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세기 대규모 무덤단지 발굴
입력 2011.01.07 09:51
경북 영천서 목곽묘·석곽묘 등 371기… 신라인의 생활상 엿볼 수 있어
  • 신라시대 사람들의 생활상(生活相·생활해나가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규모 무덤단지가 경상북도 영천에서 발굴됐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 성림문화재연구원은 6일 “부산지방국토관리청 도로 확장 공사구간에 포함된 경북 영천시 신녕면 화남리 일대에서 4세기에서 7세기 무렵 만들어진 신라시대 무덤 371기(基·무덤이나 비석 등을 세는 단위)를 발굴했다”고 밝혔다. 영천 지역에서 신라시대 무덤이 이처럼 대규모로 발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이번에 발굴된 목각묘 8호의 모습. 윗부분이 시신을 놓는 ‘주곽’, 아랫부분이 유물만을 놓기 위해 따로 만든‘부곽’이다. 화살표로 확대된 사진은 이곳에서 발굴된 철기류의 모습. /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 무덤이 발굴된 곳은 주로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능선 일대다. 특정 지역에 모여있지만 형태가 다양한 게 특징. 나무 관을 묻은 무덤인 목곽묘, 돌을 이용해 만든 무덤인 석곽묘, 돌로 방을 만들어 묻은 석실묘 등이 대표적이다. 무덤의 모양이나 배치 형태 등을 통해 목곽에서 석곽으로, 석곽에서 석실로 무덤의 형태가 시대별로 변화하는 양상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발굴에선 목곽묘와 석곽묘가 뒤섞인 형태의 무덤도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곽무덤은 대개 시신을 묻는 ‘주곽’ 과 유물을 묻는 ‘부곽’ 으로 나뉜다. 목곽묘와 석곽묘의 부곽은 각각 네모난 형태, 동그란 형태를 띤다. 그런데 이번 발굴조사에선 동그란 모양의 부관을 갖춘 목곽묘가 발견됐다. 목곽묘에서 석곽묘로 바뀌기 전 중간 단계 무덤이 어떤 형태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증거다.

  • 이번 발굴에선 토기류도 3000여 점이나 발견됐다. / 성림문화재연구원 제공
  • 무덤과 함께 많은 양의 유물도 발굴됐다. 토기(土器·진흙으로 만들어 구운 그릇) 종류만 약 3000점, 금귀걸이·구슬 목걸이·투구(옛날 군인이 적의 공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썼던 철제 모자)까지 합치면 4000여 점에 이른다. 삼국시대엔 ‘저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담아 먹으려면 그릇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무덤에 크고 작은 토기를 함께 묻는 풍습이 있었다.

    김동숙 성림문화재연구원 조사부장은 “이번 발굴은 비석이나 문헌 외에 신라가 북쪽으로 영토를 확장해나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물 자료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특히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을 통해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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