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읽을 때, 우리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나?
입력 2010.05.28 16:53
  • 재미있는 게임을 통해 두뇌계발을 이룰 수 있다? 이것은 놀면서도 공부의 효과를 얻는다는 말과 같이 엄청난 매력으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이처럼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해 인기몰이 중인 것이 “두뇌트레이닝”으로 불리는 게임기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이런 게임들은 정말 뇌발달에 도움이 될까? 수많은 뇌과학 전문가들은 진정한 뇌 발달을 위해서라면 게임보다는 ‘독서’라고 말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 머리속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튤립이 피었습니다."라는 문장을 본다고 하자.

  • 우리는 눈으로 책을 읽는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글을 읽는 것은 좀 더 뒤쪽의 우리의 뇌다. 최근 신경학자들은 읽기를 위한 특별한 부위를 밝혀냈는데, 관자놀이 근처의 두정 측두엽, 전두엽 아래쪽, 후두 측두엽이 바로 그 특별한 세 곳이다. 결국, 이 세 곳이 호응해서 글을 읽게 되는 것이다. 글자를 분석하고 소리와 의미를 파악해 뇌가 읽는 문장. 그것이 "튤립이 피었습니다."가 되는 것이다.


    1. 책읽기는 두뇌와 나누는 대화와 타협의 시간_ 뇌를 살리는 학습 도우미

    거의 모든 교과의 학습은 읽기에 의존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읽기는 매우 중요한 정신적 활동이다. 그 중요성의 무게만큼이나 읽는 방법도 중요한데 읽는 방법이 잘못되면 효율적으로 읽는 사람보다 더 빨리 지치거나 느리고, 더 많은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읽기란 사고(思考)의 과정이다. 글을 읽는 도중에 다시 읽기 위해 되돌아가거나 쉽게 피로해 진다거나, 반복적으로 같은 곳을 읽는 다거나 하는 지속적인 장애를 겪게 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보면 독서도 하나의 언어활동이다. 누군가 읽어주는 책의 내용을 듣던가 아니면 직접 읽어보던가 하는 행위 모두 언어활동과 관계가 있으며 언어는 뇌의 전반적인 기능을 활성화하는데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하나의 언어를 습득해서 활용하기까지 뇌에 입력되는 부분은 언어의 의미, 법칙, 논리, 이미지, 감성 등 속성이 다양하다.

    따라서 언어를 공부하면 전두엽에 발달하여 뇌의 기능도 좋아지고 집중력 또한 향상된다. 그래서 옛 선인들도 도(道)중의 도는 “언어(言語)의 도”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무리 수행이 깊어도 언어에 대한 깨우침이 없이는 진정으로 이루었다고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모국어든, 한자든, 영어든 언어를 학습한다면 분명 뇌의 기능이 극대화될 수 있다. 어떤 기술을 배우든지, 어떤 학문을 배우든지 언어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이룰 수 없음을 알고 언어 학습의 중요성을 함께 실감했으면 한다.

    헬싱키 대학의 뇌인지 연구교수 테야쿠얄라는 "뇌는 배움이라는 자극을 통해 유연하고 기능적으로 좋은 상태를 유지한다. 읽기가 삶의 일부이자 기준으로 정해진 현대 세계에서 읽기 기술을 습득하지 않은 사람의 뇌는 다른 사람과 똑같이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없다."고 말한다.

    2. 책읽기는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
    『책 읽는 뇌』의 저자이자, 인지 신경과학을 연구하는 매리언 울프는 “독서는 뇌가 새로운 것을 배워 스스로를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인류의 기적적인 발명이다.”라고 말한다. 5천년 동안의 독서의 역사와 최근까지의 뇌 과학의 성과를 종합하여 그녀가 내린 독서의 정의는 “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지혜가 시작되는 행위”다.

    3. 책읽기는 뇌를 회춘시키는 기적의 약
    우리의 뇌는 기억보다 망각에 익숙하다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만 기억하고 나머지는 잊도록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세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학습, 기억, 감정 등의 정신활동을 돕는 신경세포인 뉴런인데, 이것은 20대 이후부터 점점 노화 된다. 그런데 최근 우리 뇌에 반가운 소식이 있다. 늙어가는 우리의 뇌를 회춘시킬 수 있으며, 노화를 막는 획기적인 방법이자 기적의 약이 발견된 것이다.

    읽기와 뇌에 관한 최신 연구들은 한결같이 뇌세포 회춘에 가장 획기적인 방법은 책읽기라고 말한다. 두뇌를 젊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뇌에 반복적으로 인지적 자극을 주는 것인데 그 중 가장 효과적인 자극이 바로 ‘독서’라고 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일찍부터 늙어가는 현대인의 뇌, 치매로 인해 파괴된 뇌 세포를 되살리는 기적의 회춘약, 책 읽기는 놀라운 효과를 불러온다.

    망각의 병이라고 불리는 치매는 뇌 신경세포가 파괴되어 기억을 상실해 가는 무서운 병이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글을 읽을 줄 모르는 문맹노인들이 글을 읽을 줄 아는 정상 노인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5배나 높았다. (38.5% vs  6%) 치매는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인지보유고(=지식과 정보를 저장하는 창고)가 높으면 치매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지속적으로 뇌에 인지적인 자극을 주면 치매 발병률이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자극을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독서’라고 한다.

    독서는 우리가 외부에서 접하는 것은 그저 시각적 자극일 뿐이지만 보이는 텍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문이 설명하는 상황을 머리속에서 상상하고 공감하고 때론 그 상황에 대한 옳고 그름의 판단과 앞서 일어날 일을 예상하는 등의 보다 복잡한 사고 과정이 이루러지기 때문에 전두엽의 발달에 직접적인 자극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세계적 뇌 과학자인 일본의 “가와시마”교수가 치매환자들을 대상으로 획기적인 실험을 하였는데 책읽기와 간단한 계산으로 뇌에 인지적인 자극을 주는 실험이었다. 그리고 얼마 후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몸을 전혀 가누지 못했던 중증 알츠하이머 환자가 4년 만에 집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4. 스트레스를 날려주는 한 방, 한 권의 책
    만성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을 대상으로 배경뇌파 검사를 실시하였더니, 동일한 조건에서 독서를 하기 전보다, 오히려 독서를 한 이후에 집중력이 약 10% 상승하였고, 스트레스의 정도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도가 모두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많이 나오는 하이베타파가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자율신경계의 활동이 책읽기 전보다 활성화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보통 블록버스터 영화를 시청하거나, 화려한 게임 등을 하면 정신없이 그것에 파묻히게 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어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그러나 그 사이에 뇌가 스스로 생각을 하는 부분이 거의 없고, 오히려 현란한 영상이 두뇌의 측두엽과 후두엽을 강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를 얻을 수 있다.

    반면에 독서는 하얀 바탕에 까만 글자만을 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측두엽과 후두엽을 강하게 자극하지 않아 뇌에 피로나 스트레스를 거의 주지 않으며,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 때문에 스트레스의 정도를 줄이거나, 저항력을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 책을 읽으면 피곤한데 스트레스까지 쌓인다고? 이제 그러한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5. 책은 뇌의 피로회복을 위한 비타민
    “공부를 해서 머리가 띵해졌다.”라고 하거나 “피곤해서 머리를 쉬어야겠다.”라고 하는 사람은 가장 이상한 변명을 늘어놓는 사람이다. 이러한 핑계를 대는 사람은 대부분 의지가 박약하거나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뇌는 피로를 모르는 기적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공부를 너무해서 뇌가 멍해졌다.”라고 말하거나 “창작에 열중하다 보니 뇌가 고갈되었다.”라고 한탄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박약하거나 우유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와 같은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두뇌는 일반 근육이 아니다. 지속적이거나 집중된 정신적 작업도 여러분의 머릿속에 있는 이 기적의 산물을 피곤하게 하지 못한다. 장시간에 걸쳐 정신을 쓰고 난 다음에 피곤이 밀려오면 그 이유는 신체의 다른 부위에 있는 것이다. 우리가 정신적 작업을 계속하기에 너무 피곤하다고 느낄 때 피곤이 어디에서 오는지를 생각해봐라!

    가장 큰 가능성은 눈일 것이다. 지속적으로 긴장하여 독서를 할 때 눈의 근육에 무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지속적으로 긴장하고 있는 경우 목과 등이 굳어지기도 한다. 책을 읽는 행위는 두뇌작용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오히려 두뇌에 쌓인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6.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요술램프
    때때로 책읽기는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한다. 올해 29세의 노숙자 출신의 “사상철”씨. 태어나서 처음 읽은 책 한 권, 5년간의 노숙자 생활을 접게 만들어 주었고, 그날 이후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어졌다고 한다. 비록 아직 책읽기는 수월하지 않고, 낯선 단어 때문에 이해가 힘들어 몇 번이나 읽었던 곳으로 되돌아가서 읽는다. 그는 지금도 책과 거리가 멀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을 무섭다고 피할 수 는 없는 것이므로 주어지는 대로 읽을 것이라고 말한다.

    7. 고급독서는 뇌를 골고루 활용할 수 있는 키
    최고 단계의 독서는 뇌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한다. 독서에는 여러 단계가 있으며 단계에 따라 뇌를 활용하는 정도가 다르다. 초보 단계에서는 뇌의 여러 부위 중 언어 이해에 필수적인 영역들(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 등)이 주로 활성화되지만, 숙련된 독서 단계에 이르면 이 영역들뿐 아니라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 기억을 담당하는 영역, 심지어는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까지 연합해서 활성화된다.

    이는 독서가 단순 정보 습득이 아니라 시각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이미 뇌에 저장하고 있던 정보들과 다채롭게 조합하고 비교하고 유추하고 추론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프루스트”가 자신의 독서 경험을 말하는 다음 인용문에는 독서의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난다.

    “책을 읽는 도중 흥미진진한 대목에서 친구가 찾아와 함께 하자고 조르던 놀이, 책장에서 눈을 떼거나 자세를 바꿀 수밖에 없도록 귀찮게 훼방을 놓던 꿀벌이나 햇살, 어쩔 수 없이 가져오기는 했지만 머리 위에 펼쳐진 푸른 하늘에서 해가 뉘엿뉘엿 빛을 잃어갈 때까지 손도 대지 않은 채 벤치 옆자리에 내버려 두었던 오후의 간식, (중략) 이 모든 것에 대해 독서로 인해 성가시다는 느낌 외에 다른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을 법한데, 오히려 반대로 그들에 대해 너무나도 달콤한(지금 생각해 보면 그토록 애착을 가지고 읽었던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기억이 우리 안에 아로새겨져 오늘날 예전에 읽었던 책을 들춰 보게 되는 건 그것들이 다름 아니라 사라져 버린 날에 대해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기록이기 때문이며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거처와 연못의 그림자가 그 책장 위에 비치는 것이 보고 싶기 때문이다.” (매리언 울프, ‘책 읽는 뇌’, 살림, 19~20p)

    건국대병원 신경과 이일근 교수는 “독서는 단순한 운동과 단순한 직선적인 단위사고보다 복합적이고 추상적인 사고 과정을 필요로 한다.”며 “간접 경험과 사고를 통한 대뇌 활동이 훨씬 더 많은 뇌 부위를 동원하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반면에 반복 훈련이 해당 기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이는 기능 강화나 기능 훈련에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전두엽이 인지 기능에 가장 중요한 곳이기는 하지만 모든 것이 그곳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고, 뇌 전체 여러 부위가 같이 기능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때문에 뇌 전체적인 기능 강화와 뇌 운동을 위해서는 사고 과정이 동반된 독서가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문의들은 분석한다.

    -맛있는 리딩 언어연구소 연구원 홍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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