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이들의 얼굴에서 해맑은 웃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영어·수학 학원으로 발길을 옮기기 바쁘고 일과가 끝나는 시간은 빨라야 밤 10시 정도이기 때문이다.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내는 이유는 단 하나,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다. 적성과 흥미, 재능을 고려하지 않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어린이들은 과연 행복할까? 그런 면에서 서울 고명초등학교 5학년 5반 어린이들은 좀 다르다. 꼭 공부가 아니라도 제각각 꿈과 목표를 가슴에 품고 열심히 살아간다. 이게 다 김수정 담임 선생님의 ‘칭찬’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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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정 선생님은 "서로 다른 소질과 적성을 가진 어린이를 잘 관찰해 칭찬응로 격려해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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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1 대화로 ‘칭찬거리 찾아내기’
김 선생님은 적어도 하루 두 명의 어린이와 ‘1대 1 대화’를 나눈다. 대화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마무리는 언제나 하나다. “참 잘하는구나!” 평소 각 아이의 생활 모습과 수업 태도 등을 꼼꼼히 살피다가 칭찬할 만한 내용이 생기면 틈틈이 칭찬과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 김 선생님은 “공부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 어린이도 잘하는 게 분명히 있다”며 “그 부분을 끌어내 계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바로 칭찬”이라고 말했다.
“성적은 좀 떨어지지만 글짓기를 잘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하루는 그 애에게 ‘정말 글을 잘 쓰는구나. 며칠 후 있을 글짓기 대회에 나가보는 게 어떻겠니?’ 하고 말을 건넸죠. 결과가 어땠냐고요? 장원을 받아왔어요. 그날 이후 늘 자신감 없이 주눅 들어 있던 아이가 ‘나도 잘하는 게 있다’고 생각하게 됐죠. 성격도 이전보다 훨신 활기차게 변했고요.”
김 선생님의 칭찬은 역사가 오래다. 예전부터 ‘사람마다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의 능력을 존중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년 새로운 반을 맡을 때마다 모든 아이에게 맞는 칭찬거리를 고민한다. 김 선생님은 “똑같은 숙제는 내주지만 결과까지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진 않는다”고 귀띔했다. “숙제를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이 서로 다르니까요. 일괄적으로 다해왔는지 검사하기보다 개개인의 능력에 맞춰 어떻게 해왔는지 평가하려고 노력합니다.”
◆게임 마니아, 과학실험 블로거 되다
선생님의 노력은 금세 반 학생들의 변화로 이어졌다. 가장 대표적 사례가 정재혁 군과 권구윤 군이다. 정 군은 반에서 알아주는 ‘게임 마니아(mania·한 가지 일에 몹시 열중하는 사람)’였고 권 군에겐 남다른 글재주가 있었다. 김 선생님이 이들에게 준 ‘칭찬 선물’은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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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 마니아에서 어엿한 과학실험 블로거가 된 정재혁 군(왼쪽)과 신문일기를 쓰며 로봇 과학자의 꿈을 키우고 있는 권구윤 군이 김 선생님과 나란히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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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혁이는 평소 컴퓨터를 게임용으로만 사용했어요. 게임에 열중하다 부모님께 혼난 적도 여러 번이었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았죠. 그래서 생각한 게 블로그였어요. 다른 친구들보다 과학실험에 두각을 보이는 재혁이를 칭찬하면서 과학실험 블로그를 운영해보라고 권했죠. 결과는 성공이었어요. 재혁이의 지금 꿈이요? 물론 ‘세계 최고의 과학자’가 되는 거죠.”
권 군이 신문 일기를 쓰게 된 것도 김 선생님의 관찰 덕분이다. 권 군은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아 눈에 띄지 않는 성격이었지만 일기 쓸 때 문장력 하나는 일품이었다. 이를 눈 여겨본 김 선생님은 권 군에게 신문 일기를 써보라고 권유했고, 이후 권 군의 표현력과 사고력의 폭은 더욱 넓어졌다. 가장 큰 성과는 신문 일기를 쓰며 평소 관심 있던 로봇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요즘은 ‘로봇 과학자가 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정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공부보다 소질 발견하는 게 우선”
김수정 선생님은 모든 어린이가 하나같이 공부에만 매달리는 데 반대한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걸 찾는 게 우선이에요. 그러려면 초등생 때부터 적극적으로 진로나 직업 관련 정보를 살피고 다양한 경험에 도전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학교와 교사의 역할도 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게 김 선생님의 생각이다. “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거든요. 공부를 잘하는 어린이, 야구에 소질 있는 어린이, 글 솜씨가 빼어난 어린이. 각자 지닌 능력을 최대한 계발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북돋워주는 게 선생님의 몫이죠. 부모님도 소문에 휩쓸려 자녀를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돌리지 않으셨으면 해요. 그 전에 눈높이를 자녀에게 맞추고 ‘내 아이가 가장 즐겁게, 잘할 수 있는 게 뭘까?’ 세심하게 관찰하실 필요가 있습니다.”
평소 꼼꼼히 살펴 칭찬거리 생기면
'참 잘하는구나'라고 늘 얘기해줘
아이마다 다른 능력 존중해줘야
'참 잘하는구나'라고 늘 얘기해줘
아이마다 다른 능력 존중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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