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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했던 대로만 하면 돼. 잘할 수 있지?”
서울교육대학교 음악영재교육연구소 제4기 음악영재 선발시험이 있던 지난 4일. 시험 장소인 음악관으로 30여 명 남짓한 어린이와 학부모가 몰려들었다. 하나같이 학부모는 어깨에 가방이나 바이올린을 멘 모습, 아이는 악보를 쥔 모습이었다. 몇몇 어린이는 음악관에 들어서자마자 긴장한 듯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목 풀고 음 맞추고… 꿀~꺽! 긴장 넘치는 시험 현장
음악관 안쪽에 마련된 연습실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시험 직전까지 음을 맞춰 보려는 아이들로 북적였다. 반주 소리·노랫소리·악기 소리가 뒤엉켜 정신없는 사이, 지원자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여유를 찾으려 애쓰고 있었다. 선발 부문은 성악·피아노·바이올린·플루트 등 네 가지. 플루트 부문은 지원자가 없어 나머지 3개 부문에 걸쳐 시험이 치러졌다.
이날 시험은 응시자의 출석을 부르는 것으로 시작됐다. 곧이어 부문별 이동이 이뤄졌다. 성악 부문에 도전한 어린이들은 청음(聽音·가락이나 화음을 듣고 리듬·박자·조·음이름 따위를 분간해 악보에 옮겨 쓰는 훈련) 테스트를 위해 자리를 옮겼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등 ‘악기파’ 어린이들은 줄지어 계단을 올라갔다.
시험은 거의 두 시간에 걸쳐 계속됐다. 성악 부문 지원자 전민재 군(서울 A초등 3년)은 “무척 떨렸지만 일찍 와서 연습을 시작해 목을 풀어놓은 덕분에 시험을 나쁘지 않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바이올린 부문에 지원한 이은서 양(서울 B초등 3년)은 “많이 떨었지만 내 실력만큼은 보여준 것 같다”고 했다. 바이올린 부문 응시자 학부모 김정희(가명·43)씨는 “바이올린 쪽은 응시 인원이 많지 않아 우리 애가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더라”며 “실제로 밖에서 애들 연주를 들어 보니 뛰어난 애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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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교대 음악영재연구소는 성악·관악·현악·피아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영재교육을 실시한다. 3개월간의 교육을 마친 후엔 정기 음악회를 통해 그동안 쌓아 왔던 실력을 발휘할 기회도 주어진다. / 서울교대 음악영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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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입소문’ 타고 인기… 경쟁률 3 대 1
서울교대 음악영재연구소가 음악영재를 뽑아 가르친 건 지난해 9월부터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지원자가 몰려들며 이번 4기 선발시험의 경쟁률은 3 대 1에 달했다. 시험 이틀 만인 6일 발표된 합격자는 피아노 6명, 바이올린 2명, 성악 5명 등 총 13명이다. 이들은 3기 학생 20여 명과 함께 3개월간 집중 교육을 받게 된다.
2010년 하반기 음악영재교육은 12주 동안 매주 토요일에 실시된다. 수업 방식은 학생의 실력에 따른 1 대 1 맞춤교육. 노승종 서울교대 음악교육과 교수는 “우리 대학 음악영재 선발 시험 응시생들은 전국 초등학교에서 학교장 추천을 받고 오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대부분 실력이 뛰어난 편”이라며 “타고난 실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외에 응시자가 지닌 자신만의 특성과 예술성이 얼마나 발휘되는지도 심사의 중요한 기준이었다”고 말했다.
하고많은 영재교육기관과 차별화할 수 있는 서울교대 음악영재연구소만의 특징은 뭘까? 노승종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기존의 입시 위주 교육은 결코 영재들의 능력을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유럽의 유명 대학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고유의 영재교육 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요. 음악영재를 발굴해 가르치는 목적도 ‘좋은 대학 보내기’가 아니라 ‘사람의 맘을 움직이는 진정한 음악인 배출’에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서울교대 음악영재연구소가 음악영재교육의 ‘모델’이 돼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노승종 교수는 ‘영재교육이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일부의 비판에 동의하지 않았다. “서울교대 음악영재 선발제도의 경우 사교육 경력이 있다고 해서 가산점을 주진 않는다”며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고등교육기관이 제공하는 체계적 영재교육 시스템을 경험하게 하려는 게 영재 선발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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