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레이스 F1 그랑프리] 안전한 레이싱 전용 '서킷'에서 꿈의 질주
입력 2010.10.01 09:45
그랑프리 초창기 땐 '시가지 레이스'… 1955년 도로 관객 사망 후 점차 사라져
한국, 전세계 일곱 번째 서킷 보유국
  • 드라이버와 경주차가 한 몸이 돼 필사의 도전을 펼치는 서킷(Circuit). 자동차 경기장을 일컫는 말인 서킷은 모터스포츠의 우승 방정식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복잡한 변수다. 물론 지정된 경기장이 아닌 일반 공공도로에서 펼쳐지는 경기도 있지만, 오늘날 가장 많은 관중을 모으는 F1 그랑프리 등은 대부분 서킷을 무대로 한다.

    ◆인명사고 방지 위해 전용서킷 건설

    세계 최초의 레이스 전용 서킷은 1906년 건립된 영국 브룩랜즈다. 영국은 예전부터 일반도로 레이스를 금지했기 때문에 자동차경주를 하려면 전용 서킷을 만들어야 했다.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서킷이 만들어진 이유다. 그 뒤로 1909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이탈리아 몬자, 독일 뉘르부르크링 등 여러 나라에서 본격적인 서킷 건설이 시작됐다.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후에 만들어진 레이싱 전용 서킷으로 대표적인 건 영국 실버스톤이다.

  • 모나코 그랑프리는 시가지 서킷에서 펼쳐진다. / 메르세데스 벤츠 제공
  • 1950년만 해도 전체 자동차경주의 절반 정도가 일반 도로에서 열렸다. 도로를 막아 임시 트랙을 만들어 속도경쟁을 벌인 것이다. 전용 서킷의 경우에도 도로 경주의 극적인 면을 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때문에 구조가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도로 경주와 차이가 있다면 관중이 입장료를 지불하고 관람석에 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엔 시내 중심지에서 그랑프리가 열리기도 했다. 1951년 F1을 시작한 모나코의 몬테카를로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의 페드랄베스가 대표적이다. 스위스 베른 근처의 브렘가르텐도 있었다. 그러나 1955년 프랑스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 에서 81명의 관람객을 죽음으로 몰고 간 참사가 발생하면서 F1 서킷은 큰 변화를 겪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시가지 레이스가 점점 사라지고 자동차경주 전용 서킷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

  • 올 시즌 F1을 개최하는 서킷 가운데 길이가 긴 벨기에 스파 프랑코샹 서킷.
  •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그랑프리가 열린 1960년대엔 멕시코 로드리게스, 캐나다 몽 트랑브랑 생 조비트, 남아공 키얄라미에 등 여러 개의 서킷이 건설됐다. 반면 네덜란드 잔드보르트, 오스트리아 젤트베크 그리고 영국 브랜즈 해치, 미국 왓킨스 글렌 등은 서킷 보수공사를 게을리한 탓에 안전을 이유로 F1 캘린더에서 사라지는 비운(悲運·비극적 운명)을 겪었다.

    ◆영암 KIC, F1 개최 서킷 중 다섯 번째 규모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지역 서킷 건설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일본 스즈카와 호주 애들레이드가 대표적이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서며 주로 아시아와 중동 지역이 신규 F1 서킷 건설에 열을 올렸다. 2004년 터키와 중국, 바레인을 시작으로 2008년 발렌시아와 싱가포르, 아부다비가 새로 합류했다. 우리나라는 전남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KIC) 건설로 전 세계 일곱 번째, 아시아에서는 세 번째로 F1 서킷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지난 1950년 이후 F1 그랑프리를 유치한 서킷은 모두 67개다. KIC는 F1 역사에 68번째 서킷으로 기록된다.

  • 2010 F1 코리아 그랑프리 무대인 전남 영암 인터내셔널 서킷의 조감도. / KAVO 제공
  • KIC의 총 길이는 5.615㎞다. 이는 전 세계 그랑프리 유치 서킷을 통틀어도 상당히 큰 규모에 속한다. 올해 F1을 개최하는 19개 서킷 가운데 영암 경기장보다 길이가 긴 트랙은 벨기에 스파 프랑코샹(7㎞), 바레인 사히르(6.2㎞), 일본 스즈카(5.8㎞), 이탈리아 몬자(5.7㎞) 등 단 네 곳에 불과하다. 가장 거리가 짧은 경기장은 3.3㎞의 모나코 시가지 서킷이다. 자동차 경주 최대의 매력인 속도를 절정까지 이끌어낸다는 점도 KIC의 강점이다. 트랙의 첫 코너를 지나 상설구간까지 가는 직선 트랙의 길이가 약
    1.2㎞에 달해 이 구간에서 경주용 차는 최고시속 320㎞ 이상의 스피드를 낼 수 있다.
    KIC 트랙의 주행 방향은 보기 드물게 시계 반대 방향으로 설정돼 있다. 올 시즌 경기가 열리는 서킷 가운데 반시계 방향으로 설계된 서킷은 터키·브라질·싱가포르·아부다비·한국 등 5개국에 불과하다. 드라이버들은 시계 방향 주행에 익숙하기 때문에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레이스는 최고 기량의 선수들에게도 흥미롭고 새로운 도전이 된다.

    서킷엔 관중석이나 트랙 외에도 경기장 전체 상황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경주차를 손보는 정비소인 피트, 참가팀의 컨테이너와 장비를 보관하는 패덕, 트랙 곳곳에 설치되어 레이스 흐름을 감독하는 포스트 등이 세워진다. 아울러 각국에서 몰려든 미디어를 수용할 수 있는 프레스센터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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