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세배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는 풍습
입력 2011.01.02 00:33
세뱃돈의 모든 것
  • 오늘은 2011년 1월 1일. 바야흐로 신묘년(辛卯年), ‘토끼띠의 해’가 다가왔어. 새해 첫날이라고 생각하니 뭔가 설레지 않니? 새 학년으로 올라갈 생각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친구도 있을 거야. 오늘은 양력(陽曆) 설날이지만 벌써부터 음력(陰曆) 설날을 기다리는 친구도 있어. 장윤성 군(서울 금양초 5년)은 “올해 6학년이 되는데 이번 설날엔 세뱃돈을 얼마나 받을지 무척 기대된다”고 했어.

    윤성이처럼 세뱃돈 받을 생각에 벌써부터 들뜬 친구들, 참 많을 거야.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세뱃돈의 모든 것’에 대해 얘기해주려고 해. 세뱃돈 챙기는 데만 한눈이 팔려 정작 세뱃돈이 언제부터 우리나라 설날의 풍습이 됐는지 모르는 친구도 많지? 잘 들어봐. 이제부터 아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질 테니까.

    ◆세뱃돈은 1960년대부터 생긴 ‘신(新)풍속’

    세뱃돈은 잘 알려진 것처럼 설날 아침 할아버지·할머니 등 웃어른께 세배를 올린 후 받는 돈이야. 그래서 이름도 ‘세뱃돈’으로 붙여졌지. 그럼 설날은 언제부터 생긴 걸까?

    설날이 지금처럼 우리 고유의 명절로 자리 잡게 된 건 조선시대부터야. 신라시대나 고려시대에도 지금의 설날과 비슷한 풍습이 있었지만 명절로 정해진 건 아니었어. 조선시대에 와서야 4대 명절 중 하나로 설날을 정하고 다같이 즐겼대. ‘새해엔 아는 사람을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서로 좋은 일을 얘기하며 축하한다.’ 조선시대의 풍습을 기록한 책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적혀 있는 말이야. 조선시대 때도 지금처럼 설날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새로운 한 해 동안 서로가 잘되길 바라며 덕담(德談)을 주고받았던 거지.

    그런데 지금처럼 설날에 세뱃돈을 주고받는 풍습은 불과 50여 년 전인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사실, 알고 있니? 이전엔 세배하러 온 어린이들에게 떡이나 과일 등을 주고 덕담을 주고받는 게 전부였대.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과 교수는 “조선 시대에 엽전이 사용되긴 했지만, 세뱃돈을 엽전으로 주고받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주로 설빔(설날에 입는 새 옷)을 마련하거나 선물을 하는 형태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어. 그는 “1960년대에 들어와 엽전보다 사용이 간편한 지폐 형식의 화폐가 널리 사용되면서 세뱃돈이 생기게 됐다”고 덧붙였지.

    세뱃돈 풍습은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급격하게 이뤄지던 1970년대 들어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고 해. 하지만 최근엔 과거와 달리 세뱃돈이 ‘물질적 수단’으로만 활용된다는 지적도 있어. 김종대 중앙대 민속학과 교수는 “예전의 새해 덕담은 말로 다른 이의 행복을 빌어주는 ‘언어 주문’과 같았다”며 “최근의 세뱃돈 문화는 상대방의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단순히 ‘돈’으로 대체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어. 우리 모두 세뱃돈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 ‘새해 첫날’하면 세배와 세뱃돈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세배하는 법을 배우는 어린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지만(위), 세뱃돈을 받은 뒤의 얼굴엔 웃음꽃이 가득하다. / 연합뉴스ㆍ조선일보 자료사진
  • ◆펀드? 적금? 세뱃돈의 알찬 활용법!

    너희는 세뱃돈을 어디에 사용하니? 게임기나 인형처럼 평소 사고 싶었던 것들을 사는 경우가 많을 거야. 세뱃돈이 모두 엄마 지갑 속에 들어가버려 속상한 친구도 있을 테고. (웃음) 아마 용돈으로 두둑해진 호주머니를 두드리며 좋아하다가 눈 깜짝할 새에 다 써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일걸.

    그런데 최근 들어 세뱃돈을 아주 잘 관리하는 똑똑한 친구들이 늘고 있어. 최예원 양(서울 불암초 6년)은 “초등학교 때 부모님이 만들어주신 통장에 세뱃돈을 차곡차곡 모아놓는다”며 자랑했어. 그런데 몇몇 어린이들은 이렇게 불평하기도 해. “이자가 별로 늘지 않아 안타까워요!”

    그래서 큰맘 먹고 준비했단다. ‘세뱃돈을 잘 활용하는 법’! 받은 세뱃돈을 어린이 전용 펀드(fund)나 적금 상품에 가입해보렴. 그게 뭐냐고? 펀드란 전문 투자기관이 가입자가 넣어둔 통장 속 돈을 가입자 대신 수익성 좋은 기업에 투자해주는 거야. 또 적금은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금액을 저축한 후 약속한 시점이 되면 돈을 되돌려 받는 형태지. 둘 다 일반 저축보단 수익성이 좋은 편이란다. 단, 펀드는 주식시장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어. 그렇게 되면 기껏 모은 돈이 줄어들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돼.

    어린이를 위한 금융상품엔 다양한 혜택이 있어. 삼성증권의 ‘삼성 착한아이 예쁜아이 펀드’에 가입하면 어린이 경제교실에도 무료로 참여할 수 있대. 신한은행의 어린이 전용 통장 ‘Kids&Teens’는 자유적금 상품이야. 설날 이후 5일 안에 저금을 시작하면 이자를 0.1%포인트 더 준다니 매력적이지?

    세뱃돈의 체계적 관리는 돈을 불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제 공부에도 큰 도움이 돼. 전병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어린이가 펀드나 적금 등에 직접 가입해 활동해보는 건 무척 효과적인 경제교육 방법”이라고 했어. 세뱃돈을 잘 관리할 줄 알게 되면 평소 받는 용돈도 짜임새 있게 쓸 수 있으니 올바른 소비 습관을 갖고 경제 관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거야. 어때, 이번 설날엔 ‘나만의 펀드(적금) 통장’ 하나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어린이 부자’를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거야.


    ◆한·중·일 각양각색 세뱃돈 주머니

  • 새해 첫날 착용 “복이 들어온대요”

    △한국-세뱃돈 봉투가 따로 있진 않고 복주머니가 종종 그 역할을 대신한다. 복주머니란 복을 불러들이기 위해 차고 다니는, 여러 가지 길상(吉祥·상서롭고 운이 좋은 것의 상징)무늬가 새겨진 주머니. 주로 새해 첫날 많이 착용한다. 조선시대 궁중에서 신하들에게 새해 첫날 볶은 콩을 주머니에 넣어주던 풍습에서 비롯됐다.

  • 재물복 생긴다 해서 붉은 봉투 사용

    △중국-‘홍빠오(紅包)’라고 불리는 붉은색 세뱃돈 봉투가 있다. 중국인은 빨간색을 재물과 관련 있다고 믿어 무척 좋아한다. 중국은 우리처럼 음력설을 쇠며 설날을 ‘춘절(春節)’이라고 부른다. 설날 아침에 “신녠콰일러(新年快樂·즐거운 새해를)”라고 인사를 건네며 봉투에 세뱃돈을 넣어준다. 최근 중국에선 신년 인사로 “꿍시파차이(恭禧發財·돈 많이 버세요)”가 인기를 끌고 있다.

  • 세뱃돈은 꼭 봉투에 담아 건네

    △일본-일본은 우리나라나 중국과 달리 양력설을 쇤다. 일본에도 우리나라처럼 20세가 안 된 젊은이에게 오토시타마(お年玉·세뱃돈)를 건네는 풍습이 있다. 일본인은 세뱃돈을 건넬 때 꼭 봉투를 사용한다. 그냥 건네는 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하기 때문. 일본의 세뱃돈 봉투엔 주로 연이나 매화가 그려져 있다. 최근엔 다양한 만화 캐릭터 등으로 디자인된 세뱃돈 봉투도 나왔다.


    ◆각국 화폐 속 인물 엿보기 - 화폐금융박물관 제공

  • △인도-마하트마 간디(1869~1948년)/1000루피

    인도 사람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모든 인도 지폐의 앞면을 장식하고 있다. 18세 때 영국으로 건너가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 차별 반대 운동을 펼쳤다. 이후 다시 인도로 돌아와 ‘비폭력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독립운동을 펼친 끝에 1947년 인도의 독립을 이끌어냈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로 불린다.

  • △중국-마오쩌둥(1893~1976년)/100위안

    공산주의 혁명가. 중국 최초로 공산당을 만들었고, 뜻을 같이하는 혁명군을 이끌고 1949년 사회주의 국가인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개인 소유의 토지를 빼앗아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등 대대적인 혁명을 일으켰다. 어린이에게 힘든 일을 시키지 못하게 했으며 학교도 많이 세웠다. 중국인이 존경하는 인물 1위로 중국에서 사용되는 여섯 종류의 화폐에 모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 △일본-노구치 히데요(1876~1928년)/1000엔

    ‘일본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세계적 의학자이자 세균학자다. 일본 역사상 최초로 화폐 속 인물로 등장한 과학자이기도 하다. 왼손 장애 등 어려운 환경을 딛고 뱀의 독성 연구와 매독균 발견 등 많은 업적을 남겼다. 1928년 아프리카에서 모기가 전파하는 전염병인 황열병을 연구하던 도중 이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 △영국-엘리자베스 2세(85세)/20파운드

    1953년부터 지금까지 영국을 이끌고 있는 여왕. 아버지 조지 6세의 건강이 나빠지자 왕위를 이어받았다. 여왕이면서도 정직하고 검소한 삶으로 국민들에게 모범이 되고 있다. 왕실 생활을 TV로 보여주는 등 ‘소통하는 여왕’으로도 유명하다. 캐나다, 뉴질랜드 등 20여 개국 화폐에도 등장한다. 아직 살아 있는 인물인 만큼 젊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수많은 모습이 화폐 속에 담겨 있다.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