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놀이터야? 테마파크야? 우리동네 놀이터 '짱' 이에요!
입력 2010.10.06 09:46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네 놀이터는 어디든 비슷비슷했다. 그네·철봉·시소·미끄럼틀···. 놀이시설도 몇 종류 없고 하나같이 단조로웠다. 대부분 철제 기구여서 안전사고도 잦았다. 하지만 요즘 놀이터, 확 달라졌다. 저마다 특색 있는 디자인과 놀이시설로 어린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친환경 목재를 사용하거나 모래 대신 고무 매트를 사용하는 등 안전성을 높인 놀이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進化·일이나 사물 따위가 점점 발달함)하고 있는 놀이터의 현주소, 여전히 남아 있는 문제점과 대안을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 위부터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하계상상어린이공원' / 서울 노원구 월계동의'각심상상어린이공원' / 서울시 제공 서울 양천구 신정동 의 '호돌이상상어린 이공원'. 하계상상어 린이공원에서 애벌 레 모양의 놀이기구 를 타며 즐거워하는 어린이들(오른쪽).
  • ▲ 디자인에 재미를 더했다··· 상상어린이공원

    지난달 17일 오전, ‘서울 디자인 한마당 2010’이 열리고 있는 잠실종합운동장을 찾았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란 주제에 걸맞게 행사장 곳곳이 다양한 디자인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이 중 어린이 관람객의 눈길을 모은 건 디자인 놀이터 ‘상상어린이공원’. 인기 비결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창의적 ‘디자인’에 ‘재미’까지 더한 놀이시설이었다.

    특히 벌집 모양의 공간과 미끄럼틀을 이어붙여 미로 찾기 하듯 내부를 탐험할 수 있도록 한 ‘아토머 조합놀이대’와 자전거 페달을 밟아 생겨난 동력으로 전기를 만들어 게임을 즐기는 ‘게임형 자가발전 자전거’, ‘암벽타기 놀이대’ 등은 한번 이용하려면 길게 줄 서야 할 정도로 어린이들이 몰렸다.

    김성윤 군(서울 압구정초 3년)은 “내가 돌린 자전거 페달이 전기를 만들어낸다는 게 신기하고 재밌다”며 “우리 동네에도 이런 놀이터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준영 군(서울 길음초 1년)은 “로봇 모양으로 꾸며진 미끄럼틀 놀이기구가 멋지다”며 감탄했다.

    ▲ 서울시, 올해 말까지 300개 놀이터 새 단장

    사실 상상어린이공원은 단순한 ‘서울 디자인 한마당’의 부대행사가 아니다. 서울시가 3년째 추진(推進·목표를 향하여 밀고 나아감)하고 있는 대표적 어린이 사업 중 하나다.

    서울시는 지난 2008년부터 시내 곳곳의 동네 놀이터를 ‘업그레이드(upgrade·성능을 보다 뛰어난 것으로 바꿈)’해오고 있다. 지은 지 오래돼 낡은 옛 놀이터를 어린이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 놀이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올해 목표는 300개의 상상어린이공원을 완성하는 것. 총예산만 1471억8500만원에 이르는 큰 공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미 150개가 새 단장을 마치고 어린이 이용객을 맞았다.

    상상어린이공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놀이터의 실제 주인공인 어린이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공원이 들어서는 지역 근처에 살고 있는 어린이의 의견을 모아 설계에 참조한 것이다.

    놀이기구의 ‘기능’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신경 쓴 점도 돋보인다. 커다란 나무 모양의 놀이대에 미끄럼틀을 설치해 마치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듯한 느낌을 살린 점, 그네 위에 나비나 잠자리 모형을 설치해 그네를 타며 나비와 잠자리 날개에 올라탄 듯한 기분을 자아내도록 한 점 등이 그 예다. 놀이터를 이용하는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저마다의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와~ 워터파크처럼 생긴 놀이터도 있대요”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 지난해 5월 서울시가 조사한 ‘상상어린이공원 이용 현황’에 따르면 “거의 매일 공원을 찾는다”는 사람은 응답자의 40%였다. “공원 시설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94%나 됐다.

    올해 완성된 공원 중 가장 많은 이용객이 몰린 곳은 각심 상상어린이공원(노원구 월계동)이었다. 워터파크(water park·각종 물놀이 시설을 갖춰놓은 곳)형 놀이터라고 입소문이 나며 동네 주민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양홍준 군(서울 월계초 6년)은 “놀이터에서 물놀이도 즐길 수 있어 지난여름 친구들과 자주 찾았다”고 말했다. 학부모 김유정 씨(35세)는 “특히 아이들의 반응이 좋았다”며 “여름철엔 매일 놀이터를 찾는 어린이도 많았다”고 말했다.

    문동일 서울시청 공원조성과 담당자는 “지금은 3년간의 상상어린이공원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는 단계”라며 “상상어린이공원을 통해 어린이들이 안전에 대한 걱정 없이 맘껏 뛰놀며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공간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에서도 내년 5월 ‘생각꾸러미공원’ 개장

    놀이터를 바꾸는 일에 뛰어든 건 비단 서울시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대전 유성구. 유성구는 ‘내가 만들고 싶은 공원’을 주제로 구내에 살고 있는 6세부터 13세까지의 어린이들로부터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했다. 현재는 모집이 끝나고 심사를 앞둔 상태다. 유성구는 어린이들의 생각이 반영된 최종 설계안을 확정한 뒤 오는 12월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어린이날인 내년 5월 5일 완공되는 이 놀이터의 이름은 ‘생각꾸러미공원’. 총 네 곳이 어린이 이용객을 찾아간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은 “생각꾸러미공원은 자연과 동화 속 이야기를 테마로 꾸며지는 놀이터가 될 것”이라며 “어린이들이 이곳에서 생각의 나래를 맘껏 펼치며 뛰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下>편은 8일자에 게재합니다.


    '친환경 테마 놀이터' 아파트 도 눈에 띄네!

    아파트를 만드는 건설업체들도 놀이터의 변신에 한몫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아파트 놀이터는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자녀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 GS건설 제공
  • GS건설이 만든 ‘반포자이’ 놀이터(서울 서초구 반포동)엔 ‘미니 카약(kayak·좌석에 앉아 발을 앞으로 하고 노를 좌우로 번갈아 저어 빠르기를 겨루는 카누 경기)장’이 있다. 놀이터 바깥을 빙 둘러가며 설치된 카약장 외에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별도 공간도 마련돼 있다. 미끄럼틀을 제외한 대부분의 놀이기구가 자연 건조를 거친 친환경 목재로 만들어졌다.

  • 롯데건설 제공
  • 롯데건설이 경기 동탄 신도시에 만든 ‘화성동탄롯데캐슬’ 놀이터도 재미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가 주관한 ‘친환경 어린이 놀이터 공모전’에서 공동주택 부문 우수상을 받은 이곳은 모든 놀이시설을 아카시아 목재로 만들었다. 3개월에서 6개월 간격으로 정기점검을 실시해 놀이기구가 망가지거나 바닥재에 흠집이 생길 때마다 바로바로 보수 공사가 이뤄진다. 곳곳에 어린이가 좋아하는 동물을 형상화한 시설물을 설치한 점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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