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고등학생이 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경제에 매료된 건 아닌가요? 그렇게 경제에 파고들면 학교 공부를 등한히 하기 쉬울 텐데 솔직히 학교 성적은 어떻습니까?
“대구에 8학군이라 불리는 수성구에서 가장 실적이 좋은 학교 중 하나가 저희 학교입니다. 제 성적은 내신과 모의고사를 합한 종합 성적이 문과 전교 1등과 2등 사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모의고사는 전 영역이 1등급입니다. 전국 백분위는 99.95%정도구요” (민준 군은 학과 과목 중에서 수학을 제일 좋아해 문과생이지만 이과생들이 치르는 수리 가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민준 군의 텝스 실력은 930점 내외입니다. 외국서 살아 본 경험은 물론 흔한 어학연수 경험 또한 없지요. 또, 개인적으로 물리를 좋아해 문과생임에도 불구하고 모의고사 물리를 풀면 1등급 컷을 넘는다고 합니다.)Q. 경제 책 읽는 게 다른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군요.
“경제를 잘 하기 위해서는 수학을 잘 해야 하고 외국 경제 서적이나 경제 신문 기사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영어가 늡니다. 경제학이란 학문이 추론 능력과 고도의 논리적 사고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언어와 논술 준비에도 큰 도움이 되지요. 언어와 수학 능력이 경제 공부의 선행조건이기도 하지만 경제 공부가 그 둘을 더 높이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민준 군은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수능 비문학 지문의 경제 문제는 지문을 보지 않고 문제와 답지만 보고도 푼다고 합니다. 2008 수능에서 오답률이 가장 높았던 경제 지문 ‘사회적 할인율 문제’를 저에게 예로 들더군요.)Q. 아담 스미스를 비롯해서 경제학의 고전들을 읽고 블로그에 리뷰를 올리고 있는데 어렵지 않나요? 김 군이 생각하는 좋은 경제책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지금은 아담 스미스에 푹 빠져 있습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읽었고, 스미스의 전기와 해설서를 읽고 완전히 연구하고 이해한 뒤에는 시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마셜, 케인즈, 밀은 물론 마르크스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흔히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이 인간의 이기심, 탐욕이라고 아담 스미스가 주장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단지 그의 사상의 일부분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기심도 인간 행위의 중요한 동기긴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상호 동감의 능력과 갈망, 그로부터 가능해지는 사회의 조화와 화합을 이야기했다는 점, 경제학과 도덕 철학만이 아닌 신학, 수사학, 법학 등 수많은 분야를 넘나들며 자신의 독특하고 체계적인 사상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아담 스미스는 단순한 경제학자가 아닌, 시대를 앞선 천재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흔히 말하는 신자유주의와 스미스의 사상은 의외로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경제만을 놓고 본다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경제 책은 하나의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하지만 각각의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어떤 현상의 가정과 전제를 추리할 있는 경제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책이지요.”(민준 군은 자신의 블로그에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대한 원고지 100매 이상의 리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lakiu 입니다. 블로그 이름은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를 뜻하는 ‘쿨 헤드, 웜 하트’입니다.)Q. 어떻게 해서 경제학에 그렇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중학교 시절, 저는 물리 과목을 너무 좋아해 물리학자로 나사에서 일하는 것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고, 또 물리학을 전공하면 마땅한 직업을 구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갈등하던 차에 미국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금융업에 진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고, 어차피 직장을 위해 경제를 해야 한다면 아예 처음부터 경제를 목표로 공부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 진로를 문과, 경제학과로 정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이렇게 철저히 세속적인 이유에서 시작했지만, 중학교 때 토드 부크홀츠의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란 책을 읽고 경제에 진정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 전에는 경제학자인 외삼촌의 영향으로, 그리고 물리학과 금융업의 연관성을 보고 경제학자를 해볼 만하겠다는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는 달라졌습니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은 것이지요.”Q. 성적도 성적이지만 스펙이 무엇보다도 좋아 정시보다 수시를 생각하실 듯 한데 어떤 전략으로 입시에 임할 예정인가요?
“내신을 더 올리고 연말에 경제 경시에 다시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서울대 특기자 전형으로 경영대학이나 사회과학대학을 고려 중인데 서울대 경제학과는 학과별 모집이 아니어서 경영대와 경제학과 사이에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영학과의 경우 제가 사는 지역이 대구이기 때문에 기업 관련해서 인턴십 같은 것을 하기가 어렵다는 게 걱정이 됩니다.
교내 활동의 경우, 사실 이전에는 저 혼자만 ‘경제!, 경제!, 경제!’ 하고 있고, 학교도 경제에 관한 정보는 별로 없어 때로는 오해를 사기도 하고 핀잔도 많이 들었는데요, 이제는 학교에서 경제 동아리를 만들어 친구들에게 제가 설명도 해주고 같이 관련 활동들을 하나둘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하나둘 경제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이 생겨서 이제는 외롭지 않지요. 물론 아직은 부족하고 보완해나가야 할 점이 많긴 하지만요. 비단 경제뿐만 아니라 입학사정관 전형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을 좀 더 적극적으로 장려했으면 합니다.
공부 관련해서는 약점이 국사였는데 지금은 마음을 바꿨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당시 그 시대의 경제를 상상해 보고 역사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를 생각해 보니까 단순 암기로만 보였던 국사 공부도 재미가 있더군요. 국사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과목을 경제와 연관을 지으니 이전에는 몰랐던 공부하는 재미가 솟아나는 것 같습니다.”Q. 경제는 용어나 개념 때문에 많이들 어려워합니다. 민준 군은 어떻게 경제를 공부하나요?
“저는 따로 용어나 개념을 외우지 않습니다. 물론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시간을 내서 보기도 하지만, 주로 평상시에 공부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저는 하루에 3시간 가량을 독서에, 그리고 주말에는 2~3시간 정도를 읽은 경제 책을 리뷰하는 글쓰기에 투자하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개념을 익히고 글쓰기를 통해 제 것으로 만드는 식으로 공부합니다.
제가 처음 원론을 공부할 때는 하루에 2시간을 투자해 한 챕터씩 노트 정리를 하고 연습 문제를 풀었는데요, 원론뿐만 아니라 미시, 거시 각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전을 읽을 때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구절은 따로 적어 외우고, 책의 내용을 제가 아는 지식과 일상 경험과 연관지어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경제를 공부할 때는 다른 과목과는 달리 융통성과 창의력이 무엇보다도 강조됩니다. 경직된 사고에는 경제논리가 싹틀 수 없는 거지요. 케인즈가 말한 것처럼, 추상과 구상을 동일한 사고의 지평에서 다룰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단순히 책상 앞에 앉아만 있어서는 효과적인 공부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때로는 일어나서 걷기도 하고, 심심할 때는 다른 사람 앞에서 강의를 하는 것을 상상하고 연습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항상 경제를 최대한 즐겁고 유쾌하게 공부하려고 합니다. 유머는 창의력의 동반자니까요. 신나게 웃다보면 눈치 채지 못했던 부분이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그리고 사실 이렇게 하는 게 기억에도 오래 남기도 하고요.Q. 민준 군이 생각하는 경제적 사고력, 경제적 마인드란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쌓을 수 있을까요?
“경제적 마인드란 사회적 현상의 원인과 결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눈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과에는 어떤 원인들이 있는지 다각도로 생각해 보는 게 바로 경제적 마인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학은 철학과 같은 일종의 사고체계나, 언어와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사고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없습니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경제를 접하고, 사소한 현상이라도 경제학적 분석을 행해보고 탐구하는 것이 경제의 뇌를 발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지요.
저는 경제학은 곡선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학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경제학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사고나 문제 제기의 시작이 경제학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경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기 때문에, 오로지 경제 책만 읽고, 24시간 경제만 생각해서는 안 되겠지요. 저는 인간을 위한 경제학은 인간은 물론 인간을 둘러싼 환경도 아는 경제학자가 만든다는 생각에 틈나는 대로 인문 서적뿐만 아니라, 과학 서적도 찾아 읽으려고 합니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경제학은 이론만을 위한 이론일 뿐이기 때문이죠. 최근 매경test 시험을 준비하면서 경영학에도 관심이 생기고 있는데, 경영학은 경제학과 많은 공통점을 가질 뿐만 아니라 심리학, 물류학,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들을 통섭하는 학문이어서 많은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
- 대구 대륜고 김민준 학생
-
Q. 지금까지 많은 경제 책을 읽었는데 전국의 고등학생들에게 다섯 권만 추천해 주시지요.
“제일 먼저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제 경제공부의 시작이었을 뿐만 아니라, 경제학이 무엇인지에 관한 틀을 잡는데 아주 좋은 책이기 때문이죠. 그 다음은 한국은행에서 나온 ‘알기 쉬운 경제지표 해설’, 이건 한국은행 경제교육 사이트에서 pdf파일을 구할 수 있습니다. 각종 경제 통계가 무엇으로 구성되고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만약 시간과 의지가 있다면 경제학 원론을 공부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맨큐 著도 좋고, 이준구․이창용 著도 좋습니다. 물론 대학 교재이기 때문에 고등학생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몇몇 고비만 넘기면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더 욕심을 내자면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을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고전이긴 하지만, 적당한 배경지식만 있다면 쉽게 읽을 수 있고, 일종의 지적 카타르시스도 느낄 수 있습니다. 방대하고 흥미로운 내용, 그 모두를 총괄하는 하나의 체계, 그리고 수려한 문장과 강한 설득력, 스미스의 매력은 바로 이것이지요. 그리고 바로 그 매력에 제가 흠뻑 빠졌기도 하고요.”KDI 원장을 지내셨던 김 군의 외삼촌처럼 김군은 훌륭한 경제학자가 될까요, 아니면 경제학 공부를 바탕으로 훌륭한 CEO가 되어 인류 번영을 이루는 데 기여를 하게 될까요? 독자 여러분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스터디마스터 공부법 연구소 신진상 소장이었습니다.
테셋, 테스트 고등학생 1등
대구 대륜고 김민준 학생
대구 대륜고 김민준 학생
Copyright Chosunedu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