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선생님과 교정 산책] 서울용두초등학교 김진숙 교장선생님
입력 2010.06.09 09:35
"아이 스스로 커갈 수 있도록 환경 만들어줘요"
  • 화단의 빠알간 장미꽃이 마알간 햇볕을 쬐며 졸고 있다가 화들짝 손님을 맞는다. 60년이 넘은 서울용두초등학교 교정은 6년도 안 된 학교처럼 단정하고 예쁘다. 화단처럼 단아한 김진숙 교장선생님은 ‘준비된 교장’이었다. 기자가 준비해 간 질문을 던지기도 전에 학교에 대한 얘기를 콸콸 쏟아놓았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김 교장선생님과 지난 4일 만났다.


    -인성교육연구학교로 지정되셨습니다.

    “아이들이 부모의 과잉보호로부터 벗어나 자기주도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인성교육의 핵심입니다. 건강·시간·생활·학습·비전 등 5개 분야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스스로 척척척’이라는 자기관리 수첩을 나눠주고 실천토록 하고 있어요. 가정과의 연계 교육을 위해 학부모 연수도 실시하고 있습니다.”

    -독서교육도 아주 열심히 하신다던데···.

    “도서실이 아주 예쁘게 꾸며져 있어요. 아이들이 한번 와보면 또 오고 싶어 해요. 일주일에 3일은 어머니들이 명예사서를 맡아 아이들 책 읽는 걸 도와주고 있습니다. 날씨 좋고 꽃 예쁘던 봄날에는 엄마들이 책 읽어주기 행사를 가졌습니다. 네 분이 수고해 주셨는데, 아이들 호응이 너무 좋았어요.”

    -평소 교육관은?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 봉사하는 리더십)을 좋아합니다. 군림하고 명령하기보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학교를 경영하려고 합니다. 교장이 직접 휴지도 줍고 풀도 뽑고 화단을 가꿔요. 이런 모습을 보면 아무도 휴지 못 버립니다. 교직원들 이야기 경청하기, 질책보다 칭찬하기, 의심 않고 믿어주기, 1 대 1로 관심 가지기 등을 통해 교직원들이 스스로 따라오게 하고 있어요.”

  • 김 교장선생님이 운동장에 나타나자 아이들이 와르르 달려와 그를 둘러싼다.“ 교장선생님 어때요?”“엄마 같아요.”“할머니 같 아요.”아이들의 깔깔 재잘거림이 맑은 하늘로 솟아오른다.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보육교실에 침대까지 갖춰져 있다면서요.

    “올 3월에 문을 열었는데 1, 2, 3학년 15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주방, 침대 등 아이들이 집안에서 생활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쉬고 공부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갖췄어요.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저녁식사까지 제공하고요. 선생님들이 개인별 맞춤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도와주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선생님이 꿈이셨나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미술선생님을 꿈꿨었는데, 가정형편이 어려워 미대에는 못 갔어요. 교대에 입학한 뒤 미술반에 들어가 유아그림을 많이 그렸어요.”

    -아이들에게 한 말씀‥.

    “너희가 학교의 주인이다. 교정의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를 모두 소중히 해야 한다. 60년 넘은 전통 있는 학교라는 자부심을 갖고, 훌륭한 사람이 되어 학교를 빛내겠다는 신념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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