을 응용해 영시를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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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관 영어 캠프가 강도 높은 교육의 연속인 것에 비해 외국어연수원 프로그램은 매우 자유롭다. 공교육과 사교육의 지향점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문승화 외국어연수원 교수부장은 “연수원이 있는 평택 인근 지역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영어 교육 받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연수생의 경비 전액을 주최 측이 부담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무료 행사라고 해서 교육의 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원어민 강사진은 외국어연수원 소속 강사들로 원래 일선 중고교 교사 연수를 진행하던 교수급 인력이다. 실무를 담당한 외국어연수원 소속 연구사 또한 전원 일선 중고교 영어 교사 출신의 교육공무원이다. 프로그램 수준은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는 게 주최 측 설명. 실무 담당자인 유계형 외국어연수원 연구사는 “강의진 전원이 현장 경험 풍부한 교직원들이어서 학생 대상 프로그램 진행엔 최고의 전문가들”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어연수원은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매년 ‘글로벌 리더 EAP’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이미 내년도 예산도 확보하고 교육청의 승인을 받은 상태다. 참가자들의 반응이 고무적이어서 내년엔 2기에 걸쳐 160명까지 참가 기회를 확대할 방침이다.
정순권 외국어연수원장은 “올해는 연수원 인근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만 진행했지만 내년부터는 대상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경기도 내 ‘교육 소외 지역’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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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 좌측부터 윤예은 양, 황수빈 양, 심명보 군, 나황선 군. 김구용 조선에듀케이션 기자 kky90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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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말, 말, 말
★나황선(남, 경기 평택 청담중): “학교에선 하고 싶은 게 없어서 만날 ‘오늘은 뭐하지’라며 푸념했는데 EAP 기간엔 ‘오늘은 뭘 하게 될까?’ 하고 기대하게 돼요.”
★심명보(남, 경기 오산 운암중): “학교 수업도 이런 식이면 좋겠어요.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긴 처음이에요.”
★윤예은(여, 경기 화성 기안중): “동시통역사 초청 강연 때 강사 선생님이 ‘영어 공부할 땐 눈과 손의 근육을 쓰지 말고 입 근육을 사용하라’고 한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자체 프로그램으로 올해 신설... 4박 5일 일정
-관내 중 2 학생에게 고품질 영어교육 기회 제공
-관내 중 2 학생에게 고품질 영어교육 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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