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역할, 코치·가이드면 충분 아이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입력 2010.05.17 03:12
[이제 부모도 공부합시다] 수퍼맘 콤플렉스 벗어나기
  • 워킹맘의 자녀 교육 스트레스는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수퍼맘 콤플렉스 탈출' 프로젝트 참가 희망자들은 하나같이 일과 자녀 교육 사이에서 무엇이 옳은 방법인지 알지 못해 방황했다. 맛있는공부는 '수퍼맘 콤플렉스 탈출' 프로젝트에 참가할 10명의 대상자를 선발해 CMOE 러닝 전영순 상무, 스터디코드 조남호 대표, 한국집중력센터 조아라 기획팀장과의 1대 1 상담을 진행했다.

  • 왼쪽부터 스터디코드 조남호 대표 ,한국집중력센터 조아라 기획팀장, CMOE 러닝 전영순 상무 /정복남 기자 bnchung@chosun.com
  • ◆"워킹맘, 수퍼맘이 되려는 욕심을 버려라"

    6살, 11살 자녀를 둔 윤현숙씨는 영어 공부방을 운영하는 워킹맘이다. 11살 난 아이를 직접 가르치면서 일도 할 수 있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수업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게 됐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나 감정적으로 말을 내뱉은 것이다. 윤씨는 "어떤 말을 해도 비딱하게 받아들이고 엄마를 믿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에 일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한다. 동생이 태어나서부터 이런 행동이 심해졌다"며 답답한 마음을 내보였다. 조남호 대표의 조언이다.

    "아무리 똑똑한 엄마라도 직접 내 아이를 가르치게 되면 감정적으로 변하기 쉽죠. 한마디로 아이에 대해 객관성을 잃게 된다는 뜻입니다. 윤현숙씨의 경우, 아이의 학습은 교육기관에 맡기고 하루에 한 번 학습 결과물을 점검하는 방법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또 '네가 첫째라서 든든하단다. 넌 충분히 동생보다 더 공부를 잘할 수 있어'라는 말로 아이가 엄마에게 인정받는다고 느끼게 해줘야 합니다."

    이지현씨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늦었어. 나 학교 안 갈래' '내가 왜 수학을 공부해야 해?' '짜증 나' 등 부정적인 말을 달고 사는 초등 2학년 자녀의 문제를 고민 중이다. 워킹맘인 이씨는 다른 엄마들에 비해 최신 교육 정보를 알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다 한번 들려오는 공부 잘하는 옆집 아이의 이야기에 '우리 아이는 무엇을 하고 있지?'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걱정이 몰려와 아이를 다그치기 일쑤였다. 조 대표는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는 '포지셔닝' 과정이 필요하다. 공부 욕심이 많은 아이의 특성을 이용해 자신감을 불어 넣을 것"을 권했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습니다. 여러 학원을 보내면서 위안을 삼고 뭐든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기도 하죠. 하지만 초등학교 시기에 필요한 것은 무분별한 선행학습이 아닌 독서, 영어 자신감 갖기, 수학 연산훈련입니다. 누가 뭐래도 흔들리지 않는 교육 신념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6살, 8살 아이를 키우는 정혜영씨는 전업주부 엄마들과의 소통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선배 엄마들로부터 '초등학교 1학년 때 학부모 모임에 소홀하면 아이가 여러 가지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부지런히 시간을 쪼개 다른 학부모들과 친해지려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 공간적인 문제로 친해지기는 쉽지 않았고 이 때문에 아이가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닌가 걱정입니다."

    전영순 상무는 "아이가 또래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생일잔치를 연다든지 수영, 인라인 스케이트 등 친구들과 취미를 공유하는 것이 좋다. 또 적극적으로 다른 엄마들과 연락해 엄마가 회사에 가 있는 동안에도 아이가 또래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센스를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에서 기쁨을 찾던 워킹맘 손모씨는 몇 해 전, 직장을 그만뒀다. 직장에 다닐 땐 할머니, 교육기관에 아이를 맡기다가 그만두고 나선 첫째(초등 6)의 선생님을 자처했다. 손씨는 "사회생활을 하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문제점만 눈에 띄었다. 다 큰 녀석이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공부를 지도하면서 사이가 벌어져 지금은 첫째를 떠올리기만 하면 짜증부터 난다"고 토로했다. 조아라 팀장은 "아이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엄마가 학습 성과만 강요했고 이로 인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게 된 것"이라고 충고했다.

    "어느 날 일하던 엄마가 일을 그만두고 집에 머물게 됐습니다. 이때 아이는 어떤 것을 요구할까요? 바로 그동안 엄마와 나누지 못한 정서적 교감입니다. 학습에 대한 욕심을 잠시 내려놓고 엄마와 함께하는 체험학습, 서점 나들이 등을 통해 신뢰감을 쌓는 것이 우선입니다."

    ◆내 아이의 마음을 읽어야 수퍼맘 콤플렉스에 시달리지 않는다

    교육 전문가들은 "워킹맘은 일과 자녀 교육,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는 욕심에 뜻하지 않는 시행착오를 겪는다. 자녀 교육에서 엄마는 코치, 가이드의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전영순 상무는 "아이의 학습을 챙겨야 한다는 의무감에 엄마가 학습 스케줄을 짜주기도 하는데 궁극적으로 학습 흥미를 떨어뜨린다. 하고 싶은 것과 하기 싫은 것을 아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남호 대표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워킹맘은 '내가 직접 관리하면 당장 아이가 바뀔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물 위에 떠있는 연꽃과 같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아라 팀장의 이야기다.

    "적지 않은 워킹맘들이 업무를 처리할 때처럼 아이에게 지시사항을 전달합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지적해 엄마의 기준에 맞는 아이로 변화시키려고만 하는 거죠. 하지만 무엇보다 엄마의 틀로 아이를 바라보지 말고 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것을 원하는지 관심을 갖는 것이 우선입니다."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