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조 선생님의 옛 그림 산책] 김홍도의 '황묘농접도'
입력 2010.05.28 09:44
고양이ㆍ나비ㆍ제비꽃에 담은 화가의 메시지…
"모든 일 이루며 건강히 오래 사세요"
바위ㆍ패랭이꽃은 장수ㆍ젊음
고양이ㆍ나비는 노부부 상징
  • 색깔이 화려한 고양이야. 김홍도의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라는 그림으로,‘누런 고양이와 나비가 어울려 노는 그림’이라는 뜻이지. 고양이와 나비는 과연 어떤 사이인지, 그리고 이 옛 그림에는 어떤 뜻이 숨어 있는지 함께 그림 속으로 들어가 보자!

  • 김홍도, <황묘농접도>, 종이에 채색, 30.1X46.1cm, 간송 미술관
  • ● 색칠에 따라 나뉜 그림
    고양이·꽃·나비 모두 화려한 색이지? 이렇듯 진하게 색칠한 그림을‘채색화’라고 해. 우리 옛 그림은 색칠하는 정도에 따라 수묵화·수묵담채화·채색화로 나눌 수 있어.

    수묵화는 흑백 그림이야. <고사관수도>처럼 먹으로만 옅고 진하기를 조절해서 그렸지. 화려한 걸 싫어했던 선비들이 가장 사랑한 그림이야. 수묵화는 우리 옛 그림의 진정한 맛을 듬뿍 담고 있지.

    수묵담채화는 먹으로 그린 다음 좀 옅은 색깔을 칠했어. 수묵화와 채색화의 중간쯤 되지. 채색화처럼 화려하지는 않아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지.

    김홍도는 온갖 종류의 그림을 잘 그렸어. 꽃·동물·풍속화는 물론 신선 그림까지. 어쩌면 지금껏 살았던 화가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솜씨였을지도 몰라. 그렇다고 다른 옛 그림을 무시하면 안 돼. 모든 그림은 나름대로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까. 
     
    ● 고양이와 나비는 친구
    <황묘농접도>를 보면 뭐가 먼저 보이니? 맨 앞에 누런 고양이 녀석 좀 봐. 살도 통통하고 털도 복슬복슬한 게 아주 귀여워. 눈을 치켜뜨고 뭔가 쳐다보고 있네. 그래, 나비를 보고 있어.

    이야, 그 나비 정말 잘 그렸지? 훨훨 나는 모습이 진짜 나비 같잖아. 바탕은 검은색인데 날개 가운데 보름달 무늬가, 끝에는 초승달 무늬가 있어. 정말 화려한 녀석이야. 가운데 부분의 색칠이 좀 벗겨졌지만 여전히 멋진 모습이지.

    그런데 왜 고양이 위에 나비를 그렸을까? 옛날부터 고양이와 나비는 가까운 사이였나 봐. 지금도 할아버지들은 고양이를 보면“나비야!” 하고 부르잖아. 고양이와 나비가 마치 친구처럼 서로 놀리는 듯한 동작이야.

  • 강희안, <고사관수도>, 비단에 수묵, 23.5X15.7cm, 국립중앙박물관
  • ● 그림에 숨은 뜻
    이 그림에는 깊은 뜻이 담겼어. 고양이는 한자로 ‘묘(猫)’라고 해. 70세 노인을 뜻하는‘모(芼)’ 자와 발음이 비슷하거든. 중국 말로 하면 ‘마오’ 하고 두 글자 다 똑같은 소리가 나. 그래서 고양이가 70세 노인을 상징하게 되었지.

    그렇다면 나비는? 나비는 80세 노인을 뜻해.‘나비 접(蝶)’ 자와 80세 노인을 뜻하는 ‘질(窒耋)’ 자는 중국 말로 똑같이 ‘뎨’라고 읽거든. 그래서 나비가 80세 된 노인을 상징하는 거야. 작은 나비가 큰 고양이보다 어른인 셈이지.

    그 뜻을 새기며 그림을 다시 한 번 볼까? 고양이가 나비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어. 70세 노인이 80세까지 살기를 바란다는 뜻이지. 고양이와 나비를 부부로 볼 수도 있어. 한 사람은 70세, 또 한 사람은 80세. 참 오래 살았어.

    ● 할아버지, 오래 사세요
    또 그림에 나온 패랭이꽃에는‘젊음’, 바위에는‘장수’, 제비꽃에는‘마음먹은 대로 이뤄진다’라는 뜻이 담겨 있어. 그럼 너희가 이 그림을 한번 풀이해 봐. 그렇지! ‘70세 노인이 80세까지 젊음을 지키면서 오래오래 사소서’또는‘70, 80세 된 노인 부부가 건강하게 오래 살면서 하시는 모든 일을 뜻대로 이루소서’라는 의미야. 이렇게 깊은 뜻이 담겼다는 사실이 대단하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화려한 색깔을 좋아한다고 해. 그래서 김홍도도 화려한 나비, 붉은 패랭이꽃, 화사한 누렁 고양이를 그렸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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