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수프 축제] "나눔의 진정한 의미 알게 됐어요"
입력 2010.10.12 01:26
에드워드 권, 2000인분 수프 만들어
“이 한 그릇으로 나눔의 美느꼈으면…”
소장품 기부 등 어린이 참여도 활발
  • 지난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문정동 가든파이브 옥상정원. 하늘과 맞닿아 있는 이곳에서 토마토향 가득한 수프 냄새가 가을 바람을 타고 퍼져 나갔다. 어느새 냄새에 이끌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손엔 저마다 한 움큼의 채소가 쥐여 있었다. 감자, 양파, 당근…. 채소를 주고받는 이들 간에 ‘특별한 인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안녕하세요. 고맙습니다. 아름다우십니다.”

    “네. 고맙습니다.”

    양손을 엇갈리게 잡은 사람들이 악수하기 시작했다. 채소를 건넨 사람들은 낯선 인사법이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나눔의 기적’을 보여주는 오브리 데이비스의 동화 ‘단추수프’<소년조선일보 10월 8일자 4면 참조>의 재현 현장이었다.

    ◆나눔과 배려 담아 2000인분 수프 제작

    단추수프 축제는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은 아름다운재단이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더 많은 사람과 나눔과 배려의 문화를 함께하기 위해 마련했다.

  • ‘단추수프’를 재현해낸 요리사 에드워드 권이 현장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직접 수프를 나눠주고 있다. / 아름다운재단 제공
  • 가장 큰 행사는 역시 단추수프 만들기. 요리 감독은 스타 셰프로 잘 알려진 에드워드 권이 맡았다. 이날 직접 ‘토마토 야채 베이컨 수프’ 2000인분을 만든 에드워드 권은 “오늘 오신 분들이 이 수프 한 그릇으로 나눔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돌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54개 단추 부스에서도 나눔 행사가 이어졌다. 물품·음식·지식·재능 기부를 자처한 200여 명의 참가자가 한바탕 ‘나눔의 장’을 연 것. 자원봉사자 김영은 씨(25세)는 “다행히 날씨가 좋아 예상보다 많은 분이 오셨다”며 “참가자와 자원봉사자 모두 기분 좋아지는 행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주인공으로 나선 ‘나눔축제’

    이날 행사의 또 다른 주인공은 어린이였다. 아름다운재단이 운영하는 어린이 나눔클럽 회원들이 마련한 ‘소장품 나눔 단추’가 대표적 프로그램. 이 행사에서 나눔클럽 회원들은 각자 나누고 싶은 소중한 물건과 재능을 교환했다.

    강예성 군(서울 봉은초 3년)은 “평소 봉사 관련 책이나 위인전을 읽으며 ‘나도 나눔을 실천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없었다”며 “오늘 소장품 나눔 단추에 참여하며 그 생각을 실천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알렉스의 레모네이드 스탠드’를 운영하고 있는 아름다운재단 어린이나눔클럽 회원이 이곳을 방문한 어린이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아름다운재단 제공
  • ‘알렉스의 레모네이드 스탠드’ 행사에서도 어린이 회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이날 행사에서 어린이 회원들은 이날 하루 알렉스가 돼 500잔의 레모네이드를 만들고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학부모 임정근 씨(48세)는 “아이에게 ‘기부는 좋은 일이니 너도 동참해라’고 얘기하는 것보다 기부에 참여하며 스스로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싶어 행사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사무국장은 “별것 아닌 듯해도 막상 실천하려면 막막하고 어려운 게 바로 나눔”이라며 “오늘 축제 참가자 모두의 마음에 나눔의 씨앗이 뿌려져 널리 전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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