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호(부산 상당초등 6년)는 좀 내성적인 성격이야. 남들 앞에 나서는 것보다 조용히 혼자 생각하는 걸 좋아하고,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대뜸 버럭 화를 내기보다 조근조근 상대방에게 이야길 하지. 하지만 이런 규호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게 두 가지 있대. 바로 ‘궁금한 것’과 ‘불편한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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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류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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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걸으며 땅만 보고 다닌 꼬마
유치원 시절, 친구들이 놀이터에서 그네나 시소를 타며 노는 동안 규호는 항상 모래 속을 뒤졌어. 어떤 날은 조개껍데기가 눈에 띄었고, 또 어떤 날은 머리끈이 발견됐지. 누구에게나 쓰레기로 보이는 그 하잘것없는 물건들이 규호에게는 보물처럼 보였나 봐. 집에 돌아갈 즈음이면 규호의 옷 주머니와 책가방은 항상 그 보물들로 가득했으니까….규호는 ‘늦게 걷는 아이’로도 유명했어. 땅에 개미라도 한 마리 기어가면 그걸 쳐다보느라 정신을 못 차렸거든.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턴 안 길러본 곤충이 없을 정도야. 털이 얼마나 났는지, 다리에 마디가 몇 개인지 등을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거든. 그 시절 규호에겐 세상 모든 게 호기심투성이였어.
△내성적 성격, 발명반 활동으로 ‘개조’
규호 성격이 내성적이라고 아까 말했지? 전엔 지금보다 훨씬 심했어. ‘성격을 바꿔줄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규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즈음 부모님의 고민은 더 깊어졌어.그렇게 시작된 게 바로 발명반 활동이야. 초등학교 발명 활동 특성상 자연스럽게 각종 대회에 나가게 되고, 그러면 심사위원 앞에서 발표도 하고 질문에 대답도 해야 하거든. 여러 명이 함께하는 경우엔 자연스럽게 협동심도 기를 수 있고 말이야. 게다가 규호의 아빠는 부산 지역에서 유명한 발명교육 전문 교사거든. 아, 물론 규호의 뛰어난 관찰력과 호기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거야.
△5년간 받은 상 61개… ‘꼬마 에디슨’
발명반 활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1학년 2학기 때 규호는 ‘쉽게 바를 수 있는 연고’로 동의과학대가 주최한 발명대회에서 금상을 탔어. 연고를 바르려면 꼭 손에 묻혀야 하잖아. ‘연고도 물파스처럼 바르면 편할 텐데’ 하는 생각이 낳은 결과물이지. 이 상을 시작으로 규호는 승승장구(乘勝長驅·싸움에 이긴 기운을 타고 계속 몰아침)했어. 이듬해엔 ‘시각장애인용 버튼 음성안내 핸드폰’으로 대한민국학생발명전에서 초등학생 최고상인 특별상을 받았지. 돋보기를 쓰고도 숫자가 안 보여 힘들어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생각해낸 발명품이어서 기쁨이 두 배였대.올 5월 발명의 날엔 특허청상을 받았어.지금껏 각종 발명대회에서 받은 상은 61개나 돼. 사람들이 규호를 왜 ‘꼬마 에디슨’으로 부르는지 알 만하지?
△발명의 비결은 끝없는 호기심·관찰력
규호에게 한 가지만 질문하라고 하면 아마 너희 대부분은 ‘도대체 어디서 발명 아이디어를 얻느냐’고 묻겠지? 규호는 사물을 허투루 보는 법이 없어. 하나하나를 꼼꼼히 살피다 보면 불편한 점이 하나 둘 눈에 보인다는 거야.올해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에서 은상을 받은 ‘공기주입장치가 내장된 자전거’를 예로 들어볼까? 하루는 자전거를 타고 피아노 학원에 가는데 뒷바퀴의 바람이 빠져버렸대. 무거운 자전거를 한참 끌고 자전거 점포를 찾아가던 규호에게 퍼뜩 떠오른 생각이 있었어. ‘공기 주입장치가 자전거에 내장(內裝·내부에 설비를 갖춤)돼 있으면 이런 고생 안 해도 될 텐데….’ 물론 쉽진 않았어. 펌프를 손잡이에 넣고 노즐(nozzle·액체나 기체를 내뿜는 대롱형의 작은 구멍)은 잠금장치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기까지 무려 7개월이나 걸렸어.
△‘편리한 일상 만드는 발명가’가 꿈
규호의 꿈은 많은 사람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상품을 발명하는 거야.규호의 꿈이 이뤄지길 우리 다 같이 응원해주자. 규호의 꿈이 우리의 미래를 편리하게 해줄 테니 말이야.△규호의 '꿈 키우는 비법'
1단계 : 관심 가는 일에 무조건 몰두하기
2단계 : 궁금한 게 있으면 참지 않고 해결하기
3단계 :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노트에 적기
4단계 : 대회 참가로 실력 기르기
5단계 : ‘어떤 사람이 될까’ 늘 생각하기
△발명가 노영호에게 묻다 "꼬마 에디슨' 규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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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정탁 기자 jungtak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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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이 왜 중요한가요?
“발명과 인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발명이 없었다면 인류는 멸망했을지도 몰라요. 예를 들어볼까요? 무시무시한 전염병인 페스트의 치료약이 발명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지 상상해보세요. 물과 공기 못지않게 중요한 게 발명이에요.”-발명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많은 걸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궁금증이 생기고 불편한 점이 보입니다. 발명가는 그런 불편을 참지 못하는 사람입니다.”-회장님의 첫 발명품은 뭐였나요?
“어릴 적 우리 집은 대문에서 안방까지 꽤 멀었어요.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올 때면 대문을 열러 나가는 게 너무나 귀찮았죠. ‘대문까지 안 나가고 문을 열 순 없을까?’ 궁리할 수밖에요. 결국 대문 빗장에 고리를 걸고 노끈으로 연결해 안방 앞에 나무 손잡이를 매달아 놓았어요. 손잡이만 당기면 빗장이 풀리게 한 거죠. 그걸 보고 어른들은 ‘움직이기 싫어 꾀나 부리는 게으른 아이’라며 웃으셨어요.”-대회 참가가 발명에 도움이 될까요?
“창의적인 마인드를 키워주는 데 대회 참가보다 좋은 건 없습니다. 또한 수많은 심사위원과 관람객 앞에서 발표하는 경험은 자신감과 발표력을 키워주는 데 무척 효과적이지요.”△노영호 발명가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발명의 끈을 놓지 않았다. 1995년 스위스국제발명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수상했고 전국우수발명대회에서 특허청장상을 받았다. 은퇴 후 각 지역 발명대회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발명가협회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미니펜 타입 전화기, 초미니 아이젠, 코걸이가 없는 안경 등 출원·등록된 여러 발명품을 보유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편해질까?…늘 고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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