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서울북한산초등학교 장윤선 교장선생님
입력 2010.06.30 09:41
"한 폭의 그림 같은 숲속의 학교, 부럽지요?"
국립공원 안에 위치해 교정이 바로 자연학습장
건강 위해 전학 오기도
  •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라고? ‘꿈의 학교’라고? 서울북한산 초등학교를 방문하기 전 이 학교 홈페이지를 훑어보면서 기자는 반신반의했다. 의심의 벽은 학교 교정으로 들어서는 순간 와르르 무너졌다. 북한산을 병풍처럼 거느린 학교는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교장실에 들어서면서 기자는 또 한번 놀랐다. 40대 중반이나 된 듯한 젊은 분이 교장실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년이 5년밖에 남지 않은 분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아름다움과 꿈을 머금고 있는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도 아이들도 그만큼 아름다운가 보다. 장윤선 교장선생님과 너무 이쁜 교정을 구석구석 돌아봤다.

  • 매일 2교시가 끝나면 월드컵송에 맞춰 전교생이 체조를 한다. 선생님들도 예외가 없다. 장 교장선생님의 댄스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때문일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어울림이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의 모습처럼 정겹다. /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학교가 아찔하게 이쁩니다.
    “학교 전체가 자연학습장이에요. 들꽃, 곤충, 산과 숲, 환상적이죠. 아이들이나 저나 이런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다는 건 축복입니다. 학급마다 구역을 정해 들꽃을 심고 키우는 교육을 하고 있어요. 선생님들께는 개인 땅을 나눠줬어요. 고추, 상추를 키워 수확하는 재미가 솔솔 하지요.”

    -다른 학교에서도 자주 찾아온다지요.
    “학교 안에 야영장을 만들었습니다. 방갈로 8개에 샤워장, 종합놀이시설, 생태학습장(양봉장), 취사장, 야외학습장 등 야영시설이 다 갖춰져 있어요. 밤에는 천체망원경으로 별과 달을 관찰할 수 있어요. 10, 30, 40분짜리 등반코스에서 담력훈련도 합니다. 서울 시내 학교들의 캠프 신청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도 학년별로 1년에 두 차례 캠프를 가져요.”

    -건강을 위해 이 학교로 전학 오는 아이들이 있다면서요.
    “아토피 때문에 전학을 와 졸업 때까지 지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학군 문제 때문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아이들이 많아요. 대신 거리가 먼 시골로 내려가는 경우가 잦다고 해요. 학군을 풀어주면 기숙형 아토피 그린스쿨을 만들어 희망자들을 다 받고 싶어요. 국립공원으로 묶여 있어 건물 신증축도 어려워요. 이 문제도 해결됐으면 합니다. 그린스쿨 설계도는 이미 제 손으로 만들어 뒀어요.”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설계도는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잘 짜여 있었다.

  • 야영장의 방갈로가 멋지다. 방갈로 내에 있는 화장실은 고약한 냄새를 전혀 풍기지 않는다. 쌀뜨물로 만든 EM용액으로 냄새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의 대가로 작년 환경교육 우수학교 표창을 받기도 했다.
  • -독서 활동하기에도 아주 좋은 환경입니다(이 대목에서 장 교장선생님의 눈이 반짝 빛났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독서 운동가이기 때문이다).
    “작년 부임하면서 전교생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학교로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했어요. 170여명의 전교생에게 책 한권과 ‘3종 마라톤 가족 독서 통장’을 만들어 줘 독려하고 있습니다. 올해 목표는 마라톤 풀코스 거리에 맞춰 42195쪽을 읽도록 했어요. 숲 속에서 책을 읽고 발표하는 분위기, 상상만 해도 좋지 않습니까?  회장단 가족 독서 토론회도 가졌어요. 가족과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습을 방송으로 아이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셨나요?
    “어릴 적부터 TV, 만화책은 보질 않고 그림이 없는 책을 좋아했어요. 글로 된 책을 읽으면 다양하게 상상할 수 있고, 온갖 스크린을 나름대로 그려 볼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1990년에 독서 새물결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여기에서 상 받은 선생님들이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2주일에 한 차례 책 읽고 토론을 합니다. 밤을 새워 아이들에게 추천할 도서목록도 만들지요.”

    -젊고 건강해 보이십니다.
    “독서하고 성경 읽고 댄스 스포츠를 즐겨요. 이곳으로 부임한 후에는 학교 순시 자체가 등산이니 건강해질 수밖에요.”

    -아이들에게 한 말씀….
    “독서토론을 통해 많은 간접경험을 하라. 그걸 삶에 적용하면 행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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