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건 간결하고 명확한 의미 전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직적인 글이 되어야 하는데 그 기본은 단락입니다. 대입 논술문을 쓸 때에도 단락 처리를 잘하면 채점 교수의 호감을 살 수 있습니다."
문장론 대가로 평가받았던 고 서정수 한양대 명예교수(국어국문학)는 생전에 논리적인 글쓰기에 있어 단락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로 유명하다. 서 교수는 "우리나라 글은 형식에 있어 모호한 점이 많다"며 "좀 더 명확하게 뜻을 전달하려면 형식과 내용의 일치가 필요한데 그 중심이 단락"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 연세대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박사 출신인 서정수 교수는 한글에 있어 이런 개념이 정립되지 않았던 1970년대부터 연구를 시작, 이 부분에서 독보적인 업적을 쌓은 바 있다. 그전에는 문장의 기교에만 신경을 썼던 국어 연구에서, 형식과 내용의 일치라는 새로운 틀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90년대 중반 대학 입시에 논술고사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도 논술 문제의 틀을 만드는 데 이바지했다. 서 교수가 강조한 단락은 쉽게 말해 '줄을 바꾸는 단위'다. 곧 하나의 주제로 글을 쓰다 다른 주제로 넘어갈 때 줄을 바꾸는데, 그 구분이 되는 것이 바로 '단락'이다. 이 단락은 의미의 명확한 전달을 위해 매우 중요한 단위다. 당연히 명확한 주장이 생명인 논술에서도 단락 이해가 꼭 필요하다.
서 교수가 대입 논술과 관련지어 강조하던 글쓰기 방법론을 질문 답변 형식으로 정리
해 본다.
(문) 단락이란 무엇인가.
(답) 관련 문장들을 한 데 이어 놓음으로써 주제의 일부를 펼친 내용적 단위체다. 쉽게 말해 전체 주제를 떠받치는 소주제문이라고 보면 된다. 그 형식적 경계는 들여쓰기, 즉 줄 바꿈이다. 이 단락이 모여 문단이 되고, 그 문단이 모여 전체 글이 되는 것이다.
(문) 단락이 왜 중요한가.
(답) 내용과 형식의 일치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단락이 제대로 구분되지 않은 문장은 읽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저런 이야기를 하는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럴 때 한 내용을 한 단락에만 담고, 다른 내용은 줄을 바꿔 또 다른 단락에서 표현해 주면 의미전달이 명확해진다. 한 단락에는 한 주제만 다루는데 그렇게 하면 의미 혼동 없이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문) 단락 구성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가.
(답) 큰 주제 밑에 그것을 떠받치는 작은 주제가 단락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우선 한 단락은 한 주제만을 다뤄야 한다. 그리고 두괄식 문장을 쓰는 게 좋다. 즉 소주제가 되는 문장을 맨 앞에 쓰고 그와 관련한 부연 설명을 뒤에 하는 게 명확한 의미전달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논술시험에 있어 특히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문) 두괄식, 중괄식, 미괄식 등 글에는 여러 종류의 형식이 있다. 그중 두괄식을 강조하는 이유는.
(답)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다. 모든 글에 있어 자신의 의사를 가장 간결하고 힘있게 전달하는 형식은 두괄식이다.
(문) 좋은 단락을 만들기 위해 또 필요한 점이 있다면.
(답) 좀 더 설득력 있는 글을 쓰려면 내용을 채워줘야 한다. 이 부분은 학생들이 평소 충분한 독서로 해결해야 한다. 어떤 글을 쓰는 데 많은 지식이 있을수록 글의 깊이가 생기고 독자들을 설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글은 스치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뭔가 화두를 던졌으면 왜 그런지 구체적으로 예시를 들어가면서 써야 설득력이 생긴다.
(문) 문장 기술은 어떻게 해야 하나.
(답) 문장을 보면 문장 요소를 빼먹는 불완전한 문장들이 많다. 주어가 빠진다든지 목적어가 빠진다든지, 아니면 주어와 술어가 불일치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이것은 글을 쓰는 데는 장면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곧 둘이 대화를 할 때는 공통한 상황이 없기 때문에 구태여 주어와 목적어를 넣지 않더라도 뜻이 통한다.
하지만 글은 그렇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하는 바가 명확해질 수 있게 주어나 목적어 등을 빼먹지 않는 게 좋다. 또 논술은 주장이나 논리를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결한 문장을 쓰는 게 낫다. 미사여구를 잘못 쓰다가는 오히려 뜻이 모호해질 수가 있다.
(문) 논술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명심해야 할 사항은.
(답) 우선 단락 개념을 확실히 알고 많은 훈련을 해야 한다. 단락을 확실히 구분 짓고 글을 썼을 때 채점자는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단락 원리를 이해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 글을 쓸 때에는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미사여구나 꾸미는 말을 되도록 자제하라.
논술은 논리적인 글이다. 문학적인 느낌을 개입시키면 의사전달이 확실하게 되지 않는다. 말할 때와 글 쓸 때는 다르다는 점을 명심하고 주술 관계를 확실하게 이어주면서 의미전달에 지장을 주는 문장 성분을 함부로 빼지 마라. 또 잘못된 인용은 피하고 무엇보다 두괄식으로 문장을 써야 한다.
[정리=신우성(대치동 신우성논술학원 원장) 02-3452-2210, www.shinwoosung.com]
“단락 이론에 맞춰 답하면 좀더 매력적인 논술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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