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메달 왕' 향해 값진 땀방울 흘려요"
입력 2010.12.18 23:48
광저우 패러게임 내일 폐막… '꿈나무 장애인 선수'를 찾아가다
특수학교는 장애체육의 요람… 스포츠 배우며 자신감도 자라
동정·무관심이 '최대의 장벽'
  • 지금 중국 광저우에선 지난달 있었던 아시안게임에 이어 ‘또 하나의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다. 19일 막을 내리는 ‘제10회 광저우 아시안장애인경기대회(아시안패러게임)’가 그것. 아시아 40개국 장애인 운동선수 3000여 명이 18개 종목에 출전하는 대규모 행사다. 198명으로 선수단을 꾸린 우리나라 대표팀의 목표는 금메달 35개. 종합순위 3위에 오르는 것이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스포츠야말로 오랜 훈련 끝에 비로소 완성된다. 장애인 종목도 마찬가지다. 광저우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구슬땀을 흘리는 대표팀 뒤엔 어릴 때부터 이 악물고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 노력하는 ‘꿈나무 장애 선수’들이 있다. 광저우 아시안패러게임 개최를 계기로 이들의 현주소를 짚었다.

    ◆‘꼬마 장사’ 청각장애 송예준 군

    송예준 군(한국구화학교 5년·청각언어장애 2급)은 어린이 장애 선수 중에서도 단연 기대주다. 주종목은 씨름. 송 군은 지난 5월 열린 제4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이하 ‘전국장애체육대회’) 씨름 부문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 3월 처음 모래판을 밟은 지 두 달 만이다.

  • 제4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서 서울 지역 다관왕(씨름 부문)을 차지한 송예준 군이 상대 선수의 샅바를 잡고 훈련하고 있다. / 한국구화학교 제공
  • 송 군의 일과는 오전 6시 30분에 시작된다. 송 군의 집은 경기 남양주시에 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학교까지 가려면 오전 7시에 경기 구리시에서 출발하는 통학 버스를 타야 한다. 일주일 중 사흘은 수업 후 씨름 훈련에 참가한다.

    송 군은 태어날 때부터 달팽이관 기형으로 귀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항상 인공 와우(蝸牛‧청각신경에 자극을 주어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전기장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모래판에서 와우를 끼면 상처를 입을 수 있어 코치님의 설명을 들을 땐 와우를 끼고 모래판에 들어서면 와우를 벗길 반복하고 있다.

    “힘들지만 (씨름) 기술 배우는 게 재밌어요. 시합 후 성적이 좋아 학교 조회시간에 전교생 앞에서 칭찬받을 땐 얼마나 짜릿한지 몰라요.” 매주 화·수요일은 씨름 훈련 후 두 시간에 걸쳐 언어치료와 인지치료를 받는다. 송 군의 어머니 오은주 씨(44세)는 “치료가 끝나는 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면 차 타자마자 잠들기 일쑤”라며 “피곤해하는 걸 보면 안쓰럽지만 아이가 좋아하니 기특하다”고 말했다.

    ◆대전 원명학교 전국대회서  ‘금 7’

    장애 체육은 그 특성상 특수학교의 운동 환경이 중요하다. 특수학교는 대부분 초·중·고교 과정이 통합돼 있어 초등생 때 운동을 시작하면 그 학교에서 고교생 때까지 훈련을 계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전 원명학교는 ‘우수 장애 체육기관’의 예로 손꼽을 만하다.

  • 올 6월부터 역기를 든 민한별 군이 엄태구 대전시생활체육회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다. / 대전=김정욱 인턴기자
  • 원명학교는 올해 전국장애체육대회 6개 종목에서 23명의 선수를 출전시켜 금메달 7개를 따냈다. 이 학교는 올 3월부터 전교생의 화·목요일 1교시를 체육수업으로 바꿨다. 노한호 교장 선생님의 아이디어였다. “특수학교야말로 미래 장애인 체육의 요람입니다. 일반 학교에 비해 학습 부담이 적어 다양한 체육활동으로 학생들의 특기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주 2회 전교생 체육수업 말고도 이 학교의 ‘체육 사랑’은 남다르다. 월·수·금요일 방과후 수업 땐 지역생활체육협회 강사가 학교에 와 육상과 역도 등을 가르친다. 민한별 군(3학년·지적장애 3급)은 올 6월 역도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하루하루가 즐겁다. “처음엔 10㎏밖에 못 들었는데 지금은 15㎏도 거뜬히 들어요.”

  • 정준우 군이 자신의 운동 기록을 정리한 ‘보물 1호’ 일기장을 든 채 활짝 웃고 있다. / 대전=김정욱 인턴기자
  • 내년 전국장애체육대회 출전을 목표로 50m와 100m 달리기를 연습 중인 정준우 군(4학년·자폐성 장애 2급)은 매일 훈련이 끝나면 ‘체육 일기’를 쓴다. “달리기를 마친 후 일기를 쓰면 기분이 상쾌해져요. 실력이요? 제가 학교에서 제일 빠르죠!”(웃음)

    2010년 12월 현재 대한장애체육회에 등록된 어린이 장애 선수는 350여 명. 이들의 훈련 환경은 결코 일반 선수에 비해 좋다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의 안쓰러운 시선과 무관심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사람들의 시선에 구애받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2004년 아테네 장애인 올림픽 역도 종목에서 90㎏급 금메달을 수상한 박종철 대한장애체육회 체육진흥부 팀장은 “가장 중요한 건 열정, 그리고 운동을 즐기려는 마음가짐”이라고 조언했다. “불가능은 아무것도 아니란 광고도 있잖아요. 어린이 장애 선수 여러분, 파이팅!”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