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날, 초성 'ㅂㅅ'을 보면 무슨 단어가 떠오르세요?
입력 2012.10.09 11:21
- 올바른 우리말 권장 동아리 경희여중 '너나들이'
  • “친구들끼리 주고받는 욕설 중 ‘엿 먹어라’란 표현이 있어요. 여기서 ‘엿’은 ‘염’이 바뀐 단어예요. 염은 죽은 사람의 눈·코·입에 채워 넣었던 소금을 의미하는 옛말입니다. 다시 말해 ‘엿 먹어라’는 ‘죽어라’와 동의어죠. 이 표현의 의미를 알고도 친구에게 쓰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서울 경희여중의 우리말 장려 동아리 ‘너나들이’ 회원 김주은(3년)양의 말이다. 너나들이는 ‘서로 너니 나니 허물없이 부르는 사이’를 뜻하는 순우리말. 566돌 맞이 한글날(9일)을 기념해 올바른 우리말 사용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너나들이 회원들을 만났다.
  • '너나들이' 동아리 학생들이 언어 순화가 필요한 대중가요 선별을 위해 교우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희여중 '너나들이'
  • ◇2년 전 창단에서... 사전 편찬부터 신문 제작까지
    “청소년 언어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욕의 일상어화(化)입니다. 욕이 친구를 부르는 호칭이자 감탄사요, 부사어 기능을 하기 시작한 거죠.” 강용철(37) 서울 경희여중 교사(이화여대 국어교육과 겸임교수)는 평소 올바른 언어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중 지난 2010년 너나들이를 만들었다.

    이제 막 두 돌이 된 동아리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너나들이의 활약상은 놀랍다. 회원들끼리 순우리말과 비속어 사전을 편찬하는가 하면, 우리말 사용 장려 UCC와 신문 제작 등 광범위한 작업을 통해 우리말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

    너나들이의 최대 경쟁력은 우리말을 재밌게 연구한다는 점이다. 대중가요 순화와 우리말 사전 만들기 작업에 참여 중인 황기정(3년)양은 지난해 너나들이가 비속어 사용에 대한 경희여중 학생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펼친 퍼포먼스를 접하며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운동장에 ‘ㅂㅅ’이란 초성이 크게 쓰여 있었어요. 그걸 보고 대부분의 학생이 비속어를 떠올렸죠. 그 일을 계기로 저 역시 오염된 우리말에 익숙해져 있다는 걸 느끼고 너나들이에 가입하게 됐습니다.”
  • 대중가요 속 외래어와 비속어를 우리말로 순화하여 보여주고 있는 '너나들이' 단원들.사진제공=경희여중 '너나들이'
  • ◇최근엔 노랫말 비속어 순화 작업으로 ‘주목’
    너나들이 활동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건 대중가요 순화 작업이다. ‘대중가요 순화’ 조에서 조장을 맡은 김주은양은 얼마 전 인기 그룹 빅뱅의 GD와 TOP이 부른 가요 ‘뻑이 가요’의 노랫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작업에 참여했다.

    “대중가요는 청소년 다수가 공유하는 문화이자 놀이 수단인데, 외래어와 불필요한 비속어가 지나치게 많아요. ‘뻑이 가요’ 같은 가사도 ‘반했어요’로 바꿨을 때 운율과 의미 전달에 전혀 문제가 없었어요. 처음엔 순화한 가사로 노래를 부르니 어색하고 웃기기도 했죠. 하지만 자꾸 불러보면 재미도 있고 굳이 비속어와 외래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느끼게 돼요.”

    학교 신문부와 너나들이에서 함께 활동 중인 박민재(3년)양은 올바른 우리말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성숙한 견해를 펼쳐보였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이유를 아세요? 말은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민족의 얼이 담겨 있거든요. 최근 늘어난 비속어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은어를 접하다 보면 ‘갖은 박해 속에서도 지켜낸 우리말을 이제 와서 우리 손으로 파괴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말은 우리 것이잖아요. 잘 보전하고 지켜야 하는데 이보다 더 타당한 이유가 필요할까요?”

    바르고 고운 우리말 궁금하다면?
    ㆍ국립국어원 ‘가나다 전화’ 1599-9979
    ㆍKBS한국어연구회 korean.kbs.co.kr(올바른 우리말 발음 등 한글 정보 수록 사이트)
    ㆍ맞춤법 검사기 speller.cs.pusan.ac.kr(부산대에서 개발한 한글 맞춤법 교정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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