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수업 영어로…알림판·달력도 영어로
입력 2010.10.16 23:28
서울 창림초 류영숙 선생님, 영어 몰입수업
  • “Hi, everyone!” (여러분, 안녕?)

    “Hello, teacher?”(선생님, 안녕하세요?)

    “What’s this time for?”(이번 시간은 무슨 시간이죠?)

    “It’s time for math!”(수학 시간요!)

    “Today’s subject of the lesson is ‘Making Congruent Shapes’.”(오늘 수업 주제는 ‘도형의 합동’이에요.)

    분명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실인데 수학 수업 시간에 영어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서울 창림초등학교(교장 이신우) 5학년 10반 교실은 마치 영어 체험마을을 교실에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칠판 옆 알림판과 교실 뒤편 게시판의 게시물은 물론, 시계·달력·프린터·책상까지 교실 곳곳에 영어가 적혀 있다. 수업은 국어 과목 빼고 모두 영어로 진행된다.

  • 14일 오후 서울 창림초 5학년 10반의 수학시간. 류영숙 선생님이 이날 배울‘도 형의 합동’내용을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교실 게시물은 90% 이상이 영 어다. 학생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게 하기 위한 류영숙 선 생님의 배려다. /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 이 반 담임 류영숙 선생님은 지난 2007년부터 4년째 반 어린이들과 함께 영어 몰입수업을 하고 있다. 매일 수업한 내용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해 홈페이지에 올리고 학생들이 복습할 수 있게 한다. 숙제도 영어로 내주고 학습용 자료도 모두 영어다. 덕분에 이 반 어린이들은 영어 사용이 무척 자연스럽다. 김소윤 양은 “현장 체험학습 가서 외국인을 만나도 우리 반 아이들은 스스럼없이 다가가 영어로 얘기한다”며 “영어 수업이 어려울 때도 있지만 단어 하나라도 놓칠까 봐 더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류 선생님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영어 초보였다. “처음 교사 영어 연수에 참석했을 땐 성적별로 배정되는 A~D 4개 반 중 C반에 겨우 턱걸이할 실력”이었다는 선생님은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교실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게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지금까지 류 선생님의 영어 연수 이수시간은 2000시간이 넘는다. 국가 장학금으로 호주와 미국에 한 달씩 연수도 다녀왔다.

    실력이 제각각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건 쉽지 않다. 교과서를 분석하고, 영어로 해석하고, 수준별로 구분해 학습물을 만들고, 인터넷에서 동영상 자료를 찾다 보면 하루가 빠듯하다. 다음 날 수업 준비를 끝내면 새벽 1시를 훌쩍 넘기기 일쑤다. 하지만 보람도 크다. “알파벳만 겨우 알던 아이가 어느 순간 영어 문장으로 말하고 글 쓰는 걸 보면 도저히 그만둘 수가 없어요. 힘들고 고된 작업이지만 영어 몰입수업은 교사가 노력하는 만큼의 효과를 가져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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