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초청 잇따라…"신나요, 빰빠밤~"
입력 2010.07.30 09:43
국내 최초ㆍ유일 어린이 재즈 빅밴드 '코리아 주니어 빅밴드'
2002년 결성…단원 15명 길거리 방황하던 아이들
"자신감 얻고 꿈도 생겨" 내일 국립극장서 공연
  • 28일 저녁 경기도 성남의 한 음악 연습실. 샛노란 무대 의상을 갖춰 입은 15명의 어린이가 트럼펫·트롬본·색소폰 등 번쩍번쩍한 관악기 하나씩을 들고 모여 앉았다. 잠시 후 트롬본 연주자 이제묵 군(13세)이 유명한 재즈곡 ‘What a wonderful world’의 솔로 연주를 시작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선율에 분위기가 무르익어갈 때쯤 갑자기 연주가 뚝 그쳤다. 잠시 후 모든 연주자가 악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흥겨운 재즈곡 ‘성자의 행진’을 연주하며 신나는 ‘엉덩이춤’을 선보였다.

  • ‘코리아 주니어 빅밴드’소속 어린이들이 31일 국립극장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영상미디어 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
  • 이들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어린이 재즈 빅밴드인 ‘코리아 주니어 빅밴드’ 소속 단원들. 오는 31일 서울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 열리는 야외공연을 앞두고 연습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이수정 단장은 “수많은 공연을 했지만 늘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해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며 흐르는 땀을 닦았다.

    팀이 꾸려진 건 지난 2002년. 음악학원을 운영하던 이 단장은 저소득층 가정과 결손 가정이 유난히 많은 이 지역 어린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신나고 밝은 음악을 선물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 ‘빅밴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빅밴드란 10명 안팎의 인원으로 구성된 악단을 뜻하는 말. 내친김에 그는 다 함께 손뼉 치며 즐길 수 있는 ‘어린이 빅밴드’를 만들기로 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어른들도 소화하기 어려운 재즈 공연을 어린이들이 선보인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각종 축제와 예술제에서 초청 의뢰가 쏟아졌다. 2007년엔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해 2연승을 거두며 실력을 입증받았다. 오는 9월 9박10일간의 독일 순회공연을 떠나는 등 해외 공연 초청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놀라운 건 어린이들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였다. 인사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소극적이었던 아이들은 크고 작은 무대에 서며 자신감을 찾았다. 성격도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집에 돌봐줄 어른이 없어 길거리를 방황하던 아이들은 골목길 대신 연습실을 찾기 시작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홈스쿨링(학교 대신 집에서 부모에게 교육 받는 것)으로 공부하던 아이도 단원들과 화음을 맞추며 함께 어울리는 법을 배워나갔다.

    이 단장은 “단원 중에선 실력이 뛰어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들이 많다”며 “베네수엘라 빈민층 청소년을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에서 세계적 지휘자 구스타프 두다멜이 탄생한 것처럼 단원들이 돈 때문에 음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장학금 제도를 만들어 지원해주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포켓 트럼펫 연주자인 빅밴드의 막내 김재민 군(9세)은 “형·누나들과 모여 악기 연습을 하고 함께 무대에 설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음악을 하며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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