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엄청나게 많은 유해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바른 어른으로 자라라고 하는 건 군인에게 지뢰밭을 통과해 고지를 점령하라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지난 19일 여성가족부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 신임 위원장으로 임명된 맹광호 박사(69세·가톨릭 의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어린이와 청소년이 처한 현실을 ‘지뢰밭’에 비유했다. 가톨릭의대 예방의학과 교수 시절부터 청소년 금연운동 등 청소년정책 분야에서 활동해온 맹 위원장을 20일 여성가족부 소회의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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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광호 청소년보호위원회 신임 위원장이 “어린이와 청소년이 진짜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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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보호위원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청소년을 해로운 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1997년 청소년보호법 제정과 함께 만들어진 위원회입니다. 청소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매체·약물·상품·업소 등의 유해성 여부를 심의하는 게 주요 역할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가장 크게 위협하는 건 뭘까요?
“어른입니다. 청소년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예요. 선정적인 영상물, 욕설로 도배된 노래, 술·담배. 이 모든 걸 만든 게 어른이죠. 그러면서 아이들에겐 이런 것들을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선 어른부터 바뀌어야 해요.”
-청소년 보호의 중요성은 오래 전부터 논의됐지만 큰 변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중요성은 누구나 공감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그 때문에 ‘청소년 문제=당연한 얘기’로 흘려 듣기 일쑤입니다. 흔히 ‘청소년은 한국의 미래’라는데 전 이들의 모습이 (미래가 아닌) 대한민국의 현주소란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해야 바뀔 수 있을까요?
“청소년을 보호하는 문화가 생겨야 하고 사회 지도층이 이에 앞장서야 합니다. 흑인 최초 미국 국무장관이었던 콜린 파월이 만든 ‘미국의 약속(America’s Promise)’<박스 참조>이 대표적 예입니다. 이 단체엔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로널드 레이건 등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주지사 30명, 시장 100명이 동참해 미 전역에 청소년 보호 문화를 정착시켰습니다.”
-어린이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초등학교 시절 만들어진 ‘세상을 보는 눈’은 어른이 돼서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유년기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하나하나가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꼭 기억하세요.”ㅋ
미국의 약속1997년 설립돼 현재 미국 최대 청소년 보호 단체로 성장했다. 전직 대통령과 정치인을 비롯해 수백 개의 기업, 비영리 단체, 종교 단체, 교육 기관, 정부 단체가 동참하고 있다. 이들이 청소년 보호를 위해 내건 ‘다섯 가지 약속(Five Promise)’은 다음과 같다.
△책임감 있는 어른(부모·교사·멘토) 되기
△청소년에게 안전한 장소 만들기
△건강한 시작과 미래(보건·의료)
△효율적인 교육을 통한 경쟁력 있는 기술 교육
△지역 사회에 봉사할 기회 제공
'청소년 문제=당연한 얘기' 아닌 대한민국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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