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위인전]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입력 2011.01.04 09:42
재산 470억 달러 '투자의 귀재'
햄버거 먹으며 기부 '펑펑'
  • 워런 버핏(81세·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오마하의 현인(賢人·어질고 총명한 사람)’,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세계적 부자다. 그의 자산은 무려 47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3조원에 이른다. 버핏은 이 엄청난 자산을 순전히 자신의 힘으로, 그것도 주식 투자만으로 일궈냈다. 게다가 이 거대한 부(富)의 시작은 단돈 100달러였다.

  • 조선일보 자료사진
  • △6세 때 콜라 장사… ‘세금 내는 10대’
    워런 버핏은 1930년 미국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에서 태어났다.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전 세계가 대공황(恐慌·경제순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제 혼란의 현상)에 접어든 어려운 시기였다. 워런은 어릴 때부터 돈에 관심이 많았다. 어린 그가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은 허리에 차는 환전기. 버핏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돈을 바꿔주는 놀이를 즐겨했다. 단순히 바꿔주기만 했을 뿐인데 돈이 불어나는 게 마냥 신기하고 즐거웠던 것이다.

    그의 사업가 기질은 아주 어릴 때부터 나타났다.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료품점에서 코카콜라를 사다가 판 게 시작이었다. 당시 6개들이 콜라 한 팩의 구입가는 25센트, 판매가는 병당 5센트였다. 콜라 한 팩을 팔면 5센트가 남았으니 벌이가 꽤 짭짤했다. 이때 그의 나이 겨우 여섯 살이었다.

    초등생 시절엔 경마 관련 정보지를 펴냈다. 승리마(馬)를 예상하고 돈을 걸 수 있게 도와주는 책자였다. 버핏은 집 지하실에서 정보지를 인쇄한 후 한 부당 25센트에 팔았다. 이를 위해 친구들과 함께 승리마를 예측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그의 사업은 계속됐다. 16세 땐 중고 자동차 한 대로 렌터카 사업을 시작했다. 중고 핀볼 게임기를 빌려주는 일, 골프장 연못에 버려진 골프공을 주워 모아 깨끗이 씻어 되파는 일도 했다.

    버핏은 이미 10대에 세금을 내는 ‘부자’였다. 14세 때 신문배달로 벌어들인 돈이 1000달러나 됐고 고교생 시절 “30세면 백만장자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곤 했다.

    △8세 때부터 주식 관련 책 읽기 시작해
    돈에 관해서라면 누구보다 조숙했던 버핏은 6~7세 때 이미 주식에 흥미를 느꼈다. 그리고 여덟 살이 되자, 주식과 관련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주식중개인이었던 아버지의 책꽂이에 꽂혀 있던 책은 온통 버핏의 참고서였다. 그가 특히 좋아했던 책은 ‘1000달러를 버는 1000가지 방법’. 열 살 무렵, 그는 지역 도서관의 웬만한 투자 관련 서적을 모두 뗐다.

    그가 본격적으로 투자자의 길에 들어선 건 열한 살 때였다. 아버지가 일하던 회사에서 주가 기록 아르바이트를 하며 주식시장에 흥미를 갖게 됐고, 주당 28달러에 ‘시티 서비스’란 회사 주식을 3주 사들인 것. 얼마 후 그는 주당 40달러에 이 주식을 팔았고, 수수료를 빼고도 5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16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버핏은 2년 동안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수학과 통계학을 전공한 뒤, 3학년 때 네브래스카대학 링컨 경영대에 편입해 학위를 받았다. 불과 3년 만이었다. 그러나 이후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지원한 그는 학교 측으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19세는 대학원에 입학하기에 너무 어리다”는 게 입학 거절의 이유였다. 하지만 이 일로 오히려 그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컬럼비아대학 경영대학원에서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버핏은 26세에 10만5100달러를 끌어들여 ‘버핏 투자조합’을 설립했다. 이 중 자신의 돈은 100달러뿐이었다. 이후 그는 저평가된 좋은 기업에 오랜 기간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가치투자’로 탄탄한 성공의 길을 걸어왔다. 2010년 현재 그의 재산은 약 470억 달러(약 53조 원). 세계 3위 부자다.

    △몸에 밴 검소…  50년째 같은 집 살아
    세계 최고 부자이면서도 그의 생활은 호화로움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의 일상생활은 평범함 그 자체다. 양복은 수수한 기성복만 입고, 뒤축이 닳은 구두를 아무렇지도 않게 신고 다닌다. 글씨는 쓸 땐 값싼 빅(Bic) 볼펜을 사용한다. 파티를 즐기지도,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다.

    값비싼 레스토랑에 가는 것도 꺼린다. 점심 식사는 주로 콜라와 햄버거. 어쩌다 단골 식당에서 25달러(약 2만8000원)짜리 스테이크를 사먹는 게 고작이다. 늘 중고차를 손수 운전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7년 9월, 오마하에 있는 그의 집에 강도가 들었다. 다행히 가짜 권총을 든 ‘얼치기’였고, 방범벨이 울리자 달아났다. 당시 그는 아내와 함께 집안에 있었지만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건은 버핏의 소박함을 세상에 새삼 알린 계기가 됐다. 당시 언론은 강도 사건 자체보다 그가 살고 있는 집이 얼마나 낡고 검소한지에 주목했다. 그는 1958년 3만2000달러를 주고 구입한 낡은 주택에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대문도 없는 이 집의 건평(建坪·건물이 차지한 밑바닥의 평수)은 541.6㎡(163.8평). 사건 발생 당시 시장 가격으로 따졌을 때 71만 달러(약 6억6500만원)에 불과했다.

    △통 큰 기부… “재산 99% 기부” 약속
    그는 검소한 생활과 달리 ‘통 큰 기부’로 유명하다. 지난 2006년 자신이 보유한 회사 주식 중 85%를 자선단체에 내놓은 것도 모자라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지금껏 그 약속을 실천해오고 있다. 그에겐 세 명의 자녀가 있다. 하지만 “자녀에겐 돈이 아닌 독립심을 물려줘야 한다”는 게 그의 철학이다.

    그는 자신뿐 아니라 세상의 부자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부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함께 전 세계 억만장자를 상대로 ‘재산 절반 기부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2011년 1월 현재 이 운동에 동참하기로 약속한 억만장자는 40명.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버핏은 게이츠와 공동으로 미국의 격월간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 선정 ‘2010년의 사상가’ 1위에 올랐다.

    >>워런 버핏은
    1930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태어나 6세 때 코카콜라 장사로 ‘인생 최초의 사업’을 벌였다. 8세 때 주식 관련 책을 읽기 시작해 11세 때 첫 주식거래를 했다. 14세 때 이미 세금을 내기 시작했다. 펜실베이니아대와 네브래스카대를 거쳐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에 등록, 전설적 투자가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받았다. 26세 때 고향으로 돌아와 ‘버핏 투자조합’을 설립, 낮게 평가된 주식을 오랫동안 보유하는 일명 ‘가치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2006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한 후, 이를 실천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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