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용 신짱
초등학교 입학 직전의 장난꾸러기들을 보고 있자면 ‘짱구’ 캐릭터가 생각납니다.
우리에겐 본명인 ‘크레용 신짱’보다 짱구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못 말리는 소년은 일본 작가 우스이 요시토(본명 우스이 요시히토·52세)의 작품입니다. 우스이 요시토는 일본 시즈오카에서 태어나 가즈카베에서 자랐습니다. 고교 졸업 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던 그는 돌연 학교를 중퇴하고 광고회사에 취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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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진난만한 악동’ 크레용 신짱과 부모님, 흰둥이 개 ‘시로’까지…. 작가 우스이 요시토는 이제 이 세상에 없지만 ‘못 말리는 짱구 가족’은 전 세계 만화 팬들의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거예요. / 와이쥬 크리에이티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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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87년 회사를 다니며 도전한 만화대회에서 ‘다라쿠야 스토어 이야기’로 신인상을 받으며 만화가로 데뷔하게 됩니다. 예전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일했던 가게에서 겪은 경험담을 담은 작품이었죠. 만화 자체의 인기는 별로였지만 다라쿠야 스토어 사장의 어린 시절 캐릭터만큼은 무척 독특했어요. 그걸 눈여겨본 잡지사 기자의 권유로 우스이 요시토는 그 캐릭터만 떼어내어 새로운 만화를 그려냅니다. 그게 바로 1990년 탄생한 ‘크레용 신짱’(우리말 제목 ‘못 말리는 짱구’)이었어요. 이 작품 속 개성 만점 다섯 살 소년 캐릭터는 일약 큰 인기를 얻었답니다. 결국 1992년 만화영화로 제작되며 일본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게 됩니다.
크레용 신짱, 재밌는 이름이죠? 작가는 ‘어린이의 생각을 맘껏 색칠해보라’는 의미에서 ‘크레용’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짱’이란 이름 뒤에 붙이는 귀여운 애칭이에요. 그 때문일까요? 크레용 신짱의 한국 이름이 ‘짱구’가 된 데 대해 우스이 요시토는 무척 좋아했다고 합니다.
크레용 신짱의 캐릭터를 만들 때 작가는 자신의 딸 미쓰키를 많이 참고했대요. 우리에게 ‘짱구춤’ ‘울라불라 춤’으로 알려진 독특한 춤 동작도 아이들이 엉덩이를 씰룩거리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하네요. 신짱에게 늘 구박받지만 듬직한 흰둥이 개 ‘시로’ 역시 작가가 키우던 개가 모델이래요.
우스이 요시토는 아쉽게도 지난해 9월 등산하던 중 발을 헛디뎌 목숨을 잃었습니다. 늘 입버릇처럼 “크레용 신짱 연재가 언제 끝날지 나도 모르겠다”던 그의 말처럼 어느날 갑자기 연재가 끝나버린 거죠. 생전의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만화가는 수수께끼에 둘러싸여 있는 게 좋다. 만화가는 꿈을 파는 직업이니까.”
올해는 크레용 신짱이 태어난 지 20년이 되는 해입니다. 비록 원작자는 이 세상에 없지만 크레용 신짱은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어요. 문하생들이 나서서 연재를 다시 시작했거든요. 살아 있을 때도 문하생들과 함께 작품활동을 해왔던 그여서 재연재가 전혀 불가능한 작업은 아니라는군요. 어때요, 문하생들의 손에서 되살아난 짱구의 울라불라 춤을 보며 작가를 기리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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