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기 전에 벤틀리 대학교를 2년 동안 다녔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합격한 대학에는 일리노이 얼바나 샴페인 (비즈니스), 텍사스 오스틴 (커뮤니케이션), 위스콘신 매디슨, 그리고 벤틀리 대학이었는데 사람들은 왜 네임 밸류 (Name Value) 가 떨어지는 벤틀리 대학을 왜 굳이 갔느냐고 물어본다.
한국 사람은 학교에 20명도 안되고 그만큼 적응하기도 어려울 텐데, 후회하지 않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어느 대학을 들어가느냐를 고민할 때 당시 4계절이 있는 캠퍼스와 미국 동부 쪽을 많이 선호하였다. 무엇보다 뉴욕 주식 정보를 실제 월가에 있는 정보와 0.2초 차이 밖에 안 나도록 그대로 전시해주는 Exchange Room 과 학생들에게 기업들과 일을 하게끔 하여 실전경험에 많은 비중을 두는 교육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름보고 대학을 가느니 경험을 쌓고 내가 졸업한 한국 외국인 학교 (Korea International School) 와 같이 발전하고 있는 학교에서 단지 숫자가 아닌 개인으로써 새로운 것을 시도 하고, 학교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한국인의 숫자가 적은 것이 오히려 적응하기 쉬운 줄 알았다. 자신의 영어 발음과 능력이 네이티브 스피커, 또는 그 이상의 실력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에, 나와 아무리 다른 삶과 경험을 했다 하여도 접근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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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넘어가기 힘든 것이 정서의 차이다. 벤틀리 대학교의 국제학생 수는 많지만 그들은 대부분 국제학교를 다녀온 학생들이라 확실히 어느 한곳의 독특한 정서와 성격을 가졌다고 하기보다 항상 다양한 사람과 교류해온 사람들처럼 친하게 대하긴 쉽지만 특색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내가 찾은 것은 나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자신만의 특색을 가진 친구였다. 다양한 학생들과 예기를 해보고 접해본 결과, 나는 나와 살아온 경험은 틀리지만 생각이 같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다. “대학교에서 만나는 친구들은 고등학교나 중학교 때 만나는 친구들과 달리 자신과 생각이 맞는 사람을 사귀게 된다” 라는 말을 이때 가장 공감했다.
나와 같이 명성이 떨어지지만 남과 다른 대학경험, 학생을 갖춘 곳을 찾은 학생들과 사귀게 되었다. 그들도 공감하기 힘들 정도로 이곳 저곳에서 살아온 국제학생들이나 미국 어느 중에서 살다 온 평범한 WASP (White Anglo Saxon Protestant) 과는 다른 사람을 찾은 것이다.
이렇게 만나게 된 우리는 1학년이 끝날 무렵 그룹으로서의 힘을 시험하고 싶어하게 되었다. 동부에서 살아온 미국 학생들로 구성 돼있거나 국제학생들만으로 구성된 그룹이 아닌, 마음이 맞아서 만나게 된 우리의 잠재력이 어떤지 보고 싶었다. Bentley Business Bowl 이라는 우리 학교 Case Competition 에 그룹을 만들어서 출전하기로 하였다.
우리 팀에는 명백한 리더는 없었다. 모두가 리더십 있었고, 각자의 스타일이 있었다. 모두가 자존심이 강하고 자신의 능력에 대해 자신이 있어서 다른 그룹들은 주로 발표할 2명을 뽑을 때 우리는 한 명도 빠짐없이 번갈아 가면서 발표를 했다. 실제로 있었던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실제로 대기업에서 일하는 대표들이 와서 평가하고 4번에 걸쳐 평가하는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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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금융과 최소한 컨설팅에 관심이 풍부했고 1년 가까이 쌓아온 성공적인 비즈니스에 대한 지식을 동원해 그룹 멤버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 최대한 인상 깊게 발표할 수 있는 예와 수치를 갖추고 최선을 다했다. 4등부터 발표하는 관계로 우리들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마지막까지 조마조마 하면서 결과를 기다렸다.
다양한 경험을 갖춘,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한 국제학생들로 구성된 그룹이 의외로 4등을 하고, 여학생으로만 구성되었던 학생회 팀이 3등을 차지했다. 동부에 있는 최고의 고등학교, Boston Latin 과 Philips Exeter 출신으로 구성된 그룹이 2등을 차지했다는 발표가 나자 친구가 “I think we won.” 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우리 그룹의 특색이었다. 천명 정도에 달하는 학생들로 짜인 그룹 중에 우리는 4등도 못했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아직 까지 발표가 안 되었다는 것은 곧 이겼다는 것이란 생각밖에 용납이 안 되는 우리였다.
우리는 대회를 이기고 2학년이 되어서 다음 대회에 참가 하려고 했지만 두 명이 NYU Stern 편입하는 바람에 그대로의 멤버로는 참가 할 수 없었다. 따로 팀을 만들어서 참가하느니 참가 안 하기로 하였다. 지금은 다들 졸업하고 이 중 3명은 금융 기관에서 일하고 한 명은 보스턴에 있는 증권 중개인 회사에 취직했다.
대학교에서 서로 다양한 친구들을 사귀었지만 이 그룹은 남다르게 졸업한 이후에도 자주 연락한다. 카투사로 근무하는 나를 위해 한국에 면회 못 오는 대신 이메일 과 국제전화를 통해 연락을 하고 있다.
벤틀리는 일반적인 미국 대학과 크게 다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학교를 다녀본 경험이 없어서 단호하게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벤틀리는 동부에서 MIT 와 회계, 비즈니스 쪽으로 공동 1위 라는 사실, 매년 랭킹이 올라간다는 사실, 앞서가는 시설에 대해 얼마든지 얘기 할 수 있지만, 그곳을 다니는 학생들은 대부분 일반적인 것을 찾아서 벤틀리를 다니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다른 유학생과 색 다른 길을 걷고 싶어서 다니기에, 이 글도 내가 경험했던 것들 중, 가장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해낸 것에 대해 써보기로 하였다.
앞으로 해외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일반적인 한국 유학생들처럼 네임밸류만 추구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저처럼 모험을 해보고 미국으로 유학을 하러 가는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해보기 위해 가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껴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담을 전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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