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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속, ‘매작도’, 종이에 수묵, 100.4X55.5cm, 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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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속의 ‘매작도’
새들 사이에도 미인대회가 있을까? 에이, 설마. 하긴 우린 잘 모르지만 저들끼리는 서로 수군거릴지도…. 정말 미인대회가 있다면 일등은 누굴까? 두말하면 잔소리, 당연히 이 까치가 차지할걸?
●얼짱 까치
먹으로 그리기에 까치보다 더 좋은 동물은 없어. 흰색과 검은색뿐이잖아. 먹을 휘두르기만 하면 바로 까치로 변하지. 그래서 옛 분들도 까치를 많이 그렸나 봐. 잘 보렴. 머리와 가슴은 검게 칠하고, 배는 그대로 남겨 두었어. 그러니 금방 까치가 되었잖아.
배의 윤곽선 좀 봐. 보일 듯 말 듯 살짝 그었어. 날렵한 맛이 느껴지잖니. 배와 날개가 만나는 곳은 붓털 자국이 삐죽삐죽 그대로 남았어. 그러니 진짜 털 같아.
눈은 어때? 가운데를 동그랗게 콕 찍었지. 얼마나 똑똑해 보이니. 꽉 다물어 뾰족한 부리는 강인한 의지마저 풍기는 듯해.
백미는 역시 꽁지야. 보통 까치는 꽁지가 몸통보다 짧거든. 이 까치는 달라. 꽁지가 더 길어서 날씬해 보여. 붓을 들어 한 번에 쭉 그었는데, 양끝에는 붓털의 예리한 맛이 살아 있어. 정장을 입은 세련된 도시인의 차림 같아.
조영석이라는 화가가 그린 ‘까치’를 봐. 소나무에 다정하게 같이 앉은 걸 보니 부부 까치인가 봐. 여긴 꽁지가 좀 짧지. ‘매작도’의 까치와 비교해 보면 순하고 털털한 시골 사람 같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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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석, ‘까치’, 비단에 담채, 46.5X41.0cm,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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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그림의 명수 조속
‘매작도(梅鵲圖)’는 ‘매화와 까치를 그린 그림’이라는 뜻이야. 볼수록 아름다운 까치야. 과연 미인대회에서 1등 할 자격을 두루 갖추었지.
매화나무는 보일 듯 말 듯 옅은 먹을 써서 그렸어. 빠른 손놀림으로 가지를 쳤지. 얼마나 빨랐던지 줄기 가운데는 미처 먹물이 묻지도 않았어. 그런 다음 몇 개씩 살짝 점을 찍어 꽃봉오리를 만들었지. 금세 매화나무 한 그루가 태어난 거야.
‘매작도’는 조속(1596~1668년)의 작품이야. 조속은 새와 매화 그림의 명수였지.
●옛 그림의 멋, 여백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여백이라고 해. ‘매작도’를 보면 나무가 한가운데 있지 않지? 오른쪽으로 약간 비껴 섰잖아. 덕분에 왼쪽이 텅 비었어. 이게 바로 여백이야.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지.
여백은 우리 옛 그림의 중요한 특징이야. 서양 그림은 화면을 비워 두질 않고 다 칠하잖아. 우리는 달랐어. 될 수 있으면 화면을 비워 두려 애썼지. 좀 과장한다면 ‘어디를 그릴까’보다는 ‘어디를 비울까’에 신경을 더 썼다고 할 수 있어.
너희는 미술 시간마다 “선생님, 전부 색칠해야 돼요?”라고 묻지. 왜 자꾸 이런 질문을 할까. 색칠하는 게 귀찮아서? 곰곰이 생각해 보렴. 혹시 옛 분들의 피가 아직도 너희 가슴속에 흐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야. 이제부터라도 선생님은 너희에게 색칠을 다 하라고 강요하지 않을 테야. 한쪽을 비워 두는 넉넉한 마음! 보는 사람마저 여유롭게 하잖아. ‘여백의 미!’를 꼭 기억해 두렴. 옛 그림의 으뜸가는 멋이니까.
날렵한 배·기다란 꽁지… 정장 입은 것처럼 세련됐지?
비껴 선 나뭇가지 덕에 생긴 그림의 빈 공간
옛 사람의 넉넉한 마음 보여주는 '여백의 미'
비껴 선 나뭇가지 덕에 생긴 그림의 빈 공간
옛 사람의 넉넉한 마음 보여주는 '여백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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